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의 연예가클로즈업] 고 최진실 자녀 '상속 재산 분쟁' 유감

최진실이 떠난 지 11년, 안타깝게도 지난해 자녀들의 재산권을 둘러싸고 소송으로 번졌다. 후견인 정옥숙 씨(고 최진실 어머니)가 조주형 씨(고 조성민 아버지)를 상대로 불법 점유 건물 퇴거 및 인도명령을 법원에 제기했다. 사진은 최진실이 안장된 양평 갑산공원 묘지. /더팩트 DB

"도의적 차원에서 이해된다" vs "법적으론 엄연히 무단점유"

[더팩트|강일홍 기자] 아무리 금실 좋은 부부라도 남남으로 갈라설 땐 얘기가 달라진다. 한 부부이혼 전문 여성변호사는 이렇게 말한다. "결혼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끼리의 결합입니다. 살다 보면 부부는 누구라도 갈등을 피할 수 없어요. 그래도 가정이란 울타리 안에 있을 땐 서로 참고 양보하는 관계를 유지합니다. 막상 결별이 현실로 다가서면 달라지죠. 상상할 수 없을만큼 서로 물어뜯고 상처내는 걸 주저하지 않습니다. 특히 재산분배에선 단 1원도 상대방에게 양보하지 않아요."

남녀 간 결별의 상처는 많이 사랑하고 행복했을수록 더 크다고 한다. 시대를 관통하는 우리 대중가요 중에는 흔히 희로애락 인생사를 대변하는 노랫말이 많지만 '님'과 '남'의 극명한 차이를 보여주는 노래가 있다. 90년대초 가수 김명애가 부른 '도로남'이다. '남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를 지우고 님이 되어 만난 사람도 님이라는 글자에 점하나만 찍으면 도로남이 되는 장난 같은 인생사, 가슴 아픈 사연에 울고 있는 사람도 복에 겨워 웃는 사람도 점 하나에 울고 웃는다 점하나에 울고 웃는다 아~인생'.

고 조성민이 남긴 남양주 건물과 토지는 2013년 두 자녀 환희 준희 이름으로 공동상속됐다. 해당 건물에는 1층은 식당으로 임대돼 있고, 3층에 남매의 친조부모가 거주하고 있다. 사진 위는 고 최진실 생전 필자와 인터뷰 모습. /강일홍 기자, 더팩트 DB

◆ 부동산 법적 권리자는 후견인, 토지세-종합부동산세-임대부가세 등 갈등

필자는 최근 고 최진실의 유가족 간 안타까운 얘기를 취재 보도한 바 있다. 두 자녀 환희 준희한테 상속된 재산 중 일부가 재산권리 행사문제로 외할머니(정옥숙씨)와 친조부(조주형씨)가 갈등을 빚다 끝내 소송으로 이어진 사건이다. 대중문화 기자로 30년 넘게 수많은 스타들의 부침을 지켜봐왔지만 때론 알고도 보도할 수 없는 경우가 없지 않다. 이번 역시 처음 소송 사실을 접한 이후 줄곧 반신반의하면서 취재를 한 케이스다. <[단독]고 최진실 자녀 22억 부동산, 유족 간 '재산권 다툼' 소송>

첫 번째 이유는 안타까움이다. 최진실과는 기자와 취재원으로 늘 가까이서 지켜봤고, 생을 마감하기 바로 며칠 전까지 일상적 인터뷰를 한 기억이 있다. 90년대 중반 서울 은평구 갈월동 빌라주택 시절에는 인터뷰가 끝나면 주특기인 김치 수제비를 직접 끓여주며 "이래봬도 내가 못하는 요리가 없다"며 해맑게 웃곤 하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어머니와 사이도 각별했다. 당시 그가 각종 터무니없는 낭설과 소문에 힘들어한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느닷없는 사망 소식은 필자에게도 적잖이 충격을 안겼다.

고 최진실의 어머니 정옥숙 씨는 수년 전 필자에게 세상의 시선과 삶의 어려움을 토로한 적이 있다. "어떤 엄마라도 마찬가지 심정이겠지만 진실이와 진영이는 더 특별해요. 아이들 어려서부터 가난 속에 서로 의지하며 살았으니까요. 그런데 딸 죽고 아들 죽고, 제가 무슨 힘으로 버티겠어요. 뒤따라 가고 싶은 충동과 유혹을 참을 수 있었던 것은 그나마 두 아이(환희 준희) 때문입니다. 떠나면서 자신의 분신을 남겨놨잖아요. 또 다행스럽게도 어린 두 손주들을 키울 수 있게 재산도 남겨놓고 갔고요."

고 최진실의 두 자녀 환희(오른쪽) 준희 남매의 상속재산을 둘러싼 소송이 팬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사진은 남매가 2년 전인 지난 2018년 10월 2일 엄마 故 최진실 10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모습. /남용희 기자

◆ 소송으로 '퇴거 명령', 가해자 없고 피해자만 남은 안타까운 '유족 간 다툼'

고 최진실과 고 조성민이 남긴 재산은 모두 두 자녀 이름으로 상속됐다. 조성민의 아버지와 갈등이 빚어진 이번 남양주 부동산(토지와 건물 감정가 22억) 외에도 현재 어머니와 딸(준희)이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와 또 다른 아파트(임대), 단독주택(임대) 등이 있다. 미성년 남매의 재산권 행사 및 관리 등은 후견인인 정씨가 맡고 있다. 정씨가 부동산 처분 문제로 조성민 부모와 갈등을 빚는다는 사실은 연예계 몇몇 지인들 사이에 이미 알려져 있던 얘기다. 궁금한 대목은 '왜 굳이 소송까지 갔을까'다.

해당 부동산은 조성민이 20여년 전에 아버지 조주형 씨와 구입해 마련했고, 2013년 그가 세상을 떠난 뒤 두 자녀에게 명의이전됐다. '법적 분쟁을 (방지하기)위해 재산을 누나에게 남긴다'는 유서가 뒤늦게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법적 효력을 인정받지 못했다. 설령 연로한 부모님과 당시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누나를 걱정한 의사표현이었더라도 공증하지 않은 유서는 단순 메모지에 불과하다. 결국 갈 곳 없는 조성민 부모는 이후에도 해당 부동산에 계속 머물렀고, 법적으로는 무단 점유였던 셈이다.

정씨는 남매 앞으로 발생하는 토지세, 종합부동산세, 임대료 부가세 등 각종 세금 처리 문제로 힘들어 했다. 해당 건물은 남매에게 상속된 뒤에도 조씨가 관리(생활비 등 사용)했다. 이후 정씨는 남매의 양육 교육 등 생활비를 이유로 조기에 처분하려 했고, 결국 소송을 통해 퇴거명령을 받아내기에 이른다. 이 내용이 보도된 직후 누리꾼들도 뜨겁게 반응했다. 한 마디로 안타까움이었다. 모든 법적 다툼에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기 마련이지만 이번 유가족들 간 분쟁엔 불행한 피해자만 남은 느낌이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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