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2' 흥행돌풍에 맥 못추리는 韓 영화
[더팩트|박슬기 기자] 개봉 6일 만에 관객수 500만, 스크린 수 2600개. 그야말로 '겨울왕국2'가 국내 극장가를 집어삼켰다.
'겨울왕국2'는 좌석 점유율 최고 80%, 스크린 수는 무려 2600개 육박하며 국내 영화관을 휩쓸고 있다. 그동안 국내외 몇몇 대작 영화의 스크린 독과점 문제는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마블과 디즈니 영화들의 독과점이 유독 심화되고 있다. 그런 탓에 이 시기 개봉하는 국내 영화들은 스크린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거나 개봉 시기를 미루는 등의 피해를 입고 있다.
'겨울왕국' 신드롬 이후 5년 만에 나온 후속편 '겨울왕국2'는 개봉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개봉 전날 예매율 90.9%, 예매 관객 수 약 95만 명을 기록했다. 관심은 계속 이어져 개봉 첫 주 주말인 23일에는 166만 1860명, 24일엔 153만 5590명을 동원했고 그 결과 개봉 4일 만에 누적 관객 443만 7798명을 기록했다. 개봉 6일째인 지난 26일에는 5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겨울왕국2' 측은 이에 보답하듯 크리스 벅 감독, 제니퍼 리 감독과 피터 델 베초 프로듀서, 이현민 슈퍼바이저가 한국을 방문해 여러 행사에 참석했다.
'겨울왕국2'는 연일 축제지만, 비슷한 시기 개봉을 앞둔 국내 영화들은 울상을 지을 수밖에 없다. '겨울왕국2'와 약 일주일 차이로 먼저 개봉한 '블랙머니'는 '겨울왕국2'에게 스크린을 완전히 내줬다. 당초 27일 개봉 예정이었던 나문희, 김수안 주연의 영화 '감쪽같은 그녀'는 아예 오는 4일로 개봉을 미뤘다.
그러자 지난 22일 영화 다양성 확보와 독과점 해소를 위한 영화인 대책위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겨울왕국2'의 스크린 독과점 문제를 지적하며 영화법 개정을 촉구했다.
위원회는 "영화 다양성 증진과 독과점 해소는 특정 영화의 배급사와 극장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국회와 문화체육관광부, 영화진흥위원회는 한시라도 빨리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고 프랑스처럼 실질적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영화진흥위원회 격인 프랑스 국립영화센터(CNC)는 영화법에 따라 규제정책과 지원 정책을 병행하고 있다. 스크린 15~27개 복합상영관에서 한 영화가 점유할 수 있는 스크린은 최대 4개다.
'겨울왕국2'의 직격탄을 맞은 '블랙머니'의 정지영 감독 역시 이 자리에 참석했다. 정 감독은 "시장의 공정성 회복을 위해 참석했다" 며 "21일 '블랙머니'의 좌석 수가 30만으로 줄었다. 하루 만에 일어난 일"이라고 토로했다. 스크린수로 비교했을 때 차이는 더 크다. 20일까지 1141개 스크린을 차지한 '블랙머니'는 '겨울왕국2'이 개봉한 21일 852개로 줄었다. 반면 '겨울왕국2'는 2343개를 차지했다. 약 3배 차이다.
이어 그는 "짧은 기간에 극장을 독점하지 않아도 많은 사람이 볼 것"이라며 "현재 법 제도하에서는 불공정한 시장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대기업도 이런 환경이 바뀌지 않으면 공멸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11월 극장가를 집어삼킨 '겨울왕국2' 영향인지, 한국 영화 개봉은 오는 12월로 몰렸다. 이병헌 하정우 주연의 '백두산' 최민식 한석규 주연의 '천문' 마동석 박정민 주연의 영화 '시동' 등이다. 모두 기대작으로 꼽히지만 개봉날짜는 미정이다. 이 영화들이 '겨울왕국2'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지, '겨울왕국2'의 흥행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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