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BIFF] 박찬욱X코스타 가브라스, 영화로 맺어진 우정(종합)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왼쪽)과 박찬욱 감독이 6일 오전 11시에 진행된 오픈토크에 참석했다. /부산=박슬기 기자

코스타 가브라스, 박찬욱 작품 극찬

[더팩트|부산=박슬기 기자] 두 거장의 만남이 부산에서 이뤄졌다.

6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 야외무대에서 박찬욱 감독과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의 오픈 토크 행사가 진행됐다. 박찬욱 감독은 해운대 인근에서 진행된 마라톤 행사 교통 통제로 예정보다 약 25분 늦게 모습을 드러냈다.

"제 잘못은 아니지만 늦어서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자리에 참석한 박 감독은 코스타 가브라스와 인연을 맺게 된 배경을 설명하며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했다.

박 감독은 "제 필생의 프로젝트라고 생각하는 작품인 '액스'가 있다. 코스타 감독이 이 작품으로 불어로 만드셔서 판권을 소유하고 계시는데, 제가 영어 영화로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코스타 감독과 부인, 아들이 제 영화의 프로듀서다. 아직 만들어지진 않았지만, 언젠가 꼭 만들려고 하는 제 인생의 대표작으로 삼고 싶은 작품이다"라며 인연을 맺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현재 86세인 코스타 감독은 프랑스에서 50년 넘는 세월 동안 영화에 몸을 담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캐피탈' ''뮤직박스' '계엄령' 'Z' 등이 있다. 박 감독은 대학 시절부터 코스타 감독의 영화를 보며 꿈을 키웠고,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박찬욱 감독과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이 서로가 연출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부산=박슬기 기자

그는 "대학 졸업할 무렵에 '미싱'이라는 작품을 봤다. 한국의 정치 상황과 많이 겹치는 소재라서 우리 젊은이들이 많이 울면서 봤던 영화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이번에 부산에 들고 온 신작 '어른의 부재' 역시 비슷한 느낌이었다. 20대 감독의 영화가 아닐까 싶은 만큼 비판 정신이 강하게 담겨 있었고, 영화의 에너지는 화산처럼 터질 것 같았다"며 감탄했다.

반면 코스타 감독은 박 감독의 작품 중 '올드보이' '박쥐' '스토커' '아가씨' 등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했다. 그는 "한 감독이 4개의 각기 다른 세계관과 독창성을 표현한 게 놀랍다"며 "세밀한 감수성이 인상 깊다. 유럽에는 그런 감독이 없는 것 같다"라고 극찬했다.

그러자 박 감독은 민망한 듯 미소를 지었다. 그는 "앞의 영화에 대한 반성이 다음 영화에 대한 변화를 이끄는 것 같다. 한 번 해본 것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식이 다음 영화의 방향을 이끄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코스타 감독에 대해 "예술가들이 나이가 들면 도사나 현인이 된 것처럼 바뀌는데 아직도 분노가 있는 것 같다. 그 부분에서 '다시 한번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박찬욱 감독은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과 동료 프로듀서로 함께 일하고 있다. /더팩트DB

코스타 감독은 "나이가 들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나 비전이 많이 바뀌는데 제 생각에는 열정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주변을 비판스럽게 바라보면서도 사람의 눈으로 보는 게 중요하다. 저는 다른 나이 든 사람처럼 '이때가 좋았는데'라는 말은 절대 안 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코스타 감독은 평소 한국 영화에 대해 관심이 많다고 했다. 그는 "한국 영화만의 독창성이 있다"며 "바라는 것은 더 많은 여성 감독이 많이 배출됐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프랑스에는 많은데 한국에서 소개받은 여성 감독은 세 분 정도다. 그 수가 현저히 적은 것 같다"고 아쉬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박찬욱 감독은 행사를 마무리하며 코스타 감독의 신작 '어른의 부재'를 연신 추천했다. 그는 "우리가 겪은 구제 금융 위기 사태와 비슷한 내용"이라며 "엔딩 장면도 인상 깊다.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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