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로 뭉친 하정우·김남길
[더팩트|박슬기 기자] 분명 처음 보는 영화인데 익숙하다. 그동안 봐왔던 공포영화의 클리셰를 범벅했기 때문이다. 신선함은 그 어떤 곳에서 찾아볼 수 없고, 무거움을 해소하기 위한 유머 코드는 오히려 영화를 망쳐버렸다. 여러모로 아쉬움만 남긴 영화 '클로젯'(감독 김광빈)이다.
'클로젯'은 굿판을 벌이는 무당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오래된 비디오 영상 속 무당의 모습은 공포감을 형성한다. 특히 무당을 연기한 박지아는 앞서 영화 '창궐' '곤지암' '기담'은 물론 드라마 '손 the guest' 등 공포물에서 활약한 전문 배우인 만큼 높은 몰입도를 주지만, 진부함은 피할 수 없다.
이 작품은 벽장과 아동학대 소재를 결합했다. 교통사고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게 된 딸 이나(허율 분)와 아빠 상원(하정우 분)이 한적한 곳으로 이사를 갔다가 겪는 기이한 현상을 담았다. 이 과정에서 딸 이나는 "뭣이 중헌디"를 외치던 '곡성' 속 효진(김환희 분)을 떠올리게 한다. 묘한 웃음을 짓는 표정과 귀신에 씌여 소리를 지르는 모습이 닮아있다. 연기는 잘하지만, 특색이 없다.
여기에 퇴마사 경훈(김남길 분)의 퇴마 의식과 까마귀 등은 '검은사제들'과 '사바하' 등 다양한 오컬트 영화를 떠오르게 한다. 김광빈 감독은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참고한 영화는 없다"고 했지만, 몇몇 장면만으로 이미 여러 영화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영화의 본격적인 이야기는 상원과 경훈이 만나면서 시작된다. 하지만 오히려 두 사람의 '케미'가 몰입도를 낮춘다.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한 만담 아닌 만담을 하는데, 웃어야 될지 울어야 될지 모르는 장면들이 등장한다. 오히려 진지한 분위기로만 밀고 갔다면 좀 더 완성도 있는 영화가 탄생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든다. 김남길의 연기 역시 작위적이라 아쉽다. 부성애 연기를 펼친 하정우는 무난하다.
또 김 감독은 클로젯(옷장)을 통해 이계를 표현했다. 드라마틱한 효과를 주기 위해 미술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마치 놀이공원에 있는 '귀신의 집'같다. 미지의 공간 보다는 현실적인 느낌이 강하다. 특히 영화에 등장하는 귀신 그림마저 다른 공포영화와 똑같은데, 참고로 이 그림은 하정우가 그렸다.
'클로젯'은 바쁜 일상에 쫓기는 아버지와 방치된 아이의 모습을 통해 현대 사회 가족의 단면을 그렸다. 학대받는 아이들의 고통을 공포물로 표현하며 신선한 시도를 했지만, 영화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들이 진부해 아쉬움을 자아낸다.
5일 개봉했으며 상영 시간은 98분, 15세 이상 관람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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