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이상윤'] "연기 지적? 노렸어요"

배우 이상윤은 화제 속에 막을 내린 SBS VIP에서 박성준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요즘 연예계는 스타도 많고, 연예 매체도 많다. 모처럼 연예인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하는 경우도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대부분의 내용이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도 소속사에서 미리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그대로의 스타를 '내가 본 OOO' 포맷에 담아 사실 그대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VIP' 모든 인물 사랑해주세요"

[더팩트|문수연 기자] 작품의 인기는 갈수록 뜨거워졌지만 그를 향한 비난은 거세졌다. SBS 월화드라마 'VIP'(극본 차해원, 연출 이정림)에서 아내를 두고 외도하는 박성준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배우 이상윤의 이야기다. 주인공이 이렇게 못돼도 되나 싶을 정도로 '나쁜 남자' 캐릭터를 맡은 그는 2007년 데뷔 후 처음으로 욕을 먹고 있다.

종영을 한 주 앞둔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이상윤을 만났다. 종영 소감을 묻는 말에 보통 배우들은 아쉬움을 드러내지만 이상윤은 마치 모든 것을 놓아버린 표정으로 "이렇게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던 작품이라 당황스럽다"고 입을 뗐다. 하지만 이내 "재밌는 경험이었다. 좋은 사람들과 작업을 했다"며 웃었다.

이상윤에게 'VIP'는 전작들보다 조금 더 힘든 작품이었다. 극 후반부까지 외도 사실을 숨겨야 하는 데다가 캐릭터의 성격도 큰 감정 표현이 없어 연기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힘들었던 시간이 지나고 모든 것이 밝혀졌을 때 홀가분했다는 그는 "촬영 기간이 5개월 정도인데 네 달 이상 비밀을 감추려고 하고, 나쁜 선택을 하다 보니까 한시도 마음이 편치 않았고 힘들었다. 마지막 회에 웃는 장면이 나오는데 감독님이 '성준이 웃는 거 처음 본다'고 하시더라. 성준이가 웃는 걸 보니 이제 끝난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짠하기도 했다. 마지막 회 대본을 볼 때 속이 시원했다"며 웃었다.

이상윤은 SBS VIP에 출연하며 연기 지적을 받자 내가 제대로 연기한 게 맞나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SBS 제공

"이번에 연기 지적을 많이 받았는데 그게 이해가 가면서도 제가 부족한가 싶기도 했어요. 캐릭터 성격이 답답해서 그렇게 한 건데 연기가 답답하다고 하시니까 제가 제대로 연기한 게 맞나 싶었어요. 그래도 좋았던 건 제 의도대로 시청자분들이 이야기를 해주셨다는 거예요. 답답해 보이려고 했던 건 답답했다고 하시더라고요. 대신 안 좋게 얘기하셨지만요. (웃음)"'VIP'로 이상윤은 이미지 변신에 성공하며 배우로서 한 발짝 더 나아갔다. '바른 남자'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 이미지가 강했던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나쁜 남자'로 변신했다. 심지어 캐릭터의 답답한 성격 탓에 시청자의 분노는 더욱 커졌고 캐릭터에 대한 시청자의 분노는 이상윤에게까지 이어졌다.

이상윤은 데뷔 후 처음으로 많은 악플을 받아봤다. 캐릭터에 대한 반응은 예상했지만 그게 자신에게까지 이어질 줄 몰랐다는 그는 "놀랍긴 했다. 성준이란 인물 평가를 내리는 것은 저도 공감을 했고, 극에 빠져서 시청하고 계신다는 거니까 좋았다. 그런데 그게 이상윤의 연기로 넘어가고 이상윤이란 사람 자체로 넘어가더라. 예전에는 좋은 반응이 많아서 잘 못 느꼈는데 안 좋은 얘기를 들으니까 새삼 느꼈다. 시청자분들이 극에 몰입하면 연기자로 보는 게 아니라 그 캐릭터 자체로 보는구나 싶어서 놀랐다"고 전했다.

이상윤은 드라마와 예능에 동시에 출연하며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이상윤은 'VIP'뿐만 아니라 현재 SBS 예능프로그램 '집사부일체'에도 고정 출연 중이다. 예능에 얼굴을 많이 비추다 보면 시청자가 드라마 속 인물로 몰입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는 오히려 걱정과 반대로 시청자들이 예능에서도 극 중 인물로 봐줬다며 기분 좋은 웃음을 지었다.

"'집사부일체'를 시작할 때 제작진과 미리 이야기한 부분이 있어요. '저는 제일 중요한 게 연기입니다. 혹시라도 예능을 통해 비친 모습이 내가 연기하는 순간을 덮어버리는 날이 온다면 그만두겠습니다'라는 말이에요, 물론 양쪽 모두 최선을 다하겠지만, 만약 그렇게 됐다면 제가 연기자로서 연기를 임팩트하게 못 한 거니까 연기에 시간을 더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다행히 아직은 그렇게 보지 않으시더라고요. 'VIP' 하고 난 후부터 인스타그램에 부정적인 메시지가 많이 와요. 그런데 어떤 분이 '드라마 속 인물이 미워서 드라마 끝날 때까지 '집사부일체' 안 보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감사했어요."

연기와 예능을 병행하고 있지만 이상윤은 본업인 연기를 항상 첫 번째로 생각하고 있었다. '집사부일체'에 출연한 이유도 '예능을 하고 싶어서'가 아니었다는 그는 "다양한 분들을 만나고 다양한 상황을 경험해보고 싶어서 출연하게 된 거다"라고 말했다.

이상윤은 SBS VIP에서 나쁜 남자 역할을 맡아 시청자의 원성을 샀지만 이에 체념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하지만 그는 멤버들과 함께하며 새로운 의미를 찾게 됐다. 이상윤은 "너무 사랑스러운 동생들이다. 처음에는 너무 달라서 각각 호불호가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서 보니 다 너무 좋은 사람들이라 많이 친해졌다. '집사부일체'가 많은 인원이 참여하는 예능이 아니다 보니 누구 한 명이 빠지면 프로그램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제가 빠지면 혹시라도 이 친구들한테 피해가 갈 수 있으니까 계속하게 됐고, 예능을 떠나서 좋은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다 오는 거라 좋다. 예전에는 '사부'들을 보러 가는 마음이 대부분이었는데 요즘은 멤버들을 보러 가는 마음이 커졌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드라마와 예능에서 활약을 펼치고 있는 드라마는 이제 'VIP'를 떠나보내고 박성준에서 다시 이상윤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본의 아니게 박성준을 넘어 이상윤까지 많은 욕을 먹은 그가 마지막 인사 요청에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일단 'VIP' 관심 있게 봐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사실 성준이에 대해 어떤 말씀을 드려도 지금은 잘 안 들리실 것 같아요. (웃음) 다들 역할에 애정을 갖고 열심히 했으니 모든 인물들을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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