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최우수작품상·감독상·각본상·국제장편영화상 4관왕
[더팩트|박슬기 기자]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이 한국 영화 101년 만에 새로운 역사를 썼다. 제92회 아카데미 영화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 등 4관왕을 차지했다.
'기생충'은 10일(이하 한국 시간)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리는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을 받았다. 앞서 이 작품은 국제장편영화상(舊 외국어영화상)을 비롯해 작품상·감독상·각본상·미술상·편집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기생충'은 여러모로 새로운 역사를 썼다.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무려 4개 부문을 수상한 건 물론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최초로 한국 작품이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을 받았다.
특히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거머쥔 영화는 지금껏 단 1편으로, 미국 델버트 맨 감독의 '마티'가 유일하다. 이 작품은 1955년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고, 이듬해 아카데미 작품상을 차지했다. 이후 '기생충'이 무려 65년 만에 뒤를 이었다.
이날 '기생충'은 주요부문 상을 휩쓸고, 최고상까지 받으며 세계 영화인들의 축하를 한 몸에 받았다. 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 조여정, 이선균, 박소담, 최우식, 박명훈, 장혜진 등과 제작사 바른손 E&A 곽신애 대표, 이미경 CJ 부회장 등이 무대에 오르자 객석에 있던 관객들은 일제히 기립해 축하 박수를 보냈다.
곽신애 대표는 "말이 안 나온다. 상상도 해본 적이 없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니까 일단 너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곽 대표는 "지금 이 순간이 굉장히 의미 있고 상징적이고 시의적절한 역사가 쓰여진 기분이 든다"며 "이러한 결정을 해주신 아카데미 회원분들에게 경의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경 부회장이 소감을 밝혔다. 이 부회장은 "지원해주신 모든 분들, '기생충'에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 사랑해주신 모든 분들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저희의 꿈을 만들기 위해 항상 지원해주셨다. 불가능해보일지라도 지원해주셨다"며 "정말 감사한 건 한국영화를 보러 가주시는 분들이다. 그 덕분에 저희가 안주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감독상과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을 받은 봉 감독은 재치있는 소감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의 분위기를 밝혔다. 각본상을 받은 그는 "시나리오를 쓴다는 게 고독하고 외로운 작업이다. 국가를 대표해서 쓰는 건 아닌데"라며 "이 상은 한국이 받은 최초의 오스카상"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국제장편영화상을 받은 봉 감독은 "카테고리 이름이 바뀌지 않았나. 외국어영화상에서 국제장편영화상으로 이름이 바뀐 첫 번째 상을 받게 돼서 의미가 깊다"며 "그 이름이 상징하는 바가 있는데 오스카가 추구하는 방향에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기생충'의 기적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봉준호 감독이 내로라하는 세계적인 거장 감독들을 제치고 감독상을 받은 것이다. 봉 감독은 마틴 스코세이지('아이리시맨')와 토드 필립스('조커'), 샘 멘데스('1917'), 쿠엔틴 타란티노('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등과 경쟁을 펼쳤다.
봉 감독은 "국제장편영화상을 받고 '이제 할 일이 끝났구나'라고 생각했다. 너무 감사하다. 어렸을 때 제가 가슴에 새긴 말이 있다"며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일'이라고 한 말이 있다. 마틴 스콜세이지의 책에서였다"며 "마틴의 영화를 많이 봤다"며 자신에게 영감을 준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이어 그는 쿠엔틴 타란티노, 토드 필립스, 샘 맨데스에게 감사를 표하며 "오스카에서 허락한다면 텍사스 전기톱으로 5겹으로 잘라 나눠갖고 싶다"며 재치있는 소감을 밝혔다.
'기생충'은 '아카데미 전초전'이라 불리는 제77회 골든글로브에서 한국영화 사상 최초로 외국어영화상을 받고, 지난해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는 등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인정을 받았다. 이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향한 여정이 시작됐고, 수상에 대한 기대와 희망은 현실이 됐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내로라하는 배우와 세계적인 거장 감독들이 후보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기생충'과 영화 '1917'이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두 작품 모두 주요 부문에 후보에 올렸다. 하지만 '1917'은 음악효과상, 시각효과상, 촬영상 등 기술 부문 수상에 그쳤다.
올해 최대 수상작은 역시나 '기생충'이다. 앞서 최다 부문 후보에 오른 '조커'는 남우주연상과 음악상만을 거머쥐었다. '조커'는 작품·감독·남우주연상·각색·촬영·편집·음향 편집·음향믹싱·음악·분장·의상상 등 11개 부문에 올랐지만, 2개 부문을 제외하고 수상에 불발했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와 '포드V페라리'도 2관왕을 차지했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남우조연상과 미술상을, '포드V페라리'는 편집상과 음향 편집상을 차지했다.
이처럼 '기생충'은 지난해 제72회 칸 국제영화제로 한국 영화 100년의 역사를 쓰고,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으로 신화를 만들었다.
아카데미상은 '오스카상'이라고도 하며, 미국 영화업자와 사회법인 영화예술 아카데미협회(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 Sciences)가 수여하는 미국 최대의 영화상이다.
이하 제92회 수상자(작) 명단
▲작품상='기생충'
▲감독상=봉준호('기생충')
▲남우주연상=호아킨 피닉스('조커')
▲남우조연상= 브래드피트('원스 어 폰어 타임 인 할리우드')
▲여우주연상=르네 젤위거('주디')
▲여우조연상=로라 던('결혼 이야기')
▲편집상='포드V페라리'
▲국제장편영화상='기생충'
▲촬영상='1917'
▲각본상='기생충'
▲각색상='조조래빗'
▲단편 다큐멘터리상='러닝 투 스케이트보드 인 어워존'
▲장편 다큐멘터리상='아메리칸 팩토리'
▲단편 애니메이션상='헤어 러브'
▲장편 애니메이션상='토이 스토리4'
▲음악상='조커'
▲주제가상='로켓맨'
▲시각효과상='1917'
▲분장상='밤쉘'
▲의상상='작은 아씨들'
▲미술상='원스어폰어 타임 인 할리우드'
▲음향 편집상='포드V페라리'
▲음향 효과상='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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