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큰 파장 일으킨 작품
[더팩트|박슬기 기자] 화성연쇄살인사건 진범이 잡히자 이를 소재로 한 영화 '살인의 추억'(감독 봉준호)도 덩달아 관심을 받고 있다. '살인의 추억'은 어떤 작품일까.
2003년 개봉한 이 작품은 봉준호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다. 연극 '날 보러 와요'가 원작이다. 당시 525만 5376명의 관객을 동원한 이 영화는 2003년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특히 봉 감독의 탁월한 연출력과 배우들의 열연이 인정받아 한국 영화사에서는 없어선 안 될 작품으로 꼽힌다.
'살인의 추억'은 1986년부터 1991년까지 발생한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한다. 서로 다른 스타일의 형사 박두만(송강호 분)과 서태윤(김상경 분)이 공조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분투하는 내용이다. 봉 감독은 단순 사건 전개가 아니라 당시 시대상을 잘 녹여냈다. 경찰의 폭력수사, 올림픽, 반정부 시위, 여성을 성적 대상화 한 장면 등을 넣어 80년대 사회를 잘 보여줘 호평을 받았다.
작품성으로 인정받은 '살인의 추억'은 대중성도 겸비했다. "향숙이 예쁘다"(박노식) "밥은 먹고 다니냐?"(송강호) "여기가 강간의 왕국이야?"(송강호) 등 명대사와 유행어로 당시 큰 인기를 끌었다.
봉 감독은 '살인의 추억'을 통해 범인에 대한 갈증을 뿜어낸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송강호가 화면을 뚫어져라 응시하는데, 이는 영화를 보러 온 범인과 그를 잡지 못한 형사가 마주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넣었다. 그는 '살인의 추억'을 내놓으면서 "범인은 꼭 이 영화를 보러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제목도 '살인의 추억'이라고 지었다. 범인이 과거 자신의 범행을 추억하라는 뜻에서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지난 18일 "범인이 1994년 1월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하고, 1995년부터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고 밝혔다.
봉 감독은 '살인의 추억'으로 대종상, 대한민국 영화대상 감독상, 영화평론가협회상, 춘사영화예술제에서 상을 받았다. 송강호 역시 대종상, 춘사영화예술제, 대한민국 영화대상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살인의 추억'으로 인정 받은 두 사람은 이를 계기로 본격적인 '영화 파트너'가 된다. 송강호는 봉 감독의 페르소나가 돼 '괴물' '설국열차' '옥자' '기생충'까지 함께 했다. '살인의 추억' 캐스팅 뒷이야기를 밝히자면 사실 송강호가 이 영화에 출연하게 된 데는 봉 감독과 남다른 사연이 있어서다. 신인시절, 송강호는 봉 감독이 조연출을 맡고 있던 영화 '모텔 선인장'의 오디션을 봤다가 탈락했다. 이 때 그의 연기를 인상깊게 본 봉 감독이 추후 한 행사장에서 송강호에게 작품을 제안하며 만남이 성사됐다.
이처럼 '살인의 추억'은 영화사적으로도 많은 의미를 남겼지만, 전 국민이 화성연쇄살인사건에 대해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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