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기대지 않아도 충분한 '50대 양준일'의 존재감
[더팩트 | 정병근 기자] 열풍이 시작된 건 '20대 양준일' 덕이지만 신드롬으로 이어간 건 '50대 양준일'의 힘이다.
양준일은 지난 25일 방송된 JTBC '뉴스룸'의 '문화초대석'에 출연했다. 해당 코너는 당대 최고 이슈인 인물들만 출연하는 곳이다. '온라인 탑골공원'에 살던 양준일이 현실로 나와 현 시점 가장 핫하게 떠오르는 인물임을 잘 보여주는 순간이다.
순식간에 이슈가 뜨고 사라지는 시대다 보니 얼마 전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양준일 열풍 역시 일시적인 현상처럼 보였다. 하지만 JTBC '슈가맨3'에 출연하면서 신드롬이 됐다. 이젠 50대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한 외모와 에너지, 겸손한 모습, 우여곡절 인생사가 더해진 결과다.
양준일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1990년대 초 파격적인 무대를 선보였던 '20대 양준일' 덕이다. 잘생긴 외모와 지금 봐도 세련된 패션 스타일 그리고 비교군이 없는 독보적인 음악과 무대에 놀라고 감탄한 이들은 그를 '탑골 GD'라 불렀다.
온라인에서의 열풍이 오프라인에서 계속 이어지는 건 흔치 않다. 호기심이 충족되면 열풍은 잦아들기 마련이다. 특히 양준일의 경우엔 많은 이들이 주목한 과거와 현재 사이의 갭이 30년 세월보다 크다. 과정이 생략된 채 '비포 앤 애프터'만 남아있어서다.
헌데 모습을 드러낸 이후 반응이 더 뜨겁다. 그가 하는 행동과 내뱉는 말들 하나하나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슈가맨3'에서 작사가 김이나는 그를 보면서 "존재가 아트"라고 표현했는데, 그의 겉모습이 아닌 겸손한 언행과 삶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일컫는 말이었다.
특히 그가 활동 당시 파격적인 스타일 때문에 겪었던 부당한 대우와 고충 그리고 그 연장선에서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던 사연, 미국에서 식당 종업원을 하면서 그달 번 돈으로 월세를 내며 살아가는 현실은 그를 더 응원하게 만들었다.
'뉴스룸'에서는 좀 더 깊이 있는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 놓았는데, 이때도 역시 진중한 언행과 심성이 빛났다.
"행복하기 전 불행을 버려야 되는 것처럼 그걸 버리는 노력을 생활처럼" 했을 만큼 양준일이 과거 한국에서 보낸 시간은 순탄치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모든 대한민국이 저를 받아주는 따뜻함이 그걸 다 녹여 주셔서 더 이상 저의 과거가 저를 괴롭히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뉴스룸'에 출연한 이유도 "온 대한민국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다. '뉴스룸' 앵커브리핑에서 자신을 언급한 손석희 앵커에 대한 고마운 마음도 출연을 결심하게 된 큰 요인이다.
양준일은 "뉴스를 보고 많이 울었다"며 "누군가가 나를 바라보고 있고 '내가 보이는구나'라는 것 때문에 많은 것이 녹아지는 것 같았다", "살면서 투명인간이 됐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내가 왜 존재하나'라는 물음표가 많은데 그 물음표를 사장님이 녹여 주셨다"고 말했다.
과거에 대한 원망보다는 현재에 감사할 줄 알고 꾸밈없이 솔직 담백한 그의 언행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더 많은 러브콜이 쏟아지고 첫 팬미팅까지 하게 되는 건 '20대 양준일'에 기대지 않아도 충분한 '50대 양준일'의 존재감 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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