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의 연예가클로즈업] '미스터트롯' 폭발, 원조와 모방의 차이

TV조선이 1년간 야심차게 준비해 선보인 미스터트롯은 첫 회에 두 자리 시청률을 훌쩍 뛰어넘었다. 사진은 지난해 방영된 미스트롯의 주요멤버 숙행, 송가인, 김희진, 김소유, 정다경(왼쪽부터) 등이 전국투어 콘서트 당시 리허설 무대. /더팩트 DB

'미스트롯'에 이어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보증수표' 자리매김

[더팩트|강일홍 기자] 송가인을 능가할 최고 남자 트로트 스타가 탄생할까.

남자 트로트 가수 발굴 프로젝트 '미스터트롯'이 뚜껑을 열자마자 폭발했다. 종편채널 TV조선이 1년간 야심차게 준비해 선보인 '미스터트롯'은 첫 회에 두 자리 시청률을 훌쩍 뛰어넘었다. 새해 벽두부터 방송계 전체가 '예능 1회 12.52%'(닐슨코리아 기준)라는 '빅뱅'에 놀라고 있다. 9일 2회 방영을 앞둔 가운데 대폭발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벌써부터 궁금한 대목이다.

대한민국 트로트 열기의 주역은 '미스트롯'이다. 지난해 5월 2일 최종회에서 자그마치 18.1%를 찍었다. 이는 당일 동 시간대 방송된 지상파 인기프로그램을 포함해 종편채널 전체를 통틀어 가장 높은 시청률 기록이다. 방송에서 각종 기록 행진을 벌인 '미스트롯'은 전국투어 콘서트로 트로트 열풍을 일으켰다. '미스트롯'이 첫 방송 당시 5.3%로 출발한 점을 감안하면 이번 '미스터트롯'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치가 어느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승자가 있으면 패자가 있고, 한쪽이 웃으면 누군가 우는 쪽도 생기는 게 세상의 이치다. 당일 같은 시간대에 방영된 MBN '보이스퀸'은 '미스터트롯'의 기세에 밀려 뒷걸음질을 쳤다. 이전까지 나홀로 오디션 열기의 수혜를 맛보며 예능 시청률 1위(종합1위)를 지키다 7%대 3위로 추락했다. 더구나 '보이스퀸'은 주목도가 가장 높을 시기인 7라운드 데스매치(1대1 정면승부)라는 점에서 '미스터트롯'에 사실상 완패라는 굴욕을 맛본 셈이 됐다.

미스터트롯에는 전국의 실력파 아이돌급 트로트 지망생들이 대거 몰리고 다양한 볼거리와 함께 첫 방송부터 높은 시청률로 화제를 이어가고 있다. /미스터트롯 2회 방송예고 캡쳐

◆ 트로트 넘어 전 장르를 표방한 '보이스퀸', 결국 모방과 포맷 배끼기의 '한계'

트렌드는 언제든 바뀌고 관심도 바뀐다. 방송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미스트롯' 이후 트로트 오디션프로그램이 잇달아 선보였다. KNN '골든마이크'가 똑같은 포맷을 벤치마킹한 채 두 달 만에 급조돼 방영됐고, 이어 '보이스퀸'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형식상 '보이스퀸'은 트로트에 한정하지 않고 전 장르를 망라했다는 차이를 주장할 수 있지만 기본 포맷은 '미스트롯'과 다를 바 없다. 원조의 모방이라는 포맷의 배끼기에 지나지 않는다.

혹자는 '어떤 창작품도 오리지널 원조는 없다'고 말한다. 아이가 엄마 입모양을 보고 말을 배우듯 결국은 누군가의 모방과 흉내를 거쳐 새로운 창작품이 탄생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는 흉내에 대한 자위(自慰)이고 변명일 수 있지만 '표절이냐 아니냐'를 가늠하는 정도의 차이는 분명 있다. 과거 한국이 일본 예능 포맷을 배낀 일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흑역사'로 남아있고, 결국 중국의 '한류 베끼기'라는 역습으로 되갚음을 당했다.

'원조 맛집' 주변에는 반드시 '모방 맛집'이 생기게 돼 있고, 실제로 손님이 흘러넘쳐 옆집까지 수혜를 보는 일이 다반사다. 아류와 구분하기 위해 '원조'와 '진짜원조' 등의 웃지못할 간판들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손님들의 입맛까지 속일 수는 없다. 때론 전문가들도 속을 만큼 정교한 가짜명품이 진품 못지 않은 대접을 받을 때가 있지만 역시 서로 맞서면 상황은 달라진다. 방송가를 핫하게 달군 두 프로그램에는 과연 어떤 차이가 있을까.

MBN 보이스퀸은 미스터트롯의 기세에 밀려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전까지 나홀로 오디션 열기의 수혜를 맛보며 예능 시청률 1위(종합1위)를 지키다 지난 2일 미스트롯 첫 방송과 맞붙은 후 3위로 추락했다. 사진은 보이스퀸 녹화장면. /강일홍 기자

◆ '미스+미스터'의 이란성 트로트 쌍둥이 프로젝트 '아이돌급 지망생들' 몰려

'미스터트롯'은 종편 오디션프로그램의 특색과 색깔을 얼마나 극대화했는지를 보여줬다. 우선 노래 경연만이 아니라 다양한 쇼적인 요소들을 가미했다. 이전까지의 트로트가 정통 스타일의 '가요무대'였다면 '미스터트롯'은 다양한 방식의 즐길거리로 엮어냈다. 이는 오디션프로그램이라는 압박감과 불편함을 상쇄시키는 힘이 됐다. 물론 전작 '미스트롯'의 효과도 시너지를 이끈 요소로 작용했겠지만 뚜껑을 연 첫 회부터 단번에 입증이 됐다.

'미스터트롯'이 '미스트롯'처럼 젊은 가수 지망생들의 '승부' '도전' '희망' 등의 단어가 지향점이라면 '보이스퀸'은 한때 가수 꿈을 키웠던 주부들의 애달픈 사연이 배경이다. 감동과 눈물 코드를 이끌어내는 데는 반짝 효과를 낼 수는 있어도, 결국엔 신파극으로 흘러가기 쉬운 데다 '진정한 노래 실력자'를 선별해내는 데는 역부족이란 한계를 피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준비기간이 짧아 충분한 연습이 없었고, 장르가 분산돼 집중력이 부족했다.

'미스트롯' 성공과 '미스터트롯'의 폭발은 방송계에 새로운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종편 채널 개국 이후 줄곧 후위에 뒤처져 체면을 구기고 있던 TV조선의 위상은 달라졌다. 향후 오디션프로그램의 향방에도 가르마를 탄 분위기다. '미스+미스터'의 이란성 트로트 쌍둥이 프로젝트에 전국의 숨은 아이돌급 트로트 지망생들이 대거 몰려들고 트로트 오디션프로그램의 '보증수표'처럼 자리매김했다. '원조'의 가치가 새삼 빛나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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