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이병헌'] '백두산'으로 또 한 번 증명

이병헌은 영화 백두산에서 북한 간첩 리준평 역을 맡아 열연했다. /BH엔터테인먼트 제공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요즘 연예계는 스타도 많고, 연예 매체도 많다. 모처럼 연예인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하는 경우도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대부분의 내용이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도 소속사에서 미리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그대로의 스타를 '내가 본 OOO' 포맷에 담아 사실 그대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19일 개봉한 '백두산', 이병헌 북한 간첩 役

[더팩트|박슬기 기자] 그의 연기에 대해 두말할게 있을까. 영화 '백두산'에서 이병헌은 역시는 역시였다. 때론 코믹하게, 때론 깊이감 있는 감성 연기로 영화를 더 풍성하게 만들었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이병헌을 만났다. 개봉 하루 전날인 18일 '백두산'을 처음 접한 그에게 주변 반응을 묻자 "제 앞에선 다 좋다고 말한다"며 웃었다.

이병헌은 이번 작품에서 배우 하정우와 처음 호흡을 맞췄다. 두 사람의 만남은 캐스팅 단계부터 큰 화제를 모았고, '케미'에 큰 기대가 모였다. 공개된 영화에선 두 사람의 찰떡 호흡이 여지없이 잘 드러났다.

"주변에서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고요. 하정우 씨랑도 이야기를 했는데, 우리가 현장에서 느꼈던 것보다 더 잘 나왔어요. 편집을 잘해서 그런가 봐요. 저와 하정우 씨가 애드리브를 주고받는 모습을 따로 촬영한 장면이 있는데, 합쳐진 거 보고 재밌어서 정말 놀랐어요. 하하."

하정우(왼쪽)와 이병헌은 극중 코믹 케미로 웃음을 자아낸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병헌의 행보는 좀처럼 종 잡을 수 없다. '내부자들' '마스터' '남한산성' 등으로 굵직한 모습을 보여주다가도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는 웃음을 선사한다. '미스터 션샤인'에선 한없이 다정한 눈빛으로 여성 시청자들을 녹여 또 한 번 이병헌의 진가를 증명했다.

"데뷔 초반 떄는 캐릭터만 보다가 다 망했어요. 하하. 그때는 드라마를 많이 했었는데, 당시에 영화를 볼 때는 스토리보다는 캐릭터가 더 중요했죠. 그런데 어느 순간 사람들이 결국 이야기에 매료된다는 걸 알게 됐어요. 캐릭터만 훌륭하다고 해서 그 이야기까지 힘이 생기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백두산'에서 그는 북한 간첩 리준평 역을 소화하기 위해 북한 사투리, 전라도 사투리, 러시아어, 중국어를 섭렵해야 했다. 그는 "북한 사투리는 처음 구사하는 데다 끝까지 써야 한다는 게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옆에서 뉘앙스를 지적하고 고쳐주셔서 좀 든든했다. 이번 작품은 정말 많이 배운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병헌은 스틸 속 진지한 모습과 달리 유머러스한 모습으로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번 작품에서 인상 깊은 건 이병헌의 입체적인 연기다. 정체 모를 묘한 인물로 등장해 너스레를 떨며 코믹한 모습을 보여주다 절정에 다다랐을 땐 감정을 폭발시킨다.

"영화에서 오래 못 본 딸을 만나는 장면이 있는데 정말 기대했던 장면이었어요. 당시 아역배우도 연기를 너무 잘해서 깜짝 놀랐거든요. 그런데 아쉽게도 많이 축소됐어요. 하지만 영화의 전체적인 발란스를 위해선 아주 영리한 선택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감독이 전체적으로 균형을 잘 맞췄더라고요."

이병헌은 국내와 할리우드를 오가며 활동 중이다. '매그니피센트7' '미스컨덕트'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다. 그가 느끼는 국내와 할리우드 시스템의 차이는 무엇일까.

"할리우드에서는 애드리브를 하지 못해요. 이유는 그게 좋다고 하더라도 스튜디오의 허락을 받는데 2~3일이 걸리기 때문이에요. 또 정해진 촬영 기간 완성하지 못하면 감독은 잘릴 위기에 놓이기도 하죠. 대신 프리프로던션에서 모든 걸 완벽하게 준비하기 때문에 현장에서 굳이 바꿀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어요. 우리나라는 순발력이 있어요. 그게 우리 영화의 힘이라고 볼 수도 있죠. 다만 액션 영화 같은 경우는 위험성이 큰데 그게 아니면 굉장히 유연한 것 같아요."

이병헌은 한국 영화의 힘은 순발력이라고 말했다. /BH엔터테인먼트 제공

어느덧 데뷔 29년 차에 접어든 이병헌은 충무로 대표 배우가 됐다. 국내외에서 인정받는 그이지만 연기에 대한 고민이 있는 건 마찬가지였다.

"매너리즘을 항상 경계하는 것 같아요. 물론 매일 생각하진 않지만 뭔가 반복하는 것 같다는 순간을 경계하죠. 사실 작품 할 때마다 하루하루 기분이 달라요. 어떤 장면에서 왠지 내 감정이 온전히 나와주지 않았다고 판단이 됐을 떈 그날 기분이 결정되죠. 어떤 떄는 내 감정이 정말 충실하게 나왔을 땐 계속 신이 나요. 하지만 일희일비하는 거랑은 다른 차원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시종일관 진지하게 말을 이어가던 그는 평소 어떻게 재충전하느냐에 대한 질문에 "밧데리"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의 남다른 위트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앞서 하정우가 "이병헌은 먹방 유튜브를 즐겨 본다"고 말한 바 있어 이를 물어보자 뜻밖의 답변을 해 웃음을 더했다.

"작품 할 때마다 몇 개월 동안 뭔가에 빠지는 경우가 있어요. '광해' 할 때는 류승룡 배우 영향으로 애니팡 게임을 그렇게 했었어요. 하하. 그런데 촬영 끝나니까 그 버릇도 없어지더라고요. '백두산'에선 하정우 씨가 유튜브를 많이 보길래 저도 봤는데, 어느새 계속 보고 있더라고요. '내가 왜 보고 있지?'라는 생각을 한 적도 많았죠. 하하. 먹방 유튜브도 촬영이 끝나니까 사라졌어요."

최근 그는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을 하면서 SNS(사회 관계망 서비스)도 시작했다. '셀프디스'하는 과거 사진들을 올려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미국 매니저가 권유를 많이 했었어요. 그런데 할 자신이 없어서 몇 년을 미뤄오다가 '미스터 션샤인' 떄쯤 시작했죠. 그런데 이왕 시작하는 거 사람들이 피식 웃을 수 있거나 '그 떄 그랬지'라고 떠올릴 만한 재밌었던 영화 비하인드 사진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그게 작품을 재밌게 본 사람들한테는 의미가 있으니까요. 하하."

이병헌은 2019년 연말은 백두산으로 2020년 연초엔 영화 남산의 부장들로 관객을 찾는다. /BH엔터테인먼트 제공

그에게 "SNS 속 유머가 '백두산'에서 느껴졌다"고 말하자 "제 개그를 아시는군요. 뭔가 들켜버린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드라마 22편 영화 41편, 총 60여 편의 작품에 출연한 이병헌. 배우로서 입지를 공고히 다진 만큼 다른 분야엔 관심이 없을까. 그에게 연출에 대해 물었다.

"능력이 안 될 것 같아요. 능력이 되면 욕심부릴 것 같은데, 시나리오 습작 같은 것도 없어요. 만약에 감독 옆에서 아이디어를 내는 직업이 있다고 하면 그런 건 한번 해보고 싶네요. 하하."

올 연말엔 '백두산'과 '시동' '천문' 등 2019년 연말을 뜨겁게 달굴 세 편의 영화가 나란히 개봉한다. 이병헌은 '시동'의 박정민과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고, '천문'의 최민식과는 '악마를 보았다'로 함께 연기한 경험이 있다. 이후 경쟁상대가 되어 다시 만났다.

"극장에는 늘 영화들이 맞붙잖아요. 그건 어쩔 수 없는 거죠. 지금 같이 붙게 되는 모든 영화가 다 잘 됐으면 좋겠어요. '백두산'은 오락적인 요소가 들어간 상업영화라고 생각해요. 남녀노소가 모두 즐길 수 있을 것 같으니 보시고 즐기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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