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국악인, 음악 경연프로그램 '보이스퀸' 통해 스타덤
[더팩트|강일홍 기자] 국악인 조엘라(37)는 CF에 삽입돼 큰 사랑을 받은 '난감하네'의 원곡자다. MBN '보이스퀸'에서 이 곡을 직접 부른 뒤 주목을 받았고, 준우승을 하면서 일약 대중문화계 셀럽이 됐다. '보이스퀸'에 출연하기 전까지 얼굴도 이름도 낯설었지만 지금은 누구나 다 알아보는 유명인이다.
그는 여전히 자부심 많은 국악인으로, 준우승의 영광보다 '난감하네'의 원곡 가수로 대중의 관심을 받게 된 게 더 기쁘다. 조엘라는 "방송에서 이 노래를 한번만 부를 수 있다면 떨어져도 괜찮다고 생각했다"면서 "원곡자가 누구인지를 확실히 알리게 된 것만으로 너무 행복했다"고 말했다.
조엘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국악을 널리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국악이 누구라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장르가 됐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을 가수가 아닌 '소리꾼' '국악인'으로 불러달라고 주문했다.
조엘라는 결혼식 당일인 지난해 10월6일 드레스 차림으로 '보이스퀸' 첫 녹화에 달려와 화제가 됐다. 그는 "결혼날이 하필 오디션 첫 녹화날과 겹쳤다"고 했다. 그는 또 "4개월전인 6월에 결혼일정을 잡았고, '보이스퀸' 출전 지원서는 9월에 썼다"면서 "제 인생 터닝포인트가 될 중요한 두 가지 이벤트가 똑같은 날짜로 겹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고 말했다.
조엘라는 평범한 국악인으로 살면서 꾹꾹 눌러온 끼를 오디션프로그램에서 맘껏 발산했다. 이후 자신을 바라보는 대중적 시선이 크게 달라졌음을 실감한다. 방송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인생 역전을 일군 국악인 조엘라를 직접 만났다. 스페셜인터뷰는 지난 3일 서울 광화문 그의 소속사 아츠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방송 오디션프로그램을 통해 일약 유명 스타로 떠올랐다. '보이스퀸' 준우승 이후 스스로 느끼는 일상의 변화가 궁금하다.
국악을 좋아해주는 분들이 너무 많아진 느낌이에요. '국악인이 이런 노래도 이렇게 맛깔스럽게 부를 수 있구나' 하고 관심을 가져주는 것만으로 행복해요. 애초 입상할 거란 생각은 꿈에도 안 했으니 준우승만으로도 엄청난 성과이고 성공이에요. 단지 국악인으로서 국악과 판소리를 알리고 홍보할 수 있다면 된다는 생각이었고, 방송에 나오기 전까지 저를 아는 사람들이 없었으니까요. '보이스퀸' 출연 전까지 저 스스로 국악은 늘 주류가 아닌 비주류란 인식을 갖고 살았어요. 그게 바뀐 거죠.
조엘라는 '보이스퀸' 입상 이후 소속사가 두 곳이 됐다. 원 소속사인 아츠엔터테인먼트(김보성 대표) 외에 방송과 공연 등을 매니지먼트할 새로운 기획사 로이엔터테인먼트와 1년6개월간 한시 계약했기 때문이다. 음악경연프로그램에 도전할 당시만해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신분 바뀜이다. 또 그동안은 판소리나 국악의 특정 장르에 국한돼 살아왔다면 이제는 팬심을 몰고다니는 대중 엔터테이너로 주목을 받는다는 사실도 크게 달라진 부분 중 하나다. 그는 "이런 변화는 8살 때 소리를 시작한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순수 국악인으로 살다가 대중 음악프로그램 오디션에 참여한다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으로 짐작이 간다. 용기를 낸 계기가 따로 있는지 궁금하다.
처음 도전을 결심했을 때만해도 솔직히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앞섰어요. 어려서부터 판소리와 국악을 공부한 지 30년이 됐지만 대중 음악과 맞대결한다는 건 낯설게 느껴졌으니까요. 물론 경연이 모두 끝나고 준우승을 한 지금은 저도 생각이 많이 바뀌었죠. 오히려 자신감을 갖게 됐어요. 무엇보다 오늘 인터뷰에도 함께 동행해준 남편한테 공을 돌리고 싶어요. 남편이야말로 제가 용기를 내고 도전할 수 있는 토양이고 밑거름이었어요. 당시엔 결혼 직전이었지만 누구보다 저를 잘 알기 때문에 강력히 푸시를 해줬고, 한번 부딪쳐 도전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거죠.
조엘라의 '보이스퀸' 도전은 지난해 9월 결혼을 한 달 앞둔 남편 원성준 씨가 대신 지원서를 내면서 시작됐다. 두 사람은 뮤지컬에 함께 출연하면서 인연을 맺어 지난해 10월 결혼했다. 국립국악원이 국악적 요소를 가미한 뮤지컬 형식으로 진행한 가족음악극 '마당을 나온 암탉'이다. 조엘라는 "저는 원래 소리꾼 협업 정도만 하는 걸로 알고 참여했다"면서 "그런데 여러 오리떼 중 한명으로 역할을 맡아 연기까지 하게 되면서 남편(원성준, 남자주인공인 천둥오리)과 가까워지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남편에 대한 얘기가 나오니 표정부터 바뀌는 것 같다. 아직 신혼이라서 이해는 가지만 말투에서 이미 애정이 뚝뚝 묻어난다. 연애담도 궁금하다.
만 나이로 제가 37살, 남편은 34살이에요. 남편은 몰라도 저는 좀 늦은 나이죠. 뮤지컬 배우인 남편을 만나기 전까지 독신을 고수해왔기 때문에 남자한테는 크게 관심이 없었어요. 4년 전 우연히 뮤지컬에 참여한 것이 인연이 됐어요. 이 때도 여러 남녀배우들 중 한 명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주변에서 가만 놔두지 않더라고요. 동료 배우분들이 '잘 어울리는 커플'이라며 많이 부추겼어요. 공연 기간 중 특별히 불꽃 튀는 사랑이 싹튼 것도 아닌데 감정이란 게 참 묘해요. 그때부터 관심을 갖고 남편을 바라보니 이전과 다르게 보이더라고요. 결국 프러포즈는 제가 먼저 했어요.
조엘라의 남편 원성준은 훈남 배우다. 두 사람은 '보이스퀸' 첫 녹화날 결혼했다. 오후 5시에 서울 남산 J웨딩홀에서 식을 올리고 7시쯤 피로연까지 마친 뒤에야 녹화장인 일산 빛마루 스튜디오로 달려갔다. 피로연복을 그대로 입은 채로 총알처럼 달려가 숨돌릴 새 없이 마이크를 달고 무대 위에 올랐다. 조엘라는 "함께 간 남편이 방청석 앞줄에서 응원을 해줘 천군만마를 얻은 느낌으로 자신있게 무대를 마칠 수 있었다"고 했다. 두 사람은 인터뷰 중에도 줄곧 눈을 마주치며 교감했다. 원성준씨는 "부부가 아니라 지금도 친구 같은 느낌"이라며 "아내는 2년 뒤 쯤 2세를 가질 계획을 세웠다"고 귀띔했다.
-'보이스퀸'에는 트로트를 포함한 거의 모든 장르가 다 등장한 프로그램이다. 그 중에서도 조엘라 씨는 판소리의 독특한 음색이 유독 주목을 받은 것으로 안다.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에요. 저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판소리 공부를 했고, 고등학교와 대학에서도 판소리를 전공했어요. 제가 부르는 노래는 어떤 노래든 국악풍의 음색을 담고 있고, 심지어 발라드나 아이돌 댄스곡마저도 그렇게 들린다고 해요. 그래서 '보이스퀸'에 참여한 뒤 인위적으로 목소리를 발라드나 트로트로 바꾸려고 해본 적이 없어요. 오히려 최대한 저만의 색깔과 음색을 그대로 살려 노래했고, 시청자들도 그런 부분을 자연스럽게 받아주시는 것 같아요. 특별히 주목을 받았다기 보다는 다른 출연자들과 색깔이 달라보여서 조금 더 관심을 받지 않았나 생각해요.
조엘라는 본선 1라운드에서 국악 특유의 정서가 담긴 목소리로 '님은 먼 곳에'를 불러 올크라운을 획득했다. 이후 '님은 먼곳에'(김추자), '살다보면'(뮤지컬 서편제 OST), '님'(고 김정호) '가슴앓이'(양하영) '잃어버린 30년'(설운도) 등의 곡을 불러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조엘라의 목소리는 국악계에서 말하는 '삼성'(三聲) 중 수리성이다. 높고 고운 꾀꼬리 음인 철성과 완전히 갈라지는듯한 탁성의 중간 정도에 해당한다. 그는 "판소리를 하시는 분들 중에는 허스키가 대체로 많은 이유는 소리를 많이 해 목이 쉬면 휴식을 취해야 하는데 오히려 피가 나올 만큼 극한의 발성을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판소리하는 사람들끼리 결성한 '타루'라는 퓨전 음악그룹에서 활동하기도 했는데 자신만의 특별한 음악적 신념이 있다면.
신념이라고 표현하긴 좀 부끄럽고요. 하나의 특정 장르에 매몰되지 않는다는 게 다름 아닌 저의 소신이자 신념이에요. 모든 음악은 장르를 떠나 대중이 편하게 듣고 즐길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대학시절부터 국악이나 판소리만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음악적 변화를 시도해왔어요. 의도적으로 퓨전음악을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지만, 틀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오픈 마인드가 아니면 그 역시 쉽진 않거든요. 같은 가요라도 발라드나 락 창법이 아닌 판소리나 국악, 민요 스타일과 접목하면 느낌이 달라지잖아요. 음악경연 기간 중 어떤 작가분이 제 음악스타일을 '판라드'(판소리+발라드)로 규정해준게 너무 맘에 들었어요.
조엘라는 '난감하네'의 원곡자로 알려지며 화제를 모았다. 이 곡은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유명 CF 삽입곡과 개그프로그램 BG로 사용되며 먼저 알려졌다. 그는 대학 3학년 때인 2007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국립국악원이 후원한 21세기 한국음악프로젝트에서 이 곡으로 대상을 받았다. 국악과 양악을 접목한 퓨전그룹에서 보컬로 활동할 당시 거문고 연주자 겸 작곡가 심영섭 씨와 판소리 수궁가 '아니리' 부분을 각색해 가사를 만들었다. 공동 작사가로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뒤늦게 자신의 인생곡으로 회자되는 것만으로 크게 아쉬움은 없다고 한다.
-거의 30년간 국악인으로 지내다 대중 음악 경연프로그램을 통해 누구나 얼굴을 알아볼 만큼 인지도를 얻었다.
저에게 꿈같은 일이 한꺼번에 일어났어요. 남편을 만나 결혼하는 날 축복처럼 방송에 첫 출연했고, 이후 많은 사랑을 받으며 준우승까지 했잖아요. 덩달아 방송 스케줄도 쏟아졌고요. 국악을 맘껏 알리고 싶어도 얼굴이 먼저 알려져야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깨달았어요. 제 첫번째 열성 팬인 남편은 늘 최고의 목소리를 갖고 있다며 격려해주세요. 그걸 실행할 수 있도록 부추기고, 꿈을 이룰 수 있게 해준 분이기도 하고요. 아주 어려서는 부모님이 재능을 발견해 길을 열어줬고, 성인이 된 뒤엔 남편을 만난게 저한테는 최고의 행운이 됐어요.
조엘라는 MBN '보이스퀸' 준우승 이후 같은 방송 '트로트퀸'과 '라스트싱어'에 출연했다. 노래 경연 예능 '여왕의 전쟁:라스트 싱어'에서는 초반 탈락의 위기에서 와일드카드로 가까스로 부활해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지난 2일 방영된 2라운드 선곡은 허영란의 '날개'를 판소리 특유의 한 서린 감성으로 불러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실제로 조엘라의 무대 직후 이자연, 양수경, 주영훈, 홍록기 등 심사 평가단이 눈물을 훔쳤다. 이자연은 "지금 굉장히 힘든 시기인데, 모든 시청자들에게 날개를 펼치라는 꿈의 메시지를 주는 것 같았다"고 평가했고, 양수경은 "조언이 필요 없는 무대"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독신을 꿈꾸다 가정을 꾸렸고, 방송에서 인기를 얻었다. 코로나로 잠시 주춤한 상태이긴 하지만 전국 투어콘서트도 예정돼 있다. 혹시 당장 하고 싶은 게 있나?
저는 짧은 시간 내에 과분하게 많은 걸 얻었어요. 더 욕심 내면 안되겠지만 여쭤보시니 말씀드릴게요. 바로 유튜브예요. 확실하게 차별화된 유튜버로 변신하고 싶어요. 방송에서 보여드린 건 맛보기이고요, '국악과 판소리의 매력이 이런 거구나' 하는 감탄사가 나올 만큼 완벽하게 준비해 선보일 생각이에요. 저만의 독보적인 색깔을 담은 커버송, 정말 기대하셔도 좋아요. 국악 판소리부터 팝 발라드 트로트까지 가장 폭넓은 장르를 넘나들 생각이에요. 사실 오래전부터 구상은 해왔는데 그동안 자신이 없어 선뜻 용기를 못냈거든요.
조엘라는 '보이스퀸'에 나간 뒤 난생 처음 자신을 향해 환호하는 팬이 생기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앵글도 바뀌었다. 가족이나 남편이 아닌 불특정 다수의 팬들이 박수를 쳐주고 바라본다는 사실에 환희를 느꼈다. 그는 "기왕에 호기심 차원에서 몇차례 해본 유튜브는 한 단계 발전을 위한 연습이었다"면서 "새로 개설될 유튜브 채널은 저를 사랑해주는 팬들과 소통공간이기도 하고 그분들에 대한 보답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조엘라는 고향인 전주에서 8살에 판소리 공부를 시작해 남원 국악고등학교를 거쳐 추계 예술대(학사)와 이화여대 대학원 한국음악(판소리)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창작국악극대상 여자 창우상(2014년)과 21C한국음악 프로젝트 시상식(2007년)에서 프로젝트 대상과 최고 스타상을 수상했다.
유명해진 뒤에는 달라진 게 많다. 무엇보다 결혼 전까지 자신의 유일한 팬이자 지원군이었던 남편 원성준 씨다. 원씨는 뮤지컬 배우 활동 경험을 토대로 아내를 위한 맞춤형 '밀착 매니지먼트' 조언자가 됐다. 조엘라는 "소속사와 별개로 소소한 일상의 모든 일을 거들고 도와주니 너무 편하다"며 "결혼하길 참 잘했다"고 다시 한번 짙은 애정을 표시했다.
조엘라는 '보이스퀸' 도전 이후 '트로트퀸' '모던패밀리' '라스트 싱어' 등 MBN 프로그램 외에도 KBS '국악 한마당', MBC '기분 좋은날' 등 스케줄 소화에 바쁜 날을 보내고 있다. 다소 늦은 나이에 대중의 주목을 받은 만큼 더 뜨겁게 열정을 쏟아붓겠다는 각오다. "국악인 겸 대중가수로 100살까지 무대를 지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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