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요즘 연예계는 스타도 많고, 연예 매체도 많다. 모처럼 연예인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하는 경우도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대부분의 내용이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도 소속사에서 미리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그대로의 스타를 '내가 본 OOO' 포맷에 담아 사실 그대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공유, '도깨비' 이후 약 3년 만 복귀
[더팩트|박슬기 기자] 대중적인 인지도를 가진 배우가 논란의 작품에 출연한다는 건, 꽤나 큰 모험이다. 배우로 인해 작품이 재평가를 받는 계기가 되거나, 배우와 작품 모두가 혹평을 받을 수도 있는 '모 아니면 도'의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젠더 갈등으로 논란이 된 영화 '82년생 김지영'(감독 김도영)을 선택한 공유는 후회하지 않았다. 어떤 평가든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는 자세였다.
인터뷰하기 위해 멀리서 걸어오는 공유의 모습에선 기자도 모르게 2016년 신드롬을 일으킨 '도깨비'가 떠올랐다. 흰 티에 카키색 바지, 다소 편안한 차림인데도 공유만의 남다른 아우라가 풍겼다.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공유는 영화 '82년생 김지영'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때론 조심스럽게, 때론 단호하게 풀어놨다.
"'82년생 김지영'을 보고 인간적인 위로를 받았어요.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대사 중의 하나가 '왜 상처를 주기 위해 애를 쓰냐'인데, 와닿더라고요. 여자, 남자 이런 게 아니라 사회 속에서 사는 구성원들, 관계 속에 놓여있는 내 역할 등 관계로 인해서 개인이 함몰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배우로서도 인간으로서도 총체적으로 생각했을 때 그 느낌이 뭔지 아니까 공감이 됐던 것 같아요."
공유는 영화와 책이 일부 누리꾼에게 비판을 받고, 자신이 악플에 시달리는 것에 대해 "제가 맞다 틀렸다를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며 배우가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놨다.
"배우는 중릭적인 입장을 취해야 할 포지션의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연기를 할 때 약이 될 것 같아요. 한쪽에 치우치는 게 결코 좋은 것 같진 않거든요. 그래서 어떤 판단이 틀렸다고 함부로 얘기하지 못하는 게, 그건 그들이 판단할 문제니까요. 그래서 이건 맞고 틀리니까 '이렇게 하지 마라'고 말을 못 하는 거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고 이해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이는 약 18년 배우 생활을 하면서 공유가 느낀 것들이었다. 사실 공유가 지금의 위치에 있기까지, 또 배우로서 인정받기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있었지만, 2011년 개봉한 영화 '도가니'가 가장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싶다. '커피프린스 1호점' '건빵선생과 별사탕' 등 로맨틱 코미디로 사랑을 받던 그가 사회적인 문제를 다룬 '도가니'를 선택하면서 배우로서 할 수 있는 기능적인 역할과 연기력을 동시에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후 그는 또 한 번 의외의 선택을 했다. 젠더 갈등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82년생 김지영'의 출연을 결정지은 것이다. 공유는 왜 이런 모험을 하게 된 걸까.
"전에 했던 작품들을 놓고 봤을 때 모순이 될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저라는 배우에 대한 관객의 성향이 있는 것 같아요. 나이가 들수록 그 성향이 더 뚜렷해지는 기분이 들고요. 단순히 캐릭터에 의미를 두는 게 아니라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에 중심을 두는 편인데, 관객에게 미치는 영향이 꽤 있다고 생각해요. 요즘엔 영화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해요. 그래서 작품 선택할 때 그런 부분이 영향을 많이 끼치죠."
하지만 공유가 '82년생 김지영'에서 연기한 대현은 꽤 다정한 남편이다. '모범 남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소설 속 무심한 남편과 모습이 다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공유를 배려한 각색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스스로도 그 부분을 많이 의식했어요. 대현은 세상 착하고, 달콤하고 모범적이잖아요. 그렇게 보이는 게 설사 공유 때문이라고 하더라도 전 이 설정이 결과적으로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내가 아픔으로 인해서 대현의 모습이 바뀌면 그게 더 가짜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또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그 속에서 일어나는 문제에 더 공감이 간다고 생각했고요. 감독님의 선택을 지지한 사람으로서 대현의 설정은 좋았어요."
마흔을 갓 넘긴 그로서는 '82년생 김지영'을 찍고 결혼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을 것 같았다. 이에 대해 묻자 공유는 미소지으며 "결혼에 대한 생각을 또 한 번 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결혼에 대한 환상은 진작에 깨졌어요. 그렇게 된 지 오래됐고요. 주변에 결혼한 친구 중에서도 10명 중 6명이 부정적으로 말하기도 하거든요. 하하. 그게 영향을 끼친 건 아니지만. 사실 전 화목한 집안과 별개로 제가 비관적인 면이 있어서 결혼에 대한 생각이 별로 없어요. 30대 후반이 되면서 '결혼은 선택의 문제지 필수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더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문득 공유가 '82년생 김지영'에 출연하면서 '작품에 대한 선입견이 조금은 사라지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 공유에게 말하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지금 그렇게 이야기하는 건 저에 대한 호감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일부는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죠. 제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제가 어떤 편견에 대한 것을 완화한다든지, 대중에게 더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기능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실제 만난 공유는 소탈하고, 담백했다. 어떤 편견과 선입견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소신을 갖고 있었다. 배우 생활 18년의 내공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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