항소심도 '사기 혐의' 마닷 부모에 징역 3년, 1년 각각 선고
[더팩트|강일홍 기자] 래퍼 마이크로닷은 엄청난 낚시광이다. 호수보다 바다가 홈그라운드이고, 짬 나는 대로 국내와 해외를 안가리고 출조에 나선다. 친형 산체스 또한 낚시를 즐긴다. 래퍼 친구들과 함께 낚시 크루를 조직해 단체 낚시를 다녀오기도 한다. 실제로 그의 인스타그램을 보면 절반이 물고기를 잡거나, 물고기 들고 '하카 자세'를 하는 모습이다.
마이크로닷은 '정글의 법칙' 뉴질랜드 편(정글의 법칙 in 와일랜드 뉴질랜드)을 통해 낚시계의 일약 '슈퍼 루키'로 부상했다. 25살의 어린 나이에 이미 낚시 경력 18년을 자랑하는 스페셜 게스트로 주목을 끌었다. 이 때 선보인 '실력파 낚시꾼'의 강렬한 이미지 덕분에 채널A '도시어부'에 출연하게 되고, 특유의 애교 넘치는 예능감을 뽐내며 대중적 관심을 끈다.
무엇보다 그는 프로수준의 낚시 실력을 가졌다. 젊은 시절부터 낚시 좀 한다는 이덕화도 경쟁이 되지 않을 만큼 출중했다. 심지어 개인 회칼도 가지고 다닐 만큼 생선 손질도 잘한다. 아버지뻘인 두 형님들(이덕화 이경규)의 사랑을 독차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뉴질랜드 국적이다. 5살 때부터 아버지와 함께한 바다낚시 이력은 특별한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 승승장구하다 '부모 사기사건' 밝혀진 뒤 낭떠러지 추락
대중들에게 래퍼로서 그의 존재감은 Mnet '쇼미더머니'(Show Me The Money 4, 2015)로 대변되지만, 힙합씬에서는 인지도가 이미 높았다. 2006년 도끼(Dok2)와 함께 '올블랙'이라는 이름으로 최연소 힙합 듀오로 활동했다. 이후 쇼미더머니 출연으로 인지도가 급상승했고, Dok2와 디지털 싱글 골키퍼 (Goal Keeper)를 발매했다.
최연소 래퍼로 출발한 마닷은 '도시어부'를 통해 이전과는 다른 '아재' '누님' '이모' 시청자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성공한 예능인으로 거듭난다. 이 프로그램 게스트로 출연한 연상의 홍수현과 연인관계로 발전하기까지 그의 행보는 한마디로 거칠 것이 없었다. 승승장구하던 그가 하루아침에 낭떠러지로 추락한 것은 바로 '부모님의 사기사건'이다.
◆ 성공한 대중스타의 몰락, '야반도주' 부모의 이기심이 만든 불행
마이크로닷 부모는 충북 제천 송학면에서 젖소농장을 운영하며 친인척 등 14명에게 4억 원을 빌린 뒤 이를 갚지 않고 1998년 5월 자취를 감췄다. 대부분 가까운 지인들인 피해자들을 연대보증인으로 세워 수억원을 대출받고, 일부는 직접 빌렸다. 애초 편취 의도성을 가진 야반도주였지만, 마닷이 래퍼로 성공한 뉴질랜드 교포2세로 부각되기까지 누구도 알지 못했다.
그가 '도시어부'의 해외 특집 편에 소개한 뉴질랜드는 전 세계 낚시꾼들이 꿈꾸는 낚시 메카다. 마닷의 성장 토양은 어려서부터 비교적 여유로운 경제적 환경이다. 특별한 능력을 갖춘 부모가 아니라면 해외 이주 후 자립하기도 쉽지 않다. 어쨌든 그는 래퍼로 성공(저작권료+방송 출연료)한 뒤 19억원짜리 호화주택을 구입해 부모에게 보답한 효자로 비쳤다.
청주지방법원은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 된 마닷의 부모에게 최근 원심과 같은 징역 3년, 1년을 각각 선고했다. 피해자들은 당시 IMF까지 겹쳐 심각한 정신적·경제적 어려움을 겪었고, 일부는 사망했다. 사필귀정(事必歸正:반드시 바른 길로 돌아간다는 의미)일까. 부모는 20여년만에 단죄되고 대중스타로 성공한 효자는 빛을 잃었다. 이기심이 만든 불행한 비극이다.
eel@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