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커' 인기에 우려의 시선도
[더팩트|박슬기 기자] 전 세계가 '조커'(감독 토드 필립스)에 집중하고 있다. 어떤 이들은 영화에 대한 찬사를 보내며 N차 관람을 하는가 하면 어떤 이들은 범죄를 조장하는 영화라며 상영을 반대하고 나섰다. 화제작 '조커'는 흥행작일까, 문제작일까.
'조커'는 불후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한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이 사회적인 환경과 관습으로 조커가 될 수밖에 없는 일련의 과정들을 그린 작품이다. 간단히 말해 조커의 탄생 서사를 다룬 영화인데 국내에서는 벌써 45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각종 SNS(사회 관계망 서비스)에는 '조커' 관람 인증샷과 N차 관람(한 영화를 여러 번 관람한다는 의미)후기는 물론 영화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패러디들이 게재되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조커'의 영화적 완성도에 집중한 관객들이 입소문을 내며 흥행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조커'가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조커'는 앞서 여러모로 기대작이었다. '다크 나이트'를 통해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친 악역 캐릭터를 정통으로 다룬 솔로 무비기도 했고, 코믹스 영화 사상 최초로 제76회 베니스국제영화제의 최고상인 황금사자상도 받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조커를 연기한 호아킨 피닉스의 캐릭터 재해석이 많은 이들의 기대에 부응하며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개봉 뒤 뜻밖의 문제에 직면했다. 모방 범죄에 대한 위험이었다. 영화 내에서는 문제가 될 만한 장면이 다수 등장한다. 극 중 조커를 추종하는 젊은이들이 광대 마스크를 쓰고 길거리로 나와 폭동을 일으키고, 특권층을 향해 총을 겨누는 장면 등이다. 또한 폭동의 시발점이 된 조커를 숭배하는 모습도 담기면서 일부 관객들은 "범죄를 조장하고, 악당이 되어가는데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놨다.
특히 미국에선 2012년 영화 '다크 나이트 라이즈'로 모방 범죄가 발생해 12명의 사망자와 58명의 부상자를 낳았다. 당시 범인은 자신을 '조커'라고 표현해 충격을 더했다. 그런 탓에 미국에서는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일부 지역은 '조커'의 상영을 금지시켰고, 일부 지역은 경찰이 대형 극장 주변 경계를 강화하며 범죄를 막기 위해 힘쓰고 있다.
또 지난 6일(현지시간) 뉴욕 타임스 스퀘어 인근 AMC 극장에서는 '조커' 상영 도중 관객이 도망가는 일이 발생했다. 한 남자 관객이 조커가 살해하는 장면과 독백, 총기 난사 장면에서 큰소리로 손뼉을 치고 환호했다. 함께 영화를 보던 관객들은 모방범죄에 대한 우려로 이 남자에게 공포심을 느꼈고, 해당 남자는 결국 경비에게 끌려나갔다.
비단 미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 관객들 사이에서도 '박수 금지령' '돌발 행동 금지' 등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영화 상영 도중 박수를 치는 등 돌발 행동을 하면 함께 보는 관객에게 공포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조커'를 연출한 토드 필립스 감독의 의견은 이같은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그는 미국의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이러한 논란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몇몇 평론가들이 '조커'에 대한 논란을 일으키는 것이 혼란스럽다"며 "폭력에 대해 대화를 하는 게 왜 나쁜 것인가?"라고 오히려 의문을 표했다.
조커 역의 호아킨 피닉스는 이 같은 의견에 분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조커' 인터뷰 자리에서 영화가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에 대해 묻자 인터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이후 다시 자리로 돌아온 그는 "전혀 생각해 본 적 없는 사안"이라고 답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오인하거나 오독하면 안 된다. '조커'는 폭력을 조장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기존 사회 질서에 대한 반항을 그린 작품이다"라며 "그런데 미국이 이 작품을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모방 범죄가 일어난 적이 있고, 총기 소지가 자유롭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이런 움직임이 있다. 사회질서에 억눌려 있는 서민들 입장에서 통쾌한 면들이 있기 때문이다"라며 "이는 결코 무시하면 안 된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고 분석했다. 더불어 "'조커'를 영웅시하거나 실제 현실에 옮기는 것은 말 그대로 오독이다. 어떤 콘텐츠든 어떻게 활용하고, 받아들이고, 해석하느냐가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댓글로 예를 들면, 댓글의 순기능은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게시판의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비판이 아닌 비난을 하거나 조롱 또는 혐오를 한다. 그러면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된다. '조커'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어떤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제대로 해석하느냐에 따라 다른 양상을 띠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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