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의 스페셜인터뷰65-배동성] 이혼 절망서 '다시 찾은 행복'

국내 최고의 행사 MC 또는 명품 사회자로 불리는 배동성은 재혼과 함께 행복을 되찾았다면서 인생은 내일을 알 수 없고 슬픔과 기쁨의 반복인 것 같다고 했다. /이동률 기자

연예계 소문난 프로급 골퍼, "골프채 잡은 지 6개월 만에 싱글"

[더팩트|강일홍 기자] 배동성(54)은 타고난 익살꾼이다. 연극무대를 통해 연기자로 활동하다 태생적 '웃음 엔돌핀'을 주체하지 못해 개그맨으로 탈바꿈했다. 90년 KBS 개그콘테스트로 방송에 발을 들여놓은 뒤 KBS 2TV 간판 코미디프로그램 '유머1번지'와 '한바탕 웃음으로' '코미디세상만사' 등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배동성은 사실 장외무대에서 더 뚜렷하게 역량을 발휘하는 '말빨'이다. 마이크만 잡으면 마치 '물 만난 물고기'처럼 거침없는 '속사포 애드리브'로 행사장 열기를 뜨겁게 달군다. 경지에 오른 이런 프로 MC다운 면모는 완벽한 자신감의 발로다. 그가 국내 '최고의 행사 MC' 또는 '명품 사회자'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또 연예계에서 인정받는 '프로급 골퍼'다. 시원한 장타를 자랑하며 '핸디5' 이내의 싱글 평균 타수를 유지하고, 컨디션이 좋은 날은 요즘도 수시로 언더를 친다. 세미프로에 도전해 간발의 차로 탈락한 바 있는 그는 "나이를 생각하면 더이상의 도전은 객기"라면서 "티칭프로 라이선스를 따낸 것만으로 만족한다"고 했다.

배동성의 대중적 친화력은 특유의 온화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다. 그는 한때 이혼의 아픔을 겪으며 좌절했다. 그는 "이혼 후 상실감에 다 포기하고 싶었다"면서 "인생은 내일을 알 수 없고 슬픔과 기쁨의 반복인 것같다"고 했다. 그가 절망을 딛고 일어선 것은 바로 요리연구가 전진주와의 만남이다. 방송 데뷔 30년, 그를 이번 주 스페셜인터뷰이로 초대했다.

배동성은 재혼과 함께 새 삶을 연 저의 인생 모토는 아내에게 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이 앞에 겸손과 배려라고 말했다. 스페셜인터뷰는 지난 22일 서울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두 시간동안 진행됐다. /이동률 기자

-오랜만에 만났는데 더 밝고 환해졌다. 겉으로 보이는 외모만으로도 더 젊어진 느낌이다. 무슨 비결이라도 있나?

아, 그렇게 보이십니까. 얼굴은 마음의 거울이라고 하니 말씀만 들어도 그저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요즘엔 표정관리가 잘 안돼요. 아내를 만난 이후 달라진 제 모습이에요. 물론 일도 술술 잘 풀리고요. 빈말이 아니라 정말 저한테는 보석 같은 존재입니다. 밝고 환해지지 않을 이유가 없죠. 뭐든 억지로 되는 건 없는 것 같아요. 다 내려놓고 순리대로 살자고 마음을 먹으니 그냥 편안합니다. 그럴수록 더 조심하고 더 겸손해야죠. 새 삶을 연 제 인생 모토는 아내에게 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이 앞에 '겸손'과 '배려'입니다.

배동성은 방송이나 행사 등에 늘 아내 전진주 씨와 함께 다니며 서로를 조언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운다. 스페셜인터뷰는 지난 22일 서울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두 시간 동안 진행됐다. 앞서 방송 출연 스케줄을 한 차례 소화한 이날도 어김없이 아내가 동행했다. 전진주 씨는 "방송을 함께하면서 우연히 인연이 돼 결혼까지 하게 됐는데 이젠 '바늘과 실'처럼 한시도 떨어져 지낼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가 됐다"고 말했다. 배동성 부부는 결혼 후에도 MBC '기분 좋은 날'과 GS 홈쇼핑 등에 나란히 출연하며 일과 사랑을 공유하고 있다.

-누구보다 모범적인 가장으로 부러움을 사지 않았나. 이혼의 아픔을 재혼으로 보상받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이혼 한 뒤 두 번 다시 결혼하지 않기로 굳게 다짐하고 맹세를 했어요. 지난 시절에 대한 회한 때문이었는데 '재혼'이란 건 아예 꿈도 꾸지 못했어요. 또 막상 혼자 지내보니 모든 게 너무나 홀가분하고 편하더라고요. 이기적인 생각인 줄은 알지만, '기왕 돌싱 처지가 됐으니 이제부터는 주변을 의식하지 말고 오롯이 나만을 위해 살아보자'는 오기도 생겼고요. 아마도 이혼에 대한 트라우마나 반발심 때문이었겠지만 운명은 거스를 수가 없는 모양이에요. 새로운 인연을 통해 삶의 기준이 바뀌었으니까요. 요즘 물처럼 구름처럼 흘러가는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 있습니다.

배동성은 2013년 이혼 후 4년간 싱글로 지내오다 2017년 8월 요리연구가 전진주 씨와 결혼식을 올렸다. 당시 전 아내의 폭로성 글로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힘든 시간을 겪었다. 그의 전 아내 안 모씨는 미주 여성 커뮤니티 사이트에 '배동성 전처 OOO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이에 대해 배동성은 "이미 과거사이고 새 가정을 일군 마당에 언급하고 싶진 않다"면서도 "백년해로를 약속한 사이라도 인연이 닿지 않으면 안타깝지만 갈라서는 게 정답이고 서로의 행복을 빌어주는 게 맞다"고 했다.

만능스포츠맨으로 불리는 배동성은 연예계 실력파 골퍼이기도 하다. 이혼 후 힘들 때마다 연습장에서 땀 흘리며 마음을 추슬렀다고 한다. /이동률 기자

-연예계에선 '자기야의 저주'라는 말이 생겨났다. 부부토크쇼의 희생양이라는 얘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모든 화(禍)의 근원은 내 입이란 말이 있잖아요. 방송 콘셉트 상 불가피하게 부부가 서로 디스하는 경우는 있어요. 그걸 제작진이나 작가가 강요하기도 하고요. 다른 부부와 비교되기 때문에 더 상큼하고 특별한 얘기를 끄집어내느라 경쟁도 붙어요. 아예 없는 말을 만들지는 않더라도 실제보다 부풀리거나 과장 확대되는 일은 많았어요. 집에서도 사소한 일로 다투다 크게 번지는 일은 허다한데, 방송 녹화가 끝날 때마다 늘 뭔가 개운치 않고 불편하고 그랬거든요. 그렇다고 방송 핑계를 대고 싶진 않아요. 이혼하지 않은 커플들이 더 많잖아요.

'자기야의 저주'란 SBS '자기야, 백년손님'에 출연한 스타 부부들이 줄줄이 이혼 소식을 전하며 만들어진 말이다.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취지로 2009년 6월 첫 방송 이후 지난해 9월 440회로 종영됐다. 배동성을 비롯해 이 프로그램의 '남편과 아내' 코너에 출연한 양원경-박현정, 이세창-김지연, LJ-이선정, 이유진-김완주, 이재은, 고 김지훈-이종은, 윤기원-황은정, 김혜영-김성태, 강세미 등 10여 커플이 이혼했다. 방송 출연 도중에도 한결같이 잉꼬부부로 소문난 터여서 불행한 결말은 방송가 안팎에 두고 두고 회자됐다.

-연예계에서는 소문난 실력파 골퍼다. 골프가 이혼 직후 힘든 시기를 지탱하게 한 원동력이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무슨 말인가?

골프 연습장에 나가 하루 온종일 골프채를 휘두르며 고통을 잊으려고 했어요. 아마 겪어보지 않으면 이해하실 수 없을텐데요. 처음 얼마간은 의욕을 상실해 술만 마셔댔는데 그러다간 영락없이 죽겠더라고요. 골프는 평소 워낙 좋아하던 거라 처음엔 기분전환이라도 하고 싶었어요. 한데 인도어에 나가 손바닥이 벗겨질 만큼 죽어라 휘두르다 보니 차츰 괴로움이 무뎌지고, 새로운 의욕이 생기더라고요. 필드에 한번씩 나갈 때마다 매번 목표치가 바뀌고, 그 목표를 이루면 새로운 욕구가 솟구쳤어요.

배동성은 세미프로에 도전했을 만큼 아마추어로서는 이미 수준급 골퍼였지만, 괴로울 때마다 연습장에서 클럽을 휘두르며 마음을 가다듬었다고 한다. 나중엔 목표치가 생겨 더 열심히 매달리게 됐고, 덕분에 언더 실력을 자랑하는 준 프로골퍼가 됐다. 그러면서 그는 개그맨 황기순의 예를 들었다. 황기순은 과거 해외 도박사건에 연루돼 필리핀서 떠돌이 생활을 한 적이 있다. 도망자 신세로 하루 하루를 견디기가 지루해 작대기 하나만 들고 쉼없이 휘둘렀다. 이전까지 보기플레이어였던 황기순은 이후 국내에 돌아와 첫 싱글을 기록했다.

제 아내는 보석같은 존재입니다. 배동성은 2013년 이혼 후 4년간 싱글로 지내오다 2017년 8월 요리연구가 전진주 씨와 결혼식을 올렸다. /이메이드 제공, 이동률 기자

-처음 골프채를 잡은 지 6개월 만에 싱글을 기록했다고 들었다. 운동에 남다른 감각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야구, 축구, 볼링, 스키, 수상스키 등 웬만한 운동은 깊숙하게 다 해봤어요. 제가 원래 뭐든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스타일이다보니 선수 버금가는 경지까진 가거든요. 근데 해보니 그중 골프가 가장 재밌고 스릴이 넘치더라고요. 물론 재능도 남다르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골프에 빠져들면서부터는 다른 스포츠를 안 하게 되더군요. 저는 비디오를 보면서 주로 독학을 많이 했는데 만일 프로선수한테 체계적으로 기술을 배웠다면 PGA에 이름을 내걸었을지도 모르죠. 저는 요즘도 일반인 주말골퍼들과 라운드를 하면 화이트가 아닌 블루티에서 혼자 티샷을 합니다. 잘난 척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이런 핸디캡을 갖고 쳐야 공평해지거든요.

배동성은 골프를 시작한 뒤 볼링공부터 스키나 수상스키 등 애지중지하던 스포츠 장비를 지인들한테 하나씩 나눠줬다고 한다. 골프 외엔 다른 스포츠를 즐기는 게 더이상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골프에 재미를 붙이니 아무래도 더 자주 라운드를 하게 되고 홀인원 목격도 많이 하게 되더라"면서 "불행하게도 직접 홀인원은 못해봤지만 동반자들의 장면은 한해에만 4번씩 목격한 적도 있다"고 했다. 이런 골프 열정 덕분에 그는 JTBC골프나 SBS골프 채널에 단골로 출연하기도 했다.

-개그맨들 사이에선 재테크의 달인이라는 얘기를 듣는다고 하는데, 어떻게 부동산에 안목을 키우게 됐는지 궁금하다.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면 저절로 전문가가 되는 거 아닌가요? 제 경험상 실전이야말로 가장 위대한 스승인 것 같아요. 이론보다는 직접 손해도 봐가면서 실전에서 터득하는 거죠. 달인 소리는 들어도 자산을 크게 불리진 못했어요. 충분히 안목을 키운 게 저의 가장 큰 재산이죠. 저는 방송이나 행사 출연료가 모이면 자주 땅을 사두는데 여기에도 이유가 있어요. 현금을 갖고 있다가 지인들한테 빌려주고 돌려받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했어요. 알고 빌려달라는데 모른 척 할 수도 없고요. 그래서 이를 애초부터 차단하는 방편으로 땅을 산 건데 이 중에 더러 효자노릇하는 땅이 나오면 성공하는 거죠.

배동성은 수년전 경기 양평에 땅을 샀다. 지인의 소개여서 철썩같이 믿었는데 알고보니 쓸모없는 맹지(盲地:도로에 접한 부분이 없는 막힌 토지)였다. 팔려고 해도 제 값에 다시 팔기가 쉽지 않아 엄청난 손실을 감수해야했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이 땅과 인접한 작은 농가주택과 토지를 매입하면서 대반전이 일어났다. 그는 "땅은 한번 사면 옮길 수도 바꿀 수도 없지만, 똑같은 땅이라도 어떤 컨디션이냐에 따라 하루 아침에 가치가 달라지는 법"이라고 전문가다운 설명을 곁들였다.

배동성의 원래 꿈은 뮤지컬 배우다. 그는 개그맨 데뷔 전까지 남경주 남경읍 이정화 등과 가스펠 등의 작품에 출연하며 연기자 꿈을 키웠다. 사진 위는 TBN 교통방송 진행모습. /이메이드 제공, 이동률 기자

-방송 데뷔 30년이다. 원래 꿈은 뮤지컬 배우였다고 들었다. 방송인으로 만족하는가? 혹시 특별히 계획하는 바가 있나?

대학시절인 85년 뮤지컬 무대로 발을 들여놨으니 연극계 데뷔를 기준으로 보면 34년입니다. 엊그제 같은데 벌써 30년이 넘었다는 게 실감이 안나요. 내실은 없고 어느새 나이만 중견이 된 건 아닌가 아쉬움이 크죠. 사실 배우 꿈을 포기하고 방송계로 진출한 것은 배고픔을 해소하기 위한 고육책이었어요. 학비와 생활비를 벌어야 했거든요. 그야말로 춥고 배고픈 시절이었죠. 그 돌파구가 개그 공채였고, 꾸준히 대중적 관심을 받았으니 아쉬움이나 후회는 없어요. 평소 생각보다 다소 부족하다싶게 목표치를 낮추려고 많이 노력합니다. 결혼 이후 이전보다 방송도 더 많아졌는데 욕심을 버리니 일이 더 잘 풀리더군요.

서울예대 연극과 출신인 배동성은 극단 '뿌리'에서 활동했다. 남경주 남경읍 이정화 등과 '가스펠' 등의 작품에 출연하며 연기자 꿈을 키웠다. 군복무(군악대 근무) 후 생활비를 벌기 위해 밤무대에서 MC와 노래를 부르며 지내다 방송 개그 공채(코미디탤런트)에 지원했다. 김지선 서현선 서인석 등이 동기다. 당시 인기를 누리던 '봉숭아학당'의 학동반장으로 활약하며 주가를 올렸다. 그는 "방송에서 인기를 얻어 한꺼번에 행사 섭외가 쇄도하면서 전국 각지 기획사로부터 개런티를 선불로 받고 불려다닐 만큼 잘 나갔다"고 말했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전원집합 토요일'이란 쇼프로그램 MC로 활약하기도 했다.

배동성은 누구보다 다재다능한 끼와 쇼맨십을 가진 예능 팔방미인이다. 사진은 지난 5월 2019 미시즈퍼스트 퀸 오브 더 코리아 최종 결선 당시 미시즈 젤리핏 상을 수상한 심수진 등과 함께. /이메이드 제공

배동성은 예능인으로 누구보다 다재다능한 끼와 쇼맨십을 가진 팔방미인이다. 요즘 그는 MBC '기분좋은날'을 비롯해 채널A '행복한 아침' 등에 고정 출연중이고, TBN 교통방송 '배동성의 신나는 운전석'을 진행중이다. 국방 FM 라디오 게스트와 케이블 홈쇼핑 채널 쇼호스트로도 활약한다. 방송인으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그는 "한동안 바쁘게 일만 하면 가장으로서 남편으로서 모든 책무를 다 하는 것으로 착각하며 살았다"면서 "정말 소중하고 귀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 나니 세상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회한은 남지만 이제부터라도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을 더 아끼고 사랑하며 살겠다"고 했다.

배동성은 새 가정을 일군 아내 전진주 씨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도 잊지 않았다. 각자 한 차례씩 아픔을 겪은 동병상련의 처지를 감싸안는데 아내가 더 적극적으로 마음을 열었다고 했다. 이날 인터뷰에 동행한 전진주 씨는 "과거의 상처를 서로 보듬어주려는 마음이 일치했다고 느끼는 순간 애정으로 깊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배동성은 90년대 중반 전처 집안의 고향인 춘천에서 안모씨와 결혼했고, 당시 필자는 기자와 취재원 관계를 떠나 신랑 지인으로 참여한 바 있다. 그의 이혼 소식이 안타까움이었던 만큼 새 인연을 만나 가정을 꾸린다는 소식은 필자에게 또다른 의미에서 더 반가웠는지도 모른다. 그의 천성적인 위트와 유머, 쾌활함이 '유쾌한 행복찾기'로 보상받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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