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배급사 "넷플릭스와 이중계약" vs 투자배급사 "협조 요정했지만 거부"
[더팩트|박슬기 기자] 영화 '사냥의 시간'(감독 윤성현)의 넷플릭스 행이 영화계 큰 파장을 낳고 있다.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넷플릭스를 통해 최초로 공개하겠다고 밝히면서다. 하지만 이는 또 다른 문제를 낳았다. 바로 해외 판권 계약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사냥의 시간'의 투자·배급을 담당하는 리틀빅픽처스는 23일 오전 "'사냥의 시간'이 넷플릭스를 통해 오는 4월 10일 전 세계 190여 개국에 공개된다"고 밝혔다. 이어 "현 상황에서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선보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넷플릭스에 제안해 공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리틀빅픽처스는 코로나19 여파로 최근 수요가 늘고 있는 OTT(Over The Top)를 선택했다. 개봉일이 미뤄지면서 금전적 손해가 커질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외 배급을 담당하는 콘텐츠판다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현재 30여 개 국에 영화 판권을 선판매한 데다 리틀빅픽처스가 협의 되지 않은 상황에서 넷플릭스와 계약을 했다는 것이다.
콘텐츠판다는 23일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리틀빅픽처스는 당사와 충분한 논의 없이 3월 초 구두 통보를 통해 넷플릭스 전체 판매를 위해 계약 해지를 요청해왔고, 3월 중순 공문발송으로 해외 세일즈 계약해지 의사를 전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과정에서 콘텐츠판다는 차선책을 제안하며 이미 해외판매가 완료된 상황에서 일방적인 계약해지는 있을 수 없다는 의사를 분명히 전했다"고 입장을 전했다.
콘텐츠판다는 "하지만 리틀빅픽처스는 투자사들에게 글로벌 OTT사와 글로벌계약을 체결할 계획을 알리는 과정에서 콘텐츠판다만을 누락시켰다"라며 "당사는 3월 23일 '사냥의 시간' 넷플릭스 전 세계 스트리밍 공개라는 보도자료를 통해서 이중계약 소식을 최종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리틀빅픽처스의 이중계약은 해외 영화사들이 콘텐츠판다와 신뢰를 바탕으로 체결한 계약과 적법한 권리를 무시한 행동이며 세계 각국의 영화사들을 피해자로 만드는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국제 영화계에서 한국영화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다. 이에 콘텐츠판다는 국제적인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리틀빅픽처스와의 법적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리틀빅픽처스의 입장은 다르다. 리틀빅픽처스의 권지원 대표는 23일 <더팩트> 통화에서 "'사냥의 시간'의 개봉이 연기되면서 손해가 막심할 것 같아 가장 먼저 콘텐츠판다와 넷플릭스와 계약 건에 대해 상의를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권 대표는 "콘텐츠판다에 협조해달라고 여러 차례 메일도 보내고, 직접 찾아가기도 했다. 하지만 이유 없이 받아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영화 판매가 취소되는 사례들은 많이 일어난다. 하지만 코로나19와 같은 상황에서 해외 판권 계약 취소에 협조해주지 않는 건 오히려 훼방을 놓는 게 아닌가 싶다"라며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저는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이의를 제기한다면 시시비비를 분명히 가릴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누리꾼들의 반응은 어떨까. 23일 포털사이트에서 누리꾼은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일부 누리꾼은 리틀빅픽처스의 이중계약에 대해 비판했다. "아무리 살려고 했다지만 이중계약은 아니지.(blut****) "자기 살자고.. 그동안 같이 일하던 업체 죽였네... 이미 판권 팔렸는데... 다시 팔다니"(fink****) "헐 이중계약은 좀"(pass****) 등의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누리꾼은 "영화 자체가 개봉 타이밍 놓치면 100% 흥행 실패라서 어쩔 수 없는 판단인듯해요"(keym****) "안타깝지만 현재 상황이 그런 만큼 넷플릭스행 선택이 옳은 것 같습니다."(food****) "넷플에서 하면 좋은데 해외 개봉과 문제가 많다면 국내만 넷플로 공개하거나 하는 방안 없을까요. 요즘같이 영화도 어려운 상황이 안타깝네요"(eifm****) 등 리틀빅픽처스의 입장을 이해하는 반응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사냥의 시간'의 넷플릭스 선택을 둘러싸고 투자배급사와 해외 배급사의 첨예한 입장대립이 계속되고 있다. 이미 넷플릭스와 계약이 진행된 만큼 두 회사의 법적 대립이 불가피한 가운데 어떤 결과가 나올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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