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글로벌화의 선례
[더팩트|박슬기 기자] "'기생충'이 한국영화의 신기원을 열었습니다."
한국의 영화·대중문화평론가들이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의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 소식에 이 같이 평했다. 이현경 영화평론가,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더팩트>에 "'기생충'의 수상은 한국영화 글로벌화의 선례가 됐다"며 "새로운 길을 열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영화 '기생충'은 9일(현지 시간) 오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등 4관왕을 차지했다. 이는 101년 한국영화 역사상, 그리고 아카데미 92년 사상 최초의 일이다.
이현경 영화평론가는 <더팩트>에 "'기생충'이 아카데미의 빅5(최우수작품상·감독상·남우주연상·여우주연상·각본상)에서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등 무려 3개를 받았다"며 "이는 아카데미 시상식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시아권 영화가 최고작품상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백인 중심, 미국 영화 중심이던 아카데미 시상식이 '기생충'을 계기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평론가는 이와 관련해 "해외 유력 매체들과 영화 전문가들은 '1917'이 최고작품상을 수상할 거라 예상했다. 그런데 '기생충'이 예상을 깨고 이 상을 받았다"며 "여러 의미에서 정말 이례적인 일이다"라고 말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기생충'의 수상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의 지역적인 이미지가 깨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아카데미의 변화와 한국영화가 로컬의 한계를 벗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평했다.
정 평론가는 "그동안 아카데미는 로컬영화제라는 걸 극명하게 드러냈다. 하지만 외국어작품상을 국제장편영화상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변화한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름을 바꾸고 그 부문에서 '기생충'이 상을 받은 건 큰 의미가 있다. 여기에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각본상까지 받았다는 건 아카데미 시상식이 더이상 로컬 영화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일부 국내외 매체는 '한국 사회를 그린 '기생충'이 미국에서 통할 것 인가'라는 의문의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반지하와 지상, 지하는 한국 사회의 계급과 정서를 보여주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하재근 평론가는 "미국 역시 빈부격차와 계층간의 갈등이 심한 나라기 때문에 '기생충'이 표현한 빈부격차와 자분주의 사회가 공감대를 형성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 평론가 역시 "봉 감독의 장점은 굉장히 지역적인 요소를 외국인들도 공감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라며 "전 세계가 겪고 있는 양극화를 잘 은유하는 작가이기 때문에 해외에서도 통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기생충'의 수상으로 한국영화가 세계화에 한 발 더 다가서는 계기가 됐다. 정 평론가는 "한국영화계가 최근 고민이 많았다"며 "넷플릭스 등 다양한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춰야 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한국의 글로벌화는 할리우드에 가는 것 밖에 없었다"며 "그런데 한국에서 만들어진 '기생충'이 완성도 높은 후반 작업을 통해서 소통에 성공하면서 한국 영화 산업의 새로운 길을 열렸다"고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이현경 평론가는 "'기생충'이 여러가지 기록을 경신했다. 하지만 여기에 도취하기보다는 이 기록들이 어떤 의미가 있고, 앞으로 어떤 지평을 열어야 될 지에 대해서 고민해야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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