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요즘 연예계는 스타도 많고, 연예 매체도 많다. 모처럼 연예인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하는 경우도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대부분의 내용이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도 소속사에서 미리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그대로의 스타를 '내가 본 OOO' 포맷에 담아 사실 그대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극 중 딸 잃은 아버지 상원 役
[더팩트|박슬기 기자] 하정우는 언제나 유쾌한 에너지를 뿜어낸다. 말 한마디를 할 때도 '재치 한 스푼'을 넣어 그가 있는 자리는 언제나 웃음이 넘쳐난다. 다작을 하는 탓(?)에 대중과 자주 만나는 하정우지만, 그의 유쾌함은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매력을 느끼게 한다.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오는 2월 5일 개봉을 앞둔 영화 '클로젯'의 주인공 하정우를 만났다. 그는 "한 달 차이로 작품이 나와서 저를 보는 게 지겨울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며 인터뷰의 분위기를 밝혔다.
이번 작품에서 하정우는 실제 밝은 성격과 정반대 인물을 연기했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 딸을 찾는 아빠 상원 역을 맡아 웃음기를 뺐다. 특히 '클로젯'을 통해 처음으로 공포영화에 도전한 하정우는 "공포영화를 잘 못 보는데 제가 참여한 영화라서 괜찮았다"라며 미소 지었다.
"악동 기질이 있나 봐요. 나는 당하고 싶지 않은데 남은 놀래게 하고 싶더라고요. 하하. 남이 무엇을 싫어하는지 정확히 알기 때문에 재밌었던 것 같아요. 김광빈 감독도 호러 영화 마니아라서 더 재밌게 작업할 수 있었던 것 같네요."
'클로젯'은 이사한 새집에서 딸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후, 딸을 찾아 나선 아빠에게 사건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의문의 남자가 찾아오며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이 작품을 연출한 김광빈 감독은 하정우의 대학 후배로 2005년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에서 스태프와 배우로 만나 15년 만에 재회했다.
"김광빈 감독과 오랜만에 얼굴 보는 자리에서 우연히 시나리오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때 함께 있던 윤종빈 감독이 저보고 '형이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해서 하게 됐죠. 시나리오를 다시 읽었더니 괜찮더라고요. 그러고 나서 방향성을 정하고, (김)남길이가 합류해서 함께 만들게 됐죠."
공포영화인 만큼 "현장에서 귀신을 본 적 있냐?"고 묻자 그는 "없었다. 누가 찹쌀이나 이런 걸 많이 뿌려놨을 거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하정우는 전작 '백두산'에 이어 '클로젯'에서도 부성애 연기를 펼쳤다. '백두산'에서는 태어나지 않은 아이에 대한 설렘을 표현했다면, 이번 작품에선 무관심으로 일관한 딸에게 미안함을 표하는 아버지다.
"극 중에서 맡은 상원은 딸을 대하는 게 어색한 사람이에요. 출장도 많아서 딸하고 같은 공간에 있을 때 어떻게 말해야 할 지도 모르고, 어떻게 사과해야 할지도 모르는 사람이죠. 와이프가 죽고, 딸을 맡아야 한다는 게 이 친구한테는 엄청난 스트레스인 거죠. 상원도 어쩌면 부모님께 비슷한 경험을 겪어서 어설프고 부족했던 거죠. 그런 감정을 중심으로 연기했습니다."
하지만 영화에 대한 아쉬운 점도 있다. 아동학대와 관련한 공포영화 소재에 등장하는 코믹한 장면이 흐름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하정우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며 유연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항상 작품이 개봉할 때마다 '더 해야 했는데' '덜 해야 했는데'라는 아쉬움이 생기는 것 같아요. '클로젯'에선 너무 진지하면 무거우니까 중간마다 무거운 분위기를 중화시키는 역할로 코믹한 장면을 넣었던 것 같아요. 다음 작품에서는 오차의 범위를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처럼 '클로젯'에는 하정우와 김남길이 만남을 통해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들이 등장한다. 김남길의 캐릭터가 활기를 불어넣는데 하정우는 "재밌는 연기를 잘하더라"며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인간 김남길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영화에서 보여준 재치 있는 모습들을 유연하게 잘 소화하더라고요. 김남길의 평소 모습과 또 드라마에서 모여준 모습들과 비슷한 것 같아요. 하하."
하정우는 배우뿐만 아니라 제작자, 감독, 화가 등으로도 활동 중이다. 그는 '클로젯'과 '백두산' 제작에 참여했으며 앞서 '허삼관 매혈기' '롤러코스터' 등의 연출을 맡아 감독으로 활약했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는 앞으로 계획에 대해 "감독으로는 내후년쯤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항상 내년, 내후년 이라고 한 것 같은데, 시간이 이렇게 빨리 간다"며 민망한 듯 웃었다.
앞서 그는 '신과 함께' 시리즈와 '1987' '터널' '아가씨' '베를린' '범죄와의 전쟁' 등 다수의 작품으로 연기력과 흥행력을 인정받았다. 때론 카리스마 있는 캐릭터로, 때론 유쾌한 모습으로 자신만의 캐릭터를 완성한 그는 이제 대중에게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 잡았다.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하고 싶어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기획되고 있는 작품들의 그리 다양하지 않죠. 색다른 걸 하려면 저예산으로 자신이 기획하고, 만들 수밖에 없거든요. '클로젯'도 그런 셈이에요. 오랜만에 공포영화가 나왔는데,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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