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의 스페셜인터뷰71-채정안] '여배우 주당' 접고 '뷰티 토크' MC 된 '#정안룩 스타'

매사 과하거나 오버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배우 채정안은 평생 연기를 위해선 마라톤을 하듯 적당한 호흡과 페이스를 지키며 달려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임세준 기자

90년대 테크노 가수 경력 '멀티 엔터테이너'..."예쁘다보다 유머있다는 말이 더 좋다"

[더팩트|강일홍 기자] 배우 채정안(42)은 90년대 후반 가수와 연기자로 동시에 활동하며 주목을 받은 원조 멀티엔터테이너다. 20대 시절 테크노 댄스 곡 '편지'를 히트시키며 가요계 트렌드의 한 축을 이끌었다. 팬들 중엔 여전히 그를 가수로 떠올리기도 한다.

배우는 자신이 출연한 작품 속에 그려지는 이미지나 캐릭터를 그대로 품고 사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그의 이미지는 '커피프린스 1호점'(한유주) '카인과 아벨'(김서연) '용팔이'(이채영) 등을 거치며 방송계가 주목하는 '시크한 차도녀'로 각인됐다.

그를 둘러싼 '도도한 이미지'는 아마도 돈과 권력을 움켜 쥔 '힘 있는 여자'를 많이 연기한 것과 무관치 않다. 이는 배우에게 긍정적 카리스마를 내뿜기도 하지만 때론 이유없이 거리감이 생기는 부정적 이미지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실제 채정안은 '예쁘다'는 말보다 '웃긴다'는 말이 더 기분 좋을 만큼 평소 성격이 쾌활 모드다. 그는 "주로 돈과 권력을 움켜 쥔 힘 있는 여자 역할을 맡다보니 본래 모습과 다르게 비쳤다"면서 "이런 편견은 일정 부분 감수하고 극복해야할 대상"이라고 했다.

채정안은 최근 케이블 채널의 연예 뷰티쇼 MC로 마이크 앞에 섰다. 솔직담백한 호탕함과 순발력 넘치는 예능감은 '썸남썸녀' '아는형님' 등에서 이미 확인됐지만, 드라마속 이미지와는 확연히 다르다. 그를 직접 만나봤다. 스페셜인터뷰는 지난 9일 서울 압구정동 소속사 에스팀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차가운 이미지 바꿔주세요. 채정안의 실제 성격은 예쁘다는 말보다 웃긴다는 말이 더 기분 좋다고 할 만큼 쾌활 모드다. 스페셜 인터뷰는 지난 9일 서울 압구정동 소속사 에스팀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임세준 기자

-그동안 여러 예능프로그램에서 반전매력을 발산해 화제가 됐는데 최근 패션과 토크를 결합한 연애 뷰티쇼 MC로 직접 마이크를 잡았다.

예뻐지고 싶은 건 모든 여자들의 소망이잖아요. 이런 니즈와 관심사를 뷰티 노하우로 엮는 토크 프로그램이에요. 뷰티, 패션, 스타일링 등 평소 제 관심사와도 일치하는 부분이어서 방송 자체만으로 흥미진진해요. 즐기면서 일하는 느낌 같은, 뭐 그런 거 있잖아요. 뷰티방송이란 콘셉트에 맞게 '예쁘게 잘 나왔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하죠. 기분 좋을 땐 방송 중이라도 목젖이 보일 만큼 호탕하게 웃는 게 원래 제 스타일인데 프로그램 색깔을 감안해 최대한 차분하고 안정적으로 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채정안은 채널A PLUS의 본격 연애 고민 뷰티 쇼 '꽉찬Beauty'(매주 일요일 오후 10시30분)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연말 첫 방송 후 12일까지 세 차례 방영된 객관적 평가는 채정안만의 매력과 색깔로 확실히 차별화했다는 반응이다. 특히 '내숭없는 19금 토크'를 연상할 만큼 그의 솔직한 입담이 재미를 더한다. 이런 활약 덕분에 디자이너 박윤희와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나겸, 걸크러시 장승연으로 구성된 3인의 뷰티 패널 군단도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며 빛을 더하고 있다.

-패셔니스타로 유명한데 최근엔 인스타그램 '#정안룩'이 SNS상에서 이슈가 되고 있다. 스타일링에 특별히 중시하는 부분이 있나?

똑같은 옷을 입어도 뭔가 있어 보이는 사람들이 있어요. 분명히 옷은 같은데 입은 사람에 따라 뚜렷이 달라보이죠. 그런 느낌은 '옷 좀 안다'는 자신감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그냥 예뻐 보여서 아무 생각없이 입는 게 아니라 옷을 잘 이해하고 옷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누리는 특권이랄까요. 그리고 저는 한 가지 스타일에만 고정되지 않도록 신경을 써요. 가끔은 안 입어 본 스타일에도 꾸준히 도전해서 두려움을 없애려고 노력하는 편이죠.

채정안은 자타공인 뷰티의 아이콘이고, SNS에 사진을 올릴 때마다 많은 패션&뷰티 피플들에게 관심을 받는 패셔니스타다. 학창시절부터 친구들 사이에 여성스러움과 러블리한 스타일의 '옷 잘 입는' 예쁜 아이로 각인됐다. '정안룩'은 해시태그로 입소문이 나면서 상징성 가진 SNS 브랜드가 됐다. 그는 "상업적 느낌을 내지 않으면서 더 폭넓게 팬들과 소통하고 싶다"면서 "요즘엔 '예쁘다'는 말보다 유머있다고 해주면 더 기분이 좋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자타공인 뷰티의 아이콘. 채정안은 SNS에 소소한 일상 사진만 올려도 많은 패션&뷰티 피플들에게 관심을 받는 패셔니스타다. 사진 왼쪽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2019 S/S 헤라서울패션위크, 오른쪽은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패션 매거진 2018 W korea 주최 유방암 인식 향상 캠페인 자선행사 당시. /더팩트 DB

-'배우 채정안' 하면 왠지 차가운 이미지로 비친 느낌이 없지 않다. 실제론 그렇지 않다고 들었는데 왜 그렇다고 생각하나.

그동안 제가 맡았던 역할이 만들어낸 이미지 때문이에요. 제 모습은 주로 돈이 많거나 권력을 가진 캐릭터였어요. 시청자들이 바라보는 시선은 상대적으로 시크하게 보이거나 홀로 외롭게 보였을 수 있죠. 그런 느낌이 강하게 비치다보니 때로 극중 누군가를 지지해주고 서포트하는 따뜻한 모습은 덮여지는 것 같아요. 당연히 많이 억울하죠. 빈말 아니고, 자랑도 아니고, 정말 남들이 모르는 부드럽고 따뜻한 구석이 많아요. 보이는 것과 실제 모습은 많이 다르죠. 가끔은 제가 깨방정 떠는 수다쟁이가 아닌가 스스로 놀라기도 해요.

채정안의 이미지는 2007년 MBC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비롯됐다. 그에겐 배우 인생작이랄 수 있는 이 작품을 통해 '불꽃 같은 여자 한유주'를 그려냈다. 자유분방하고, 섹시하면서도, 섬세하고,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스스럼 없는 태도에서 자신도 모를 그만의 색깔을 채색했다. 이후에도 '카인과 아벨'(김서연) '용팔이'(이채영) 등을 거치며 방송계가 주목하는 '시크한 차도녀'로 각인됐다. 채정안은 "배우라서 만들어진 이미지는 나이에 걸맞는 건강한 카리스마로 이어가고 싶다"고 희망했다.

-'리갈하이'(2019) '슈츠'(2018) '맨투맨'(2017) '딴따라'(2016) 등 최근까지도 매년 꾸준히 연기활동을 해오고 있다.

연기자는 가끔 캐릭터에 모험을 거는 독기가 있어야한다는 데 공감해요. 배우가 작품에 욕심이 없다는 건 거짓말이에요. 저 역시 연기 욕심이 없는 건 아니지만 '헝그리 정신이 부족하다'는 말은 가끔 들어요. 아마도 저는 제 스타일을 고수하며 과하거나 오버하지 않아서 그렇게 비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역할을 하든 저는 주어진 캐릭터에 충실하고, 한도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켜왔어요. 연기자도 평생 연기를 위해선 마라톤을 하듯 페이스를 지키며 달려가는 게 맞다고 믿어요.

공교롭게도 최근작인 드라마 '슈츠'는 미국 드라마가 원작이고, '리갈하이'는 일본 드라마를 각색한 작품이다. '슈츠'에서 그가 연기한 홍다함은 예리한 눈썰미와 넘치는 센스, 반짝이는 재치, 모르는 게 없는 풍부한 지식과 빠른 판단력을 장착한 인물이었다. 장동건과 호흡도 완벽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럼에도 그는 "미세한 문화적 차이까지는 피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갖고 있다. 연기 욕심을 떨칠 수 없는 천생 연기자란 얘기다. 처음으로 엄마 역할을 한 '맨투맨'은 또 다른 연기 스펙트럼과 가능성을 남겨줬다.

13년이 지났어도 한유주 얘기는 요즘도 많이들 해요. 2007년에 출연한 커피프린스 1호점은 배우로 다시 돌아온 그에게 필생의 인생작으로 남아있다. /임세준 기자

-어느덧 25년차 배우다. 가수 활동 직전 풋풋했던 신인 배우 시절과 어떤 차이가 생겼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이미 아시는 것처럼 전 여고시절 존슨즈 베이비 모델로 출발했잖아요. 그 나이엔 다 그렇듯 막연히 배우를 동경할 순 있어도 연기에 대한 신념이 없었죠. 어쩌면 아무 것도 몰라 더 상큼발랄함을 살릴 수 있었는지도 모르고요. 가수 데뷔도 비슷해요. 어려서부터 음악에 대한 열정과 관심이 있었던 건 맞지만 제 의지라기보다는 당시 연예계 분위기와 맞닿아 있었어요. 테크노 장르가 유행하던 때였고, 소속사가 향후 연기와 춤 노래까지 염두에 둔 멀티엔터테이너로 저를 앞세운 거죠. 배우로서 여전히 배울 게 많지만 이전까지 강약조절이 부족했다면 이제는 좀더 유연함으로 내려다볼 수는 있을 것 같아요.

그가 연기자로 거듭난 것은 정작 가수를 그만 둔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다. 2007년에 출연한 '커피프린스 1호점'은 배우로 다시 돌아온 그에게 필생의 인생작으로 남아 있다. 13년이 지난 지금도 그의 팬들은 SNS에 '커피프린스' 한유주의 차도녀 이미지를 언급할 정도다. 남장 여주인공 고은찬(윤은혜)보다 오히려 한유주 캐릭터가 여성들의 동경을 받으면서 채정안의 인기는 폭등했다. 그는 "시크함도 좋지만 밝고 환하게 웃는 제 본모습을 드라마 속에 제대로 비춰내고 싶다"고 말했다.

-한때 이정현과 가요계 테크노 열풍을 주도한 주역으로 활약하지 않았나. 가수로서 아쉬움은 없는지 궁금하다.

아쉬울 것까진 없고 굳이 말씀 드린다면 후회는 없죠. 지금 다시 하라고 해도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돌이켜보면 가수로는 짧고 굵게, 그리고 강렬하게 제 색깔을 낸 시간이었어요. 강 기자님이 더 잘 아시는 것처럼 그때까지만 해도 가수는 소속사의 지침과 방향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었잖아요. 저는 당시 소속사가 시키는대로 그저 열심히 한 기억 뿐이에요. 작곡가 주영훈 씨의 곡을 준비하다 가수활동을 중단하는 바람에 불발됐는데 굳이 아쉬움이 남는다면 그 부분이고, 저도 그 결과가 어땠을지 궁금하긴 해요.

채정안은 1999년 테크노 장르곡 '무정'(최준영 작곡)을 발표하고 가요계 트렌드를 뜨겁게 주도했다. 짧은 시간 내 가수로 강한 인지도를 쌓았고 각종 가요상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채정안의 가수 활동이 가수 이정현과 많이 비교되는 이유는 같은 테크노 장르인 '무정'과 '와'의 작곡자가 같다. 소속사도 이정현과 같은 예당엔터테인먼트였고 작곡가의 데뷔 프로듀싱 음반도 비슷한 시기에 냈다. 심지어 채정안의 사실상 마지막 앨범 조차도 이정현의 3집 '미쳐'와 활동이 겹쳤다.

나이에 비해 아직은 젊게 비친다면. 채정안(사진 가운데)은 아직은 청춘 러브스토리 주인공이 더 잘 어울릴 것같다는 얘기를 듣는다. 사진은 KBS 드라마 슈츠 제작발표회 당시. /임세준 기자

-아직은 젊은 엄마 역할보다 청춘 러브스토리 주인공이 더 잘 어울릴 것 같다. 마지막으로 건강한 피부와 볼륨감 넘치는 몸매를 유지하는 비결이 있나.

그 말씀은 듣기만 해도 그냥 행복해지는 것같네요. 드라마 '맨투맨' 때 처음으로 꼬마 아이를 둔 엄마 역할을 했는데 '새 엄마'같다는 얘기를 농담처럼 많이 들었어요. 나이에 비해 아직은 젊게 비친다는 게 솔직히 싫지는 않아요. 여잔 나이 들수록 건강미가 절실하죠. 7년째 하고 있는 필라테스 외엔 특별히 다른 운동은 하지 않아요. 스킨 케어를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하는데 방송이 있는 전날은 빠뜨리지 않고 꼭 해요. 또 마흔살 이전과 달라진 것 중 하나가 바로 건강보조식품을 많이 챙기는 일이고, 무엇보다 주량을 대폭 줄였어요.

채정안은 한때 여배우 중 '주당' 소리를 들을 만큼 술을 즐기는 애주가로 통했다. 천성적으로 흥이 많고, 술이 세서 웬만한 남자 주당들과 대적해도 밀리지 않았을 정도다. 그는 "내숭이 아니라 너무 세면 동행한 남자들이 싫어해서 적당히 조절하며 마신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요즘은 얼마나 마시느냐'는 질문에는 "과음 대신 샴페인을 곁들인 반주 개념으로 마시는 정도"라고 한 발 뺐다. 그는 "그동안 충분히 많이 마신 데다 운동을 하며 건강에 신경을 쓰다보니 저절로 술을 줄이게 되더라"고 했다.

채정안은 SBS 썸남썸녀와 tvN 인생술집 SNL 코리아 시즌 6, jTBC 아는 형님 취향존중 리얼라이프 등에서 돌직구 화법을 쏟아내며 반전 예능감을 선보였다. /임세준 기자

채정안은 1995년 존슨&존슨의 '깨끗한 얼굴선발 대회'를 통해 광고모델로 연예계에 입문한 뒤 이듬해 시트콤 '남자셋 여자셋'에 출연하며 연기자로 데뷔했다. 데뷔 초기 상큼 발랄 이미지 덕분에 그는 당시 최수종 채림 등과 함께 주말극 주요 배역에 발탁되기도 했다.

그는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의외의 반전매력으로 찬사를 들었다. SBS '썸남썸녀'와 tvN '인생술집' 'SNL 코리아 시즌 6', jTBC '아는 형님' '취향존중 리얼라이프' 등에서 돌직구 화법을 쏟아내며 뛰어난 예능감을 선보였다. 실시간 검색어 1위, 시청률 갱신 등 새로운 기록을 달성하며 또 하나의 레전드 에피소드에 등극하기도 했다.

"행복이 결코 먼 데 있는 게 아니더라." 채정안은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 '랑겔한스섬의 오후'에 등장하는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의 의미를 요즘 절감한다고 했다. 그에겐 매일 강아지와 교감하는 순간조차도 기쁨이고 행복이다.

필자와 인터뷰 중에도 채정안은 끊임없이 유쾌한 엔돌핀을 내뿜었다. 그동안 드라마 속 이미지가 차갑고 도도하게 비쳤다면 '억울할 법도 하겠다' 싶었다. 채정안은 "이제라도 부드럽고 사랑스런 정통 멜로 연기를 꼭 해보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그래서일까. 이미 눈빛만으로 2020년 새로운 도약의 기운이 흠뻑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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