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김정현'] 부산→서울→할리우드를 향해

배우 김정현은 tvN 사랑의 불시착에서 구승준 역을 맡아 연기 호평을 받았다. /오앤엔터테인먼트 제공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요즘 연예계는 스타도 많고, 연예 매체도 많다. 모처럼 연예인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하는 경우도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대부분의 내용이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도 소속사에서 미리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그대로의 스타를 '내가 본 OOO' 포맷에 담아 사실 그대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올해 목표는 영어 공부로 프리토킹까지"

[더팩트|문수연 기자] 지난 2018년 건강상의 이유로 출연 중이던 MBC 드라마 '시간'에서 중도 하차했던 배우 김정현이 건강 회복 후 제대로 컴백을 알렸다. 갑작스러운 하차 후 긴 시간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오로지 연기로 대중의 평가를 뒤집어놨다.

김정현은 역대 tvN 드라마 최고 시청률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운 tvN '사랑의 불시착'(극본 박지은, 연출 이정효)에서 열연했다. 역대급 사랑을 받은 드라마의 주역인 만큼 조금은 들떠있을 법도 했지만 의외로 그는 "시청자분들께 너무 감사하다"며 담담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18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사랑의 불시착'에 구승준 역으로 출연한 김정현 종영 인터뷰가 진행됐다. 그는 "시청률에 연연하면 안 된다"고 말하면서도 내심 기분 좋은 듯 "마음속에 훈장처럼 달고 인생을 살 수 있어 기쁘다"며 거듭 시청자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놀라운 기록을 세운 작품인 만큼 출연한 모든 배우들에게 의미가 특별하겠지만 김정현에게는 더욱 그랬다. 배우 인생 5년 중 찾아온 가장 큰 위기를 극복하게 해준 작품이기 때문이었다.

배우 김정현은 지난 2018년 건강상의 이유로 잠시 활동을 중단했다. 이후 2019년 tvN 사랑의 불시착으로 복귀했다. /오앤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는 건강 회복 중 이정효 PD와 만났던 순간을 떠올리며 "감독님께서 '너랑 재밌게 작업해보고 싶다'고 하셨다. 대본도 재밌었지만 이정효 PD님에 대한 신뢰 때문에 출연하게 됐다. PD님께서 '놀이터를 만들어줄 테니 놀아줬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같이 작업하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욕심났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오랜만에 시청자에게 얼굴을 비치는 만큼 "잘 해내야지"라는 마음이 누구보다 강했던 김정현이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었다. 그는 "대중이 제 연기를 어떤 관점으로 바라봐주실지 모르기 때문에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지만 그렇게 안 되더라도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좋게 봐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기분 좋게 잘할 수 있었다"며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배우 김정현은 tvN 사랑의 불시착에서 비극적인 결말을 맞았다. /tvN 제공

김정현이 맡은 구승준 캐릭터는 '사랑의 불시착'의 많은 인물들 사이에서도 돋보였고 유독 뜨거운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다. 그는 "극 중 북한에서 능글 맞게 행동할 수 있는 캐릭터 많지 않았는데 승준이가 그랬기 때문에 사랑받지 않았나 싶다. 또 힘든 가정사가 있지만 밝고 능청스럽게 사는 모습을 시청자분들이 예쁘게 봐주신 것 같다"며 웃었다.

하지만 최종회에서는 구승준이 사랑하는 서단(서지혜 분)을 지키다 총을 맞고 숨지는 모습이 그려져 슬픔을 안기기도 했다. 방송 후 '구승준'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를 정도로 충격적인 결말이었다.

"다른 캐릭터들도 총 맞고 안 죽길래 사실 승준이도 살지 않을까 싶었어요. 촬영감독님, 스태프들도 '승준이 안 죽을 거야', '해피엔딩일 거야'라고 하셔서 그렇게 생각했는데 16회 대본을 보니 죽더라고요. 아쉽지만 그래도 실시간 검색어에 오를 정도로 많은 분들이 승준이에게 애정을 가져주셔서 참 감사해요. 그런데 제 이름이 아니라 구승준이 검색어에 올라가니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시청자분들께 승준이가 많이 사랑받았구나 싶어서 기분이 새롭고 좋았어요."

여전히 구승준을 그리워하는 시청자들에게 구승준으로서 마지막 인사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김정현은 "유언처럼 가야 하나"라며 웃더니 "드라마 속에서 죽었지만 어딘가에 숨어 있을 수도 있다. 너무 안타까워하지 말고 어딘가에서 웃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 시청자분들께서 기억해주신다면 승준이는 계속 마음속에 머물러있는 거니까 오래 기억해 달라"고 전했다.

배우 김정현은 tvN 사랑의 불시착 종영 후 짧은 휴식을 취한 후 차기작 검토에 나설 예정이다. /오앤엔터테인먼트 제공

다른 배우들보다 촬영이 조금 일찍 끝난 김정현은 일주일가량 푹 쉬며 체력을 충전했다. 장소 이동이 유독 많았던 촬영이었기에 체력적으로 지쳤던 그는 "촬영 끝나고 나서 회사에 연락하지 말라고 하고 온전히 쉬었다. 이제 여행도 가고 싶고 운동도 하고 싶고 친구들도 보고 싶다. 부모님도 드라마 재밌게 봤다고 해주셔서 고향인 부산에도 잠시 갔다 올까 싶다. 일단 이번 주말까지는 정해진 일정을 소화하고 다음 주쯤 여유가 생기면 뭐할지 계획을 세웠다가 실행해보려고 한다"며 설레는 마음을 드러냈다.

하지만 김정현의 휴식은 그리 길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차기작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올해 안에는 새로운 모습으로 인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는 그는 옆에 앉은 소속사 식구들을 슬쩍 보더니 "회사 분들도 다 듣고 계시니까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배우 김정현은 할리우드 진출을 목표로 삼고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 /오앤엔터테인먼트 제공

뚜렷하게 정해진 계획은 없지만 새해가 시작된 만큼 올해 세운 목표는 있을 듯싶었다. 김정현은 담담한 말투로 답했지만 큰 꿈을 향해 발걸음을 내디디고 있었다.

"최근에 운이 좋게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하셨던 선배님들과 만나게 돼서 좋은 에너지를 많이 받았어요. 선배님들이 '외국에서도 한국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와 표준어를 완벽히 구사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처럼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서 그런 현장(할리우드)에 서고 싶어요. 사실 오스카 이후부터 영어 공부를 시작해서 외국 영화를 자막 없이 보고, 영어 잘하는 친구들과 영어로 대화하고 있어요. 현재 영어 실력은 아주 기초적인 단계지만 차근차근 쌓아가서 기본기가 잡히면 올해 안에 프리토킹을 하고 싶어요."

예상보다 큰 꿈을 갖고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기고 있는 그를 보니 '야망 있는 배우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가 바라는 배우로서의 최종 목표는 어떠한 작품이나 성적이 아니었다.

"꾸준히 작품으로 이야기하고 메시지를 전하는 게 꿈이고 목표예요. 두루뭉술하지만 이루기 참 힘든 것 같아요. 회자가 되는 작품, 누군가의 인생을 바꾼 작품에서 연기한다는 건 참 귀한 일인 것 같아요. 제가 할 수 있는 대화법(연기)으로 메시지를 공유하면서 제 삶도, 시청자분들 마음도 풍요로워졌으면 좋겠어요. 죽을 때까지 그렇게 노력한다면 꿈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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