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임수향'] '밥심'으로 살던 임수향이 '금식'한 이유

배우 임수향은 MBN 드라마 우아한 가에서 연기 변신을 보여줘 호평을 받았다. /FN엔터테인먼트 제공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요즘 연예계는 스타도 많고, 연예 매체도 많다. 모처럼 연예인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하는 경우도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대부분의 내용이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도 소속사에서 미리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그대로의 스타를 '내가 본 OOO' 포맷에 담아 사실 그대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임수향 "행복해지는 게 꿈"

[더팩트|문수연 기자] '정의로운 또라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당당하고 자유분방한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 임수향. 그가 아닌 다른 모석희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기에 그동안 예능에서 보여준 모습들은 잠시 잊고 있었다. 하지만 임수향은 임수향이었다. 몇 시간째 쉬지도 않고 인터뷰를 하고 있었지만 흐트러짐 없는 꼿꼿한 자세로 경청하려는 모습이었다.

그런 그의 모습에 웃음을 터뜨리자 긴장이 풀어진 그는 "인터뷰 시간마다 분위기가 너무 달라서요"라며 수줍게 웃었다. 지난 29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만난 임수향은 바쁜 스케줄로 인해 제대로 떠나보내지 못한 MBN 드라마 '우아한 가'(극본 권민수, 연출 한철수)가를 뒤늦게 되돌아보며 추억으로 남겨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우아한 가'는 MBN 역대 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자체 최고 시청률은 무려 8.5%(닐슨코리아 제공, 전국 가구 기준)였고 종영 후 출연진은 베트남으로 포상 휴가를 떠났다. 하지만 임수향은 화보 촬영 스케줄로 불참했다. 종영 후에도 바쁜 나날을 보낸 그는 아쉬움을 잔뜩 드러냈다.

"태국 화보 촬영이랑 포상 휴가가 겹쳤어요. 중간에 넘어가려고 했는데 티켓도 그렇고 일정이 안 맞아서 결국 못 갔어요. 너무 가고 싶었는데. 대신 태국에 친구랑 같이 갔어요. '나 혼자 산다'에 나왔던 그 친구인데 제가 엄청 꼬셨어요. (웃음) 친구 남편이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임수향이 출연한 MBN 우아한 가는 MBN 역대 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삼화네트웍스 제공

'우아한 가'는 2.7%로 시작했다. 흥행 드라마가 전무했던 MBN이었기에 이 또한 높은 성적이었고, 임수향도 놀랄 정도였다. 하지만 나중에는 10% 돌파를 목표로 삼을 정도로 무서운 성장세를 보여줬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였다.

MBN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임수향이지만 사실 처음에는 고민이 많았단다. "MBN 드라마 출연에 대한 망설임은 없었냐"고 조심스럽게 묻자 고민할 틈도 없이 "걱정했죠"라고 솔직한 모습을 보여 웃음을 자아낸 그는 "'거기서 드라마를 해?'라고 물어보시는 분들도 많았다. 그런데 저는 '마성의 기쁨'도 재밌게 봐서 MBN에 드라마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나는 자연인이다', 뉴스만 하는 채널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요즘은 플랫폼이 워낙 다양해져서 재밌으면 볼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약간의 불안함이 있는 상태에서 시작했는데 이제는 확신을 얻어서 차기작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고 말했다.

임수향이 MBN 우아한 가에서 보여준 패션들. /FN엔터테인먼트 제공

불안한 마음이 있었지만 임수향이 이 작품을 선택한 첫 번째 이유는 캐릭터였다. 그가 맡은 모석희는 재벌가 외동딸이지만 본인이 생각하는 정의를 위해서라면 거침없는 행동도 일삼는 인물이다. 임수향은 모석희를 연기하며 화려한 패션을 보여줬다. 쉴 틈 없이 바뀌는 의상과 다채로운 헤어 스타일, 네일이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임수향 패션', '임수향 귀걸이' 등이 연관 검색어에 오를 정도였다.

임수향은 "원하던 바였다. 사실 그걸 노렸다"고 웃으며 "패션에 대해 고민도 많이 하고 스타일리스트와 상의도 많이 했다. 이 드라마에서 패션을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가 저밖에 없는데, 드라마를 볼 때 시각적인 재미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석희가 패션을 보는 맛을 줘야 한다고 생각해서 착장마다 손톱까지 바꿨다. 그만큼 신경을 많이 썼고 의상으로 캐릭터를 많이 표현하려고 했다. 자유분방하고 얽매이고 싶지 않아 하는 성격을 많이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완벽한 모석희가 되기 위한 대가는 혹독했다. 매 신 바뀌는 의상과 헤어에 밥 먹을 시간도, 잠을 잘 시간도 없었다. 인조 손톱을 붙였다 뗐다를 반복하면서 실제 손톱이 다 깨질 정도였다. 그럼에도 임수향은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면 연구를 더 많이 해서 좋은 모습으로 나왔을 텐데"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다른 배우들이 쉬거나 밥 먹을 때 저는 준비를 해야 했어요. 사실 제가 일부러 안 먹을 때도 많았고요. 타이트한 의상이 많았거든요. 제가 복부가 좀 그래서 배가 드러나는 걸 진짜 싫어하는데 이번에 크롭에도 도전했어요. 원래 저는 밥심으로 일하는 사람이거든요. 밥을 안 주면 분노가 오는데 이번에는 스스로 금식을 했죠. 그런데 드라마 끝나자마자 3kg이 쪄서 다시 빼고 있어요. 태국 음식이 입에 맞더라고요. 팟타이가 너무 맛있어서….(웃음)"

임수향은 올해로 데뷔 12주년을 맞았다. /FN엔터테인먼트 제공

올해로 데뷔 12주년을 맞는 임수향은 꾸준히 활동을 펼쳐오다 지난해 JTBC 드라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부터 올해 '우아한 가'까지 2연타 흥행에 성공하며 전성기를 맞았다. 심지어 예능에 출연할 때마다 임수향 자체로도 많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임수향은 "그동안 쉬지 않고 열심히, 묵묵히 다른 길로 안 새고 걸어왔다. 치열한 연예계에서 살아남아서 감사하다"고 자평했다. 사실 그는 연기가 아니어도 행복해질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다른 길로 새고 싶었단다. 하지만 "아직까지 연기할 때가 제일 행복하다. 더 재밌는 게 없는 것 같다"는 그는 "하면 할수록 확실해지는 것 같다. 처음에 데뷔하고는 힘들었다. 이 길이 내 길이 맞나 싶었다. 그런데 견디고 경험치가 쌓이다 보니까 조금씩 여유가 생겼다. 조금씩 즐기기 시작하면서 좋아졌다"며 "할머니가 될 때까지 연기하고 싶다"고 욕심을 보였다.

연예계에 '한 작품 할 때마다 수명이 1~2년 준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고된 일정을 마친 그는 차기작을 위한 에너지 충전을 위해 잠시 휴식기를 가질 예정이다. 하지만 그 사이에도 "예능으로 중간중간 인사하고 싶다"는 그였다. 임수향은 이유를 묻자 너무나도 간단 명료하게 답했다.

"저는 예능이 너무 재밌어서 하는 거예요. '런닝맨'에서 게임하는 것도, '미추리'에서 단서를 찾는 것도, '한끼줍쇼'에서 남의 집 벨을 눌러보는 것도 재밌더라고요. 예전에는 제가 예능에 출연할 때마다 '임수향의 재발견'이라고 기사가 나왔는데 이제는 자꾸 재발견하지 않고 임수향이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주시는 것 같아요. 저는 그것도 재밌더라고요."

임수향의 목표는 거창하지 않았다. 그저 행복하게 사는 것이었다. 그는 "멘탈 관리가 배우들한테 중요한 것 같다. 그래서 자꾸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걸 찾고 있다. 사실 행복은 누가 준다고 주는 게 아니고 내가 느끼는 거다. 오늘 인터뷰도 '나를 위해 기자님들이 여기까지 이렇게 와주신다니'라고 생각하면 행복하다. 계속 이런 식으로 내면의 변화를 주면서 건강한 나를 만들고 싶다. 그래서 다음 작품도 잘하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솔직해서 더 진정성이 느껴지고 그래서 더 응원하고 싶은 임수향이었다. 인터뷰를 마친 후 몇 기자들이 사진을 요청하자 흔쾌히 응하며 "저 다크써클 안 내려왔어요? 요즘 미드(미국 드라마)에 빠져서 밤낮이 바뀌었거든요"라고 묻는 그는 말에 주변은 순식간에 웃음바다가 됐다. 방송이든 아니든, 어디에서 누구와 있든 늘 한결같이 예의바르고 유쾌한 그의 모습을 보니 "할머니가 돼서도 연기하고 싶다"는 그의 꿈이 이뤄질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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