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주제작사 팬엔터테인먼트, KBS에 방송저작권리 소송 준비
[더팩트|강일홍 기자] '화려한 잔치 뒤에 그들만의 속앓이가 있었다.' 웰메이드 국민 드라마로 열풍을 일으킨 KBS2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이 저작재산권을 둘러싸고 법적 소송에 휘말린 것으로 <더팩트> 취재 결과 확인됐다.
분쟁의 씨앗은 드라마가 대박 히트를 기록한 뒤 발생한 수익금 분배 및 이에 따른 후속 계약서 작성 과정에서 불거졌다. 저작권을 독점한 KBS가 기존 관행대로 총 제작비의 10% 내외만을 추가 지급한다는 결정에 팬엔터테인먼트(이하 팬엔터)가 반발하면서다. 문제가 된 건 제작비 보전 외에 수익금 분배 부분이며, 팬엔터는 드라마 제작비 110억원(회당 5억5000)을 전액 투자했다.
<더팩트>는 복수의 방송 관계자들을 통해 팬엔터가 최근까지 KBS와 모두 3차례 법적 대응 전 단계인 내용증명을 주고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방송가에서는 드라마 종영 직후인 지난해 11월부터 양측 간 갈등을 빚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이 부분에 대해 확인을 요청한 <더팩트>에 팬엔터 관계자는 7일 오전 "분배금과 관련해 내용증명이 오간 사실은 맞지만 현재 진행 중인 미묘한 사안들이 많아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수는 없다"고 말을 아꼈다.
외주사가 드라마 편성권을 가진 방송사와 저작재산권 분쟁에 나서는 일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방송가에서는 드라마 제작비를 둘러싼 불평등 관행이 바뀔 수 있을지에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저작재산권은 저작자가 자신의 저작물에 대해 갖는 배타적인 이용권을 말한다. 팬엔터는 기획단계부터 작가진 구성(대본) 배우 캐스팅(공동) 등 전 과정을 직접 개입해 진행해왔기 때문에 KBS의 저작권 독점은 부당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드라마의 경우 팬엔터가 전액 투자했고, KBS는 연출(파견 PD)을 맡았다.
팬엔터는 이를 근거로 저작권 귀속 및 적정한 수익 분배를 법적으로 따진다는 입장이다. 콘텐츠산업진흥법 및 방송프로그램 제작 표준계약서에 따르면 제작비는 프로그램의 분량, 장르, 제작기여도, 저작권 귀속, 인건비, 관리비, 적정 수익 등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방송사와 제작사가 협의하도록 돼있다.
팬엔터는 2000년대 초 한류를 주도한 드라마 '겨울연가'를 비롯해 '장밋빛 인생' '태양인 이제마' '소문난 칠공주' '찬란한 유산' '해를 품은 달' '백년의 유산' '갑동이' 등 수많은 히트 드라마를 탄생시킨 제작사다. 외주사 중에선 삼화프로덕션과 함께 국내 대형 드라마 제작사로 꼽히는 곳이다.
방송가에서는 이번 드라마 성공으로 최소 300억에서 향후 예상되는 미래가치를 포함해 최대 400억까지 매출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동백꽃 필 무렵'은 총 20부작(중간광고 분리 40부)이 방영되는 동안 완판을 기록하며 약 100억원 가량 광고수익을 냈고, 넷플릭스에도 비슷한 수준의 액수로 판매됐다.
이 외에 IPTV와 케이블 VOD, 웹하드 및 웨이브(어플) 서비스 등 부가수익도 크게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드라마가 흥행 폭발하면서 KBS는 제작비 110억원(팬엔터 투자분)을 빼고도 200억 이상 수익이 날 것이란 게 방송가 안팎의 예상이다.
KBS 드라마센터 관계자는 팬엔터와의 갈등에 대해 "현재 협상중이고 조정중인 사안인데 팬이 룰을 어기고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이라면서 "협상이란게 쉽게 끝날 수도 있지만 사안에 따라 밀고 당기며 시간이 걸릴 수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또 "팬엔터가 법적 대응을 한다는 부분은 예상하지 못했지만 분배금 조정중에 내용증명을 보냈고, 이에 KBS가 답변을 한 상태"라고 말했다.
'동백꽃 필 무렵'은 마지막회 시청률 23.8%를 찍으며 2019년 하반기 최고 미니시리즈로 평가받았다. 남녀 주인공을 맡은 공효진(동백)과 강하늘(황용식)의 명품연기도 방영기간 내내 전국민적 화제를 모았다.
연말 진행된 2019 KBS 연기대상에서는 대상(공효진)을 비롯해 최우수상(강하늘) 네티즌상(강하늘) 신인상(손담비) 조연상(오정세 염혜란) 베스트커플상(공효진 강하늘/오정세 염혜란) 우수상(김지석 이정은) 등을 무더기 수상하는 등 모두 12관왕에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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