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미스터 기간제' 한소은, 5년 기간제 배우

배우 한소은은 5일 <더팩트>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꾸밈 없는 솔직한 매력이 돋보였다. /임영무 기자

한소은 "일단 32살까지 해볼래요"

[더팩트|문수연 기자] '천명고 엄친딸' 포스는 온데간데 없었다. 쪽가위로 앞머리를 자르다가 망쳤다며 걱정하는 모습에서부터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대화를 나눠보니 예상대로였다. "입 열면 깬다"는 말에 말수를 줄였다는 한소은이지만 대화를 나눌수록 감추려 해도 감출 수 없는 엉뚱함이 묻어나왔다.

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OCN 드라마 '미스터 기간제'(극본 장홍철·연출 성용일)에 한태라 역으로 출연한 배우 한소은(27)과 만났다. 세 편의 웹드라마와 아침 드라마에 조연으로 출연했던 그는 데뷔 3년 만에 처음으로 큰 역할을 맡았다. 그만큼 그에게는 '미스터 기간제'의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한소은은 오디션 합격 전화를 받았던 당시의 상황부터 감정까지 생생히 기억했다.

"20대 후반인데 10대 학원물이라 오디션을 볼 때까지도 될 거라는 생각을 못 했다. 마지막 오디션을 보고 2~3일 뒤에 김밥oo에서 혼자 김밥을 먹고 있는데 회사 이사님한테 전화가 왔다. 태라 역에 합격했다고 해서 저는 정말 믿기지 않았다. 김밥 먹다가 소리 질렀다."

밥 먹다 말고 그 자리에서 30분을 기뻐했다는 한소은이지만 부모님께도, 친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처음 출연하는 큰 작품에 큰 역할. 혹시나 출연이 취소될까 하는 불안한 마음 때문이었다. 한소은은 대본리딩을 마친 후에야 마음을 놓고 부모님께 출연 소식을 알릴 수 있었고, 집안은 잔치 분위기가 됐다.

하지만 기쁨 뒤에는 걱정이 밀려왔다. 고등학생 역을 소화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었다. 어려 보이기 위해 태어나서 처음으로 앞머리를 잘랐다는 한소은은 "제가 보기에는 별로였는데 주변에서는 앞머리 있는 게 훨씬 낫다고 하더라. 이제는 익숙해졌다. 그래서 혼자 자르려고 가당치도 않을 생각을 하다가..."라며 웃었다.

한소은은 OCN 미스터 기간제에서 엄친딸 한태라 역을 맡아 강렬한 연기를 펼쳤다. /디모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고등학생 역할을 완벽히 소화한 한소은을 보니 실제로 학창 시절에는 어떤 학생이었는지 궁금해졌다. 얌전하고 수줍음이 많았을 것 같았지만 대답은 반전이었다. 그는 "선머슴같이 털털한 스타일이었다. 우악스럽다고 해야 하나"라며 "남을 재밌게 해주는 걸 좋아했다. 친구들이 예전에는 '개그맨 하면 딱이겠다'고 했는데 커가면서 성격이 바뀌었다"고 털어놨다.

성격이 변한 계기가 있었다. 주변 사람들의 수많은 지적 때문이었다. 가식 없는 솔직한 성격은 그대로지만 말수가 많이 줄었다는 한소은은 "어렸을 때부터 20대 초반까지 사람들이 '너는 입만 닫고 있으면 정말 괜찮다'고 해서 말수를 서서히 줄였다. 말을 많이 하면 오디션에서도 항상 떨어지더라. 재밌다고는 해주시는데 연락이 안 왔다. (웃음) 이미지랑 너무 반대여서 그런 것 같다. 이미지에 맞게 행동하려고 옛날 성격을 버리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한소은은 초등학생 시절부터 배우 꿈을 키웠다. /임영무 기자

연기 연습뿐만 아니라 성격까지 바꿀 정도로 한소은은 열정이 가득했다. 배우 꿈을 향한 열정은 어렸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초등학생 시절, 드라마 대사를 인쇄해 외우며 혼자 연기 연습을 하던 한소은은 그 어린 나이에 배우가 되겠다며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가겠다고 부모님께 선언했다. 당연히 부모님은 반대했지만 몇 년 후 기회가 다시 찾아왔다.

어느날 한 소속사로부터 싸이월드 메시지를 받은 한소은은 18살의 나이에 홀로 서울로 향했다. 이번에는 부모님도 딸의 열정을 꺾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의외였던 건 배우가 아닌 아이돌 연습생이었다는 거다.

"걸그룹 꿈은 없었는데 당시에는 어느 회사에 가도 배우를 하고 싶다고 하면 걸그룹으로 데뷔한 후 연기를 해야 수월하다고 하더라. 그래서 아이돌 연습생을 시작했는데 춤, 노래를 너무 못했다. 연습을 주야장천 해도 못 따라갔다. 트레이닝을 받을 때도 제가 구멍이어서 선생님들이 저만 보면 한숨을 쉬었다. 그때 깨달았다. 춤, 노래는 타고나야 하는구나. 이 길은 내 길이 아니구나."

한소은은 미스터 기간제 후 휴식기를 가진 후 차기작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임영무 기자

19살이 끝나갈 무렵 깨달음을 얻은 한소은은 그렇게 걸그룹의 길을 포기했다. 이후 대학에 진학해 방송연예를 전공한 그는 24살에 데뷔하게 됐지만 일이 쉽게 풀리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27살까지 해보고 안 되면 포기하자'는 마음으로 계속해서 도전하던 한소은은 딱 27살이 된 올해부터 일이 풀리기 시작했다.

올해까지도 안 되면 어린 시절 꿈 중 하나였던 승무원에 도전해볼 생각이었다던 한소은은 일이 잘 풀리면서 꿈이 5년 더 연장됐다. 그는 "앞으로의 목표는 '32살까지 하자'다. 32살까지 안 되면 그냥 안 하는 거로…"라며 "늦기 전에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고 깜짝 고백을 했다.

일이 잘 풀려도 32살쯤에는 결혼하고 싶은지 묻자 그는 "잘되면 결혼보다는 돈을 잘 버는 방법을 구상하며 지내지 않을까 싶다"고 답해 웃음을 안겼다. 말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했지만 사실 그의 연기 열정은 컸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묻자 진담 100%의 대답이 돌아왔다.

"자만하지 않고, 초심을 잃지 않고 꾸준히 작품을 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한 번에 뜨고 유명해지고 싶은 게 아니라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감사히 여길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지금 마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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