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정황만 있는 '사재기 의혹'…폭탄 과연 터질까

SBS 그것이 알고싶다가 가요계 음원 사재기 의혹과 관련해 여러 제보와 증언을 바탕으로 정황증거들을 제시했다. /방송캡처

'그것이 알고싶다' 보도 후 의심 지목 가수들 재차 반박

[더팩트 | 정병근 기자] '사재기 의혹' 폭탄에 불이 붙었다. 정황증거는 충분한데 직접증거가 없다. 좀 타다 꺼질지 마침내 터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해 11월 가수 박경이 던진 공을 SBS '그것이 알고싶다'가 받았다. 지난 4일 방송에 담긴 내용들은 그동안 '사재기 의혹'의 시발점인 새벽 시간대 급격한 이용량 증가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바이럴 마케팅의 실질적 효과, 음원사이트 아이디 거래 등을 구체적으로 다뤘다.

'바이럴 마케팅 그 자체만으로는 음원차트 순위에 큰 영향을 못 준다', '음악이 자동 재생되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손쉽게 만들 수 있다', ' 접속 가능한 아이디 대량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제보들과 '사재기 제안을 받았다는 가수들의 증언'은 꽤 구체적이고 신빙성이 있었다.

가요계에 '사재기가 존재한다'고 충분히 의심할 만한 정황증거들이다. 하지만 의심 대상자들은 하나같이 바이럴 마케팅 효과라고 주장한다.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후 닐로의 소속사 리메즈엔터테인먼트는 "다시 음원 사재기와 관련하여 당사는 아니라고, 하지 않았다고 공허한 메아리처럼 입장을 되풀이해야 되는 작금의 상황이 너무나 절망스럽다"며 재차 사재기 의혹을 부인했다.

바이브 소속사 메이저나인은 "방송 내용은 마치 저희가 진행했던 마케팅이 음원 사재기 의혹을 피하기 위한 겉치레일 뿐이며, 실제로는 사재기 업자를 통해 음원 사재기를 진행했다는 식의 오해를 불러올 수 있게 편집되어 있었다"며 해명 자료 일부를 간단히 정리해 공개했다.

'마케팅에 사용된 비용은 곡당 평균 2000만원', '2018년 4월부터 발표한 타이틀곡 총 24곡 중 멜론 일간차트 3위 이내의 곡 8곡에 제작비 회수가 불가능한 실패한 곡 14곡', '가온 월간차트 1위를 해도 소위 사재기 작업 비용을 지불할 경우 적자' 등의 내용이다.

바이브의 소속사와 윤민수(사진)이 사재기 의혹과 관련해 강력하게 부인하며 참담한 심정을 전했다. /더팩트 DB

그러면서 "'그것이 알고싶다'에 의혹 해명 뿐만 아니라 왜 현재 마케팅에 의해 차트인하는 현상이 일어나는가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이해하는데 매우 힘들어했다"며 "이런 내용을 짧은 입장문이나 제한된 시간의 간담회를 통해 해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그들의 표현대로 위 내용들 역시 수많은 자료 중 일부라 해명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억울함을 해소시킬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부분을 발췌해 적은 내용일 것인데 "사재기를 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한 근거라고 하기엔 매우 빈약하고 허술하다.

바이브 멤버 윤민수가 6일 자신의 SNS에 "그 누구보다 음악을 사랑하고 해왔던 22년", "누군가 툭 던진 말에 맞아죽는다", "제발 확실히 조사하고 밝혀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바이브는 사재기를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음에도 여전히 의심의 목소리가 더 큰 이유다.

가요계에 불신이 싹트고 누군가는 참담하고 억울하다는데 키를 쥐고 있는 음원사이트는 뒷짐만 지고 있다. 연예 기획사 관계자들은 "차트 방식을 잘 아는 건 음원사이트다. 100% 눈 감는 것", "돈이 되니까 크게 후벼파고 싶진 않은 것"이라고 말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실적으로 사재기 의혹을 확실하게 밝힐 수 있는 직접증거가 나오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또 이대로 넘어간다면 더 교묘해진 각종 편법이 가요계 생태계를 좀먹게 된다. 터질 폭탄이라면 더 늦기 전에 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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