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 리허설 중 부상, SBS "시청자와 팬들께 죄송하다"
[더팩트|박슬기 기자] 2019 SBS '가요대전'이 최악의 가요 시상식으로 남았다. SBS 제작진의 미흡한 진행과 대응 방식 때문이다. 최고의 아티스트들과 함께하는 축제는 크리스마스 악몽이 되어 돌아왔다.
지난 25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SBS '가요대전'의 후폭풍이 거세다. SBS가 그룹 레드벨벳 멤버 웬디의 리프트 추락 사고와 관련해 무성의한 사과를 했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로 얼굴과 골반, 손목 골절 진단을 받은 웬디는 컴백 활동에 빨간불이 켜졌다.
SBS는 웬디 사고와 관련해 안일하게 생각한 듯하다. 25일 보도자료를 내고 "사전 리허설 중 레드벨벳 웬디가 부상을 입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며 "이에 레드벨벳이 가요대전 생방송 무대에 오르지 못하게 되어 팬 여러분 및 시청자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레드벨벳 웬디의 빠른 쾌유를 바라며, 향후 SBS는 안전 관리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팬들과 시청자들은 SBS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자신들의 미흡한 안전관리와 부주의로 다친 웬디에 대한 사과는 없고, 팬들과 시청자들에게 사과했기 때문이다. 또한 리허설 사고 경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없어 알맹이만 쏙 뺀 사과문이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포털사이트에서 누리꾼은 "처음에 주의기울이겠다고 한마디 해놓고 사람들 비판여론 심해지니까 mc한테 사과멘트 시키고 뒤늦게 사과문 올려놓고 그냥 넘어가길 바라냐;; 여자아이돌한테 골반 골절이면 얼마나 큰 파장인데 어째 책임질거냐 너네"(dltw****) "스브스 이것들은 제대로 혼나야 정신차림"(smil****) "근데 공중파 지상파 인 SBS가!!! 사고가 난다?!!!! 안전에 얼마나 신경 안 쓰길래!!! SBS 배상 해줘야 한다!!! 처벌 해야 한다!!!"(free****) "레드벨벳한테는 사과 제대로 했냐? 사태 심각성 모르네.. 겨우 세줄짜리 저 성의없는 글 몇자로 해결되길 바라나본데 이거 진짜 심각한거다."(sol7****) 등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피해는 레드벨벳 팬들에게도 이어졌다. 제작진이 레드벨벳의 본방송 불참으로 400여 팬 석을 비우게 한 것이다. 레드벨벳 갤러리 등 팬들은 성명문을 내고 SBS를 비판했다. 갤러리는 "팬들은 SBS가 웬디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를 하길 바라며, 본 사고의 진상을 신속히 규명해 향후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소상히 제시하고, 무대 관리자의 책임을 엄중히 물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이행하지 않을 시, 민·형사상의 법적 대응도 불사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이어 400여 팬 석을 비우게 한 것에 대해서도 "일방적인 팬 석 해산"이었다고 비판했다.
SBS의 안전사고로 인한 웬디의 부재는 레드벨벳의 무대뿐만 아니라 마마무 솔라, 오마이걸 승희, 여자친구 은하와 함께하는 '겨울왕국' 스페셜 무대에도 영향을 끼쳤다. 웬디가 갑작스럽게 빠진 탓인지 세 사람은 호흡이 전혀 맞지 않았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을 지으며 무대를 마쳤다. 힘들게 준비한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특히 이번 사고는 레드벨벳뿐만 아니라 타 가수들 역시 피해를 볼 뻔했다는 후기가 이어져 논란은 더 확산되고 있다. '가요대전' 사전녹화해 참여한 팬들이 SNS(사회 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방탄소년단, 트와이스, 청하 등도 위험했다고 남겼다. 특히 방탄소년단은 리허설 당시 리프트 장치가 오작동을 일으키며 리프트를 뺀 동선으로 수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웬디의 추락사고는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도 관련글이 올라왔다. 레드벨벳의 팬이라고 밝힌 사람은 '2019년 12월 25일 SBS가요대전 "레드벨벳 웬디 추락사고'라는 제목으로 글을 남겼다. 내용에는 "SBS 가요대전 측에서 사고가 난 원인을 설명해주길 바란다"며 "처벌을 받을 만한 사고라면 처벌받길 바란다"고 담겼다. 이 청원 글은 오전 11시 기준으로 2300명을 넘어섰다.
이처럼 2019 SBS '가요대전'을 위해 최고의 무대를 준비한 가수들은 위험에 그대로 노출됐다. 제작진의 제대로 된 안전 대책 없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건 가수들이었다. 그런만큼 많은 이들은 안전사고에 미리 대처하지 못한 SBS에 강력한 책임을 묻고 있다.
SBS의 관계자는 26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시상식이 늦게 끝나 오늘 오전부터 사고 경위에 대해 관련자들과 함께 세부적으로 확인하고 있다"며 "정리 되는대로 추가 입장을 밝힐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무대 진행 사항에 대해서는 "다양한 무대가 진행되는 만큼 SBS 제작진과 외주가 협업해서 만들었다. 다만 이번 사고가 어떤 쪽에서 발생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현재 원인파악을 위해 다양한 부분에서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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