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의 스페셜인터뷰81-진시몬] 강변가요제 출신 '보약 같은 트로트 가수'

미성 발라드 느낌의 엘로톤 가수. 트로트 전향 후 진시몬은 애수를 시작으로 애원 미안한 사랑 남자이니까 보약 같은 친구 등을 히트시키며 입지를 다졌다. /이동률 기자

김범룡 권유로 록 발라드 포기, 트로트 싱어송라이터 변신

[더팩트|강일홍 기자] 진시몬(50)은 가수로서 뿐만 아니라 뛰어난 작곡 실력을 갖춘 싱어송 라이터다. 그의 보이스 컬러는 풍부한 감성을 가진 엘로톤(미성 발라드풍)이다. 그에게서 중성적 분위기가 풍기는 것은 여성스러움 때문이다.

그는 제주대 재학시절인 89년 MBC 강변가요제에 출전하며 가요계와 인연을 맺었다. 이듬해 발표한 발라드 곡 '낯설은 아쉬움'이 그의 독특한 목소리 색깔에 실려 가능성을 보여주다, 갑작스런 군복무로 활동을 중단했다. 오랜 공백기를 거치며 한동안 미사리 라이브카페를 중심으로 언더활동을 하기도 했다.

강변가요제 이후 록 발라드곡 '낯설은 아쉬움'(89년)과 '바다를 사랑한 소년'(91년) 등을 냈지만, 그가 정작 가수로 대중의 시선을 받은 것은 발라드가 아닌 트로트다. 세미트로트 '애수'(96년)의 탄생은 당시 인기가도를 달리던 선배가수 김범룡과의 만남이 계기가 됐다. 이전까지 4~5년간은 가수로서는 사실상 암흑기였다.

군 복무 후 곧바로 칫솔 살균기와 치약 압출기 등을 생산 유통하는 벤처사업에 뛰어들면서 음악과 단절한다. 이에 대해 그는 "배고픈 가수보다는 경제적 어려움부터 탈출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때 전국에 12개 지사를 뒀을 만큼 성공하기도 했지만 결국 부도 등에 의해 좌절로 끝이 났다. 그가 빈손이 됐을 때 김범룡이 그를 붙들었다.

"선배님 소속사로 들어가 9개월간 사무실 청소 등 궂은 일부터 곡과 가사 쓰는 법까지 많이 배웠어요." 김범룡은 미성의 목소리를 가진 그에게 트로트 전향을 권유했다. '애수'를 시작으로 그는 '애원' '미안한 사랑' '남자이니까' '보약 같은 친구' 등을 히트 시키며 대중 가수로 자리매김한다. 애잔한듯 깊은 울림의 가수로 사랑받고 있는 진시몬을 만났다. 스페셜 인터뷰는 지난 20일 서울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진시몬은 독특한 보이스컬러를 가진 가수다. 그에게서 중성적 분위기가 풍기는 것은 여성스러움 때문이다. 스페셜인터뷰는 지난 20일 서울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동률 기자

-트로트계 진출에 선배 가수 김범룡의 영향이 컸다고 들었다. 이후 20년 넘게 돈독한 선후배 사이로 지내고 있는데 유독 각별한 이유가 있나?

선후배 사이라기보다 저한테는 스승님 같은 분이시죠. 90년대 중반 김범룡 선배를 만났는데 제 목소리를 들으시더니 '너는 세미 트로트가 어울리니 과감하게 장르를 바꿔 타라'고 조언해주셨어요. 당시 저는 사업에 실패해 경제적 어려움 속에 음악적으로도 갈피를 못잡고 방황하던 시절이었는데 소속사로 저를 영입해 기댈 언덕을 만들어주신거죠. 마침 저도 신승훈의 발라드 스타일보다는 조용필 김수희 선배님들의 음악을 좋아했기 때문에 전혀 거부감이 없었어요. 6년 소속계약이 끝난 뒤에도 워낙 끈끈한 사이로 지내다 보니 이번엔 제가 만든 소속사에 선배가 들어오는 특별한 인연을 만들게 되더군요.

진시몬은 음악에 대한 자부심이 분명한 가수다. 스스로 만족할 의미있는 노래가 아니면 부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단지 히트만을 위해 의도성을 갖고 만들어진 노래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로트 전향이 빨랐던 것도 나름 이런 자신감의 발로다. 물론 이는 김범룡의 영향이 크다. 김범룡은 어떤 의도성을 갖지 않고 진시몬에게 적합한 장르로 발라드 대신 트로트를 권했다. 진시몬이 외식업과 부동산 개발 사업으로 경제적 자립을 일군 뒤 자신의 가요기획사 몬엔터테인먼트에 가장 먼저 김범룡을 영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몬엔터테인먼트에는 김범룡 씨 외에도 80~90년대 주목 받았던 여러 가수들이 함께 하고 있다. 성인가요계에선 드문 케이스인데 생존비결이 궁금하다.

데뷔와 활동기간, 음악적 토양이 비슷한 분들입니다. 모두가 한때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는 공통점도 갖고 있어요. 다만 대중의 음악적 트렌드와 취향이 바뀌면서 활동영역이 예전에 비해 좁아졌다는 아쉬움은 있죠. 아무래도 혼자 움직이는 것보다는 함께 힘을 보태는게 시너지가 있더라고요. 아이돌들과 달리 각자가 한 시대를 풍미해온 동병상련의 감정이 묻어있어 아주 끈끈해요. 릴레이 콘서트를 한번 하더라도 결속력이 단단해서 사소한 갈등조차도 생기지 않아요. 소속사에 묶여있다는 개념보다는 '각자 따로 활동하면서 공동체의 플러스 시너지'를 만들고 공유하는 멤버들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진시몬이 설립한 몬엔터테인먼트에는 김범룡을 필두로 구창모 임병수 김충훈 김민교 양해승 등 7명이 포진해 있다. 그는 "처음부터 이렇게 여러명을 염두에 뒀던 것은 아닌데 묘하게도 특별한 인연들이 생기면서 한 명 두 명 저절로 뭉치게 되더라"고 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이 중 MBC 드라마 '마지막 승부'의 OST곡으로 유명한 김민교다. 둘다 발라드 가수에서 일찌감치 트로트로 변신한 뒤 교감해온 사이다. 김범룡은 사업실패로 수십억 빚을 지고 자신의 과거와 역지사지의 상황이 됐을 때 그가 손을 잡았다. 또 배우 김수현의 아버지 김충훈과는 연예인 축구단 회오리 초창기 멤버로 함께 활동하면서 끈끈한 유대감을 이어왔다.

모처럼 되살아난 트로트 분위기가 오래 지속되길 바래요. 진시몬은 신인 후배들한테 아무리 힘들어도 최소 10년은 땀 흘려 노력하라고 조언한다면서 인적네트워크가 형성되는 그만큼의 담금질을 해야 비로소 정상을 앞둔 8부 9부 능선에 다다른다고 말했다. /이동률 기자

-최근 가요계에 트로트 열풍이 매섭다. 지난해 '미스트롯'에 이은 '미스터트롯'의 열기가 만든 파장이다. 기성가수로서 이를 바라보는 소감이 궁금하다.

지금껏 성인가요계는 트로트 열기가 이렇게 신드롬처럼 뜨겁게 분 적이 없어요. 바람이 워낙 거세서 다들 놀라는 분위기인데, 그럼에도 아주 오래 가줄 것으로 기대해요. 이미 '미스트롯'이 한바탕 회오리를 일으킨 뒤라서 '미스터트롯' 열기에는 기성가수들도 어느 정도 적응이 된 것 같아요. 기성가수 입장에선 왠지 트로트가 뒤늦게라도 대접받는 것 같아 뿌듯하죠. 대중가수들 스스로 트로트에 대해 갖고 있던 부정적 편견이 깨지는 느낌같은 거죠. 솔직히 저도 한때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이젠 대중이 트로트를 바라보는 인식 자체가 크게 달라졌다는 느낌을 실감해요.

진시몬은 '미스터트롯' 출전자 중 특별히 눈여겨 본 가수들이 있다. 장민호는 아이돌 활동을 거쳐 듀엣발라드 가수로 활동한 뒤 트로트로 전향한 후배가수다. 그는 "사실 키 크고 잘생기면 웬만큼 노래를 잘해도 트로트에는 적응 못한다는 징크스가 있다"면서 "그럼에도 민호는 예외라고 생각했고, 그를 만날 때마다 성공 가능성을 자주 언급해줬다"고 했다. 성악 출신의 김호중과는 오랜 호형호제 관계로 지내온 사이다. 진시몬은 지방 행사무대에서 성악을 해온 김호중에게 관심사인 '트로트'에 대한 조언을 많이 해왔다. 둘은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트로트 듀엣곡을 함께 발표할 예정이다.

-임영웅 영탁 이찬원 김호중 장민호 등은 모두 무명시절을 거친 뒤 '미스터트롯'을 통해 대중의 주목을 받는 가수로 거듭났다. 이들 후배 가수들에게 조언해줄 말이 있다면?

성인가요계에는 10년 이상 활동하고 있는 신인들이 많아요. 노래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히트곡이 없으면 빛을 볼 수 없는 곳이니까요. 후배들을 만나면 저는 늘 이렇게 얘기해요. 트로트는 최소 10년은 견뎌야 빛을 본다고요. 10년이란 긴 세월을 무명가수로 견디는게 얼마나 힘든지를 너무 잘 알지만, 적어도 그만큼의 담금질은 필요하다는 거죠. 물론 실력이 있다는 걸 전제로 하는 말이고요. 저도 경험한 것이지만 가요계는 인적네트워크가 매우 중요해요. 성실하게 열심히 뛰면 누군가 도움을 주는 관계가 형성되거든요. 그 기간이 최소 10년이고, 비로소 정상을 앞둔 8부 9부 능선에 다다릅니다.

'최소 10년 담금질'에 대해 진시몬은 임영웅의 예를 들었다. 진시몬은 임영웅과 KBS1 '아침마당'에서 인연을 맺었다. 그가 기성가수 패널로 출연한 이 프로그램에서 임영웅은 '도전 꿈의 무대' 5승을 했다. 그가 본 임영웅은 노래실력이 출중했다. 다만 인적네트워크가 아쉬웠다. 아이돌의 경우라면 유명 기획사에서 활동이 가능하지만, 트로트 가수는 실력을 인정받은 뒤에도 스스로 개척해가야 하는 여건이다. 그는 "임영웅이 이미 '도전 꿈의 무대'에서 난다 긴다하는 가수들과 5번 대결해서 이겼지만 '미스터트롯'이라는 경연프로그램이 없었다면 아마도 꽤 오랫동안 보석이 묻혔을 것"이라고 했다.

진시몬은 다음달 중 신곡 안올거면서를 선보인다. 정통 트로트로 그가 직접 작사 작곡을 했다. 진시몬은 사랑했던 남자에게 상처받은 여자의 원망을 담은 곡이라고 소개했다. /몬엔터테인먼트 제공

-음악 스타일이나 대중적 이미지 등 가수로서 자신의 색깔을 스스로 어떻게 평가하는지 궁금하다.

팬들이 저를 바라보는 이미지는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나 목소리가 좌우하는 것같아요. 정작 저는 20여년간 트로트 장르에 익숙한데도 팬들은 발라드 스타일의 감성적 느낌이란 얘길 많이 하거든요. 보이스 컬러가 미성의 여성스러움이 들어있는 건 맞아요. 하지만 가수 데뷔 초기 록을 소화했기 때문에 강한 남성 목소리가 베이스에 깔려있어요. 저를 두고 김현식 목소리 스타일의 트로트라고 말하시는 분도 있어요. 비유가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리듬의 굵기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는 30년된 색서폰으로 보시면 됩니다.

그는 살면서 자신이 겪은 다양한 경험들을 음악적 기준으로 삼는 편이다. 그는 "모든 가수들이 히트곡을 내는 게 첫 번째 목표이지만, 단지 뜨기 위한 단기 수단으로 노래를 부르면 오히려 낭패를 보기 십상"이라고 했다. 의도성을 갖는 노래가 아니라, 의미를 담은 노래를 찾는데 늘 골몰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그는 "제게 벌어진 일, 제 주변에서 벌어진 일, 제 눈으로 본 일을 토대로 솔직한 곡을 쓰는게 저의 음악적 기준"이라면서 "지금껏 보여준 제 노래의 가사와 리듬에는 모두 이런 일관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노래 '보약같은 친구'를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싱어송 라이터로서 배우 김수현 아버지 김충훈의 '나이가 든다는 게 화가 나'의 가사를 직접 썼다고 들었다. 어떤 의미를 담았는지 궁금하다.

유명 만화가이신 이현세 씨와는 '까치회'라는 모임을 통해 돈독한 사이로 지내고 있어요. '이현세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6년 전부터 만나 밥도 먹고 술도 먹고 골프도 하죠. 김충훈 선배한테 준 노래는 모임의 좌장격인 이현세 형님의 넋두리 한 마디가 결정적 모티브였어요. 그날은 형님이 좀 우울하신 표정이었는데 갑자기 '시몬아, 요즘 나이 드는 게 왜 이리 화가 나냐?'며 푸념을 하시더라고요. 처음엔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는데 집에 와서 곰곰 생각해보니 그 한 마디에 엄청 많은 의미가 담겼더라고요. 누구라도 나이를 먹고, 삶의 곡절을 겪잖아요.

만화가 이현세의 단골 브랜드이기도 한 '까치회'에는 이봉주 현정화 김혜영 등 스포츠 대중문화계 지인 20여명이 멤버다. 이현세가 지나가듯 툭 던진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는 "김충훈 선배가 딱 생각나더라"고 했다. 김충훈과는 연예인축구단 '회오리'의 초기 멤버다. 그는 "평소 가까이서 본 김 선배의 나이대에서 느낄만한 분위기가 그려졌다"고 했다. 진시몬은 이후 만화가 이현세를 찾아다니며 가사를 수정 보완한 뒤 신예 작곡가 김동철에게 맡겼고 김충훈이 부른 이 노래는 전국 가요강사들의 노래교실을 통해 급속히 입소문이 났다. KBS1 '가요무대' 등에도 소개되면서 잔잔한 반향을 일으켰다.

진시몬(가운데)은 꾸준한 노래 연습을 하기 위해서는 체력 관리도 필수라면서 골프가 궁합에 잘 맞아 평소 자주 라운드를 즐긴다고 말했다. 그는 25년 구력에, 핸디 10의 연예인 골퍼다. 오른쪽은 가수 김충훈. /몬엔터테인먼트 제공

-록 발라드 시절부터 어느덧 가요계 생활 30년이 됐다. 중견가수로서 '가수 진시몬'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강 기자님이 더 잘 알다시피 연예계는 몸을 담그는 순간부터 매사 언행을 조심해야 해요. 특히 가요계는 더 그렇고요.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신인일 때도 어렵지만, 웬만큼 인지도와 인기를 얻게 되면 처신하기가 더 힘들어요. 어찌보면 저는 후배들과 대선배들 사이에 낀 허리인 셈인데, 양쪽의 고충을 다 껴안고 사는 듯한 느낌이죠. 후배들에게 트로트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해주는 것, 선배들이 대접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이 모두 저를 포함한 중견가수들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당연한 얘기지만 지금 상승 분위기를 탔을 때 트로트 품격을 한단계 끌어올리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건강관리도 궁금하다. 가요계 선후배들과 자주 골프 라운드를 즐긴다고 들었는데 핸디는 어느정도인가.

가수는 하루만 연습을 하지 않아도 목소리에서 금방 표가 납니다. 또 가수가 대형 공연을 앞두고 몸이 아파 차질을 빚으면, 핑계거리를 댈 수가 없어요. 모두 가수한테 문제가 있으니까요. 그 책임은 대중적 인기가 클수록 더 막중해요. 당연히 평소 건강관리를 어떻게 했느냐와 직결됩니다. 젊은 시절 못지않은 컨디션을 지키려면 운동은 필수입니다. 저는 골프 라운드를 자주 하는 편이죠. 좋은 분들과 대화하며 필드를 걷다보면 몸도 마음도 저절로 힐링이 되더라고요. 25년 구력에, 핸디 10 정도인데 격렬히 땀 흘리는 운동은 아니지만 어쨌든 저랑은 궁합이 잘 맞는 것같아요.

-마지막으로 오랜만에 신곡을 준비중이라고 들었다. 어떤 스타일의 곡인지, 언제쯤 들을 수 있는지 궁금하다.

준비는 1년 전부터 해왔고요. 최근 녹음과 믹싱, 마스터링 등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이에요. 정통 트로트곡인 '안올거면서'는 제가 작사 작곡을 했고, '부모마음 자식마음'은 작사만 했어요. 각각 사랑했던 남자에게 상처받은 여자의 원망과 부모 자식간 애틋한 마음을 담았는데 모두 제가 살면서 경험한 느낌들을 그대로 담은 곡이죠. 사실 요즘엔 신곡을 발표하면서 이미 다음곡에 대한 콘셉트를 염두에 두고 적절한 시기에 한 두곡씩 싱글 음반으로 내는 추세예요. 제 신곡은 이르면 다음달 중엔 음원 공개를 할 수 있을 것같아요.

진시몬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솔직함 외에 인간적 의리를 중시한다. 매니저와도 13년째 변함없는 호흡을 맞추고 있다. 아내 배지후 씨와 다정한 한때. /몬엔터테인먼트 제공

진시몬은 제주 사대 부속고 시절 문예부 활동을 하며 한때 신문기자를 꿈꿨다고 한다. 대학시절에도 대학신문 등에 칼럼을 기고하는 등 글 쓰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 이런 문학적 소양은 그가 훗날 작사에 특별한 재능을 발휘하는 토대가 됐다. 그는 '보약 같은 친구'를 비롯해 '나이가 든다는 게 화가 나'(김충훈) '야 이사람아'(조영구) '언니 멋져'(양해승) '사랑은 의리' '옆집'(김민교) 등을 작사했다.

"원래 가수가 꿈은 아니었어요. 대학에서도 저는 음악이 아닌 법학을 전공했고요. 강변가요제 출전은 순수하게 캠퍼스 추억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는데, 본선에서 입상하고 옴니버스 음반을 내고보니 어느 순간 가수 대접을 받고 있더라고요. 물론 가수로 살아온 길이 순탄치는 않았죠."

그는 트로트로 전향하기 직전인 96년 KBS2 일일드라마 '며느리 삼국지'의 주제가를 부른 적이 있다. 갈피를 잡지 못해 방황하던 시절이 지금은 모두 소중한 경험으로 남았지만 데뷔 이후 오랜 기간 겉돌았던 셈이다. 트로트로 변신한 뒤엔 폭발적인 대중적 인기보다 마니아 층의 꾸준하고 지속적인 사랑을 주로 받았다.

진시몬은 트로트계의 '보약 같은 가수'로 통한다. 자신의 노래 '보약 같은 친구'를 빗대 팬들이 만든 호칭이다. 그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솔직함 외에 인간적 의리를 중시한다. 매니저와도 13년째 변함없이 호흡을 맞추고 있다. 직접 만들고 부른 노래를 통해 스스로의 삶을 반추해온 진시몬, 그의 트로트 예찬론이 유독 공감되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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