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 팬미팅에 페스티벌까지…형태도 완성도도 진화
[더팩트 | 정병근 기자] '투게더 앳 홈(Together at Home)'.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됨에 따라 공연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생겨난 랜선 콘서트로 콜드플레이의 보컬 크리스 마틴이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형태로 팬들을 만나는 이들이 많아졌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면서 공연 등 모든 행사가 올스톱됐다. 가수들은 설 무대를 잃었다. 이미 잡혀 있던 행사도 연기되거나 취소된 마당에 오프라인에서 팬들을 만날 새로운 길을 없다. 가수들이 선택한 건 온라인이다. 콘텐츠도 다양하다.
크리스 마틴이 인스타그램 라이브에서 '#TogherAtHome' 해시태그를 달며 시작된 캠페인은 존 레전드, 찰리 푸스 등 유명 해외 뮤지션들이 릴레이로 동참했다. 국내에서도 십센치(10CM), 소란의 고영배, 이민혁, 데이브레이크 이원석 등의 뮤지션이 참여했다.
단순히 곡 몇 곡을 부르고 끝나는 게 아니다. 정식 콘서트 못지않다. 이원석의 경우 약 2시간 동안 소란의 '너를 공부해' 커버, 데이브레이크의 히트곡 '들었다 놨다', '좋다' 등 20곡 이상을 불렀고 즉석에서 작곡해 노래를 불러주는 등 평소에 쉽게 볼 수 없었던 모습을 보여줬다.
꼭 '투게더 앳 홈'의 형식을 취하지 않더라도 같은 취지의 랜선 라이브는 성황이다. 골든차일드는 생애 첫 콘서트를 랜선으로 했고, 온리원오브와 엑소 수호 등은 랜선 팬미팅을 진행했다. 마마무, 김재환, 에이프릴 등은 공연도 즐기고 기부도 할 수 있는 '라이브 K콘서트'로 뭉쳤다.
가수들은 활동이 멈춘 상태에서 다른 방법으로 수익을 내고자 이러한 공연을 선택하는 건 아니다. 코로나19로 지친 음악 팬들에게 응원을 보내자는 취지에서 출발했고, 수익이 발생하면 기부를 해 의미 있게 쓰도록 하고 있다.
지난 11일 개최된 '라이브 K콘서트'의 경우 국내 시청자들은 ARS 모금으로, 해외 시청자들은 시청료 지급 형태로 기부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기부금 전액은 기부단체 국제구호개발 NGO 굿네이버스를 통해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에게 전달됐다.
아예 음악 레이블 단위로 나서는 경우도 있다. 안테나, AOMG, 해피로봇레코드 등이다. 형태는 공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페스티벌에 가깝다.
안테나는 수장 Toy(유희열)부터 정재형, 루시드폴, 페퍼톤스(신재평, 이장원), 박새별, 샘김, 이진아, 권진아, 정승환, CHAI(이수정), 윤석철까지, 열한 팀의 아티스트가 나섰다. 11일과 12일 두 차례 진행됐고 18일과 19일 라이브를 앞뒀다.
안테나의 아티스트들은 팀당 30분씩 무대도 조명도 대본도 없는 30분의 라이브 공연을 진행한다. 작은 녹음실 안에서 모두의 방안으로 소소한 위로를 선물하는 것. 리스너들은 가장 편안한 공간인 방에서 악기 하나, 목소리 하나로 꾸밈없이 노래하는 안테나 아티스트들을 만날 수 있다.
힙합 레이블 AOMG도 지난 12일 온라인 스트리밍 논스톱 라이브를 진행했고, 해피로봇레코드, 광합성, 민트페이퍼는 주식회사 엠피엠지(MPMG)라는 공식 명칭으로 13일부터 17일까지 'ON AIR IN NEW MPMG(온 에어 인 유 엠피엠지)'를 개최한다.
노리플라이 권순관은 두 번째 정규앨범 'Connected(커넥티드)' 온라인 음감회를 개최하고 전곡을 라이브로 들려줬다. 무대를 세 가지 세트로 나눠 각기 다른 공간에서 진행되는 무대 연출로 마치 라이브 클립을 보는 듯한 느낌을 자아내는 등 높은 완성도로 랜선 공연의 새 장을 열었다.
선우정아는 직접 라이브로 준비한 재즈곡과 신청곡을 재즈 공연으로 준비해 팬들과 소통하는 온라인 공연 'JAZZ BOX(재즈 박스)'를 론칭했고, 벌써 두 차례 공연을 마쳤다. 이는 랜선을 활용해 선보인 가장 알차고 신선한 콘텐츠로 평가받고 있다.
한 가요 관계자는 "활동 창구가 닫혔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으니 수익과 상관없이 다양한 시도를 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힘든 시기지만 다 같이 동참하여 이겨내자는 응원과 위로를 전할 수 있으니 랜선 공연은 의미 있는 일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에도 랜선을 활용한 좀 더 다양한 형태의 라이브가 등장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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