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짜: 원 아이드 잭' 9월 11일 개봉

[더팩트｜박슬기 기자] 타짜, 추석 연휴 대표영화, 남자주인공. 이 세 가지 타이틀이 박정민의 어깨를 눌렀다. 부담감과 불안함, 긴장감 등이 그를 에워싼 듯했다. 끊임없이 작품활동을 해 온 박정민이지만 '타짜: 원 아이드 잭'(감독 권오광) 주연의 무게만큼은 무거워 보였다.

지난 4일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날,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박정민을 만났다. 지난 2월 영화 '사바하'로 인터뷰한 뒤 약 6개월 만의 만남이었다. 여전했다. 달라진 건 없었다. 여전히 어두운색의 옷을 좋아했고, 겸손한 태도로 답변을 이어갔다. 바뀐 게 있다면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이하 '타짜3') 촬영으로 홀쭉해진 그의 모습이었다.

"감독님이 도일출이 멋있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20kg 정도를 감량했어요. 영화 초반엔 78kg인데 후반부로 갈수록 많이 날렵해졌을 거예요. 이번 영화에 한해서는 좀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박정민이 영화에서 맡은 도일출은 칠판보다 포커판에 가까운 고시생이다. 포커에 남다른 실력을 갖추고 있는 그는 자신의 존재가치를 포커판에서 입증한다. 이후 50억 배팅 판에 뛰어든 그는 운명처럼 마돈나(최유화 분)를 만나게 되고 묘한 관계를 형성한다.

"'타짜3'에선 박정민한테 기대하지 않았던 모습을 보시지 않을까 싶어요. 박정민이라는 배우는 우리 주변에 있는 어떤 사람을 연기하는데 특화돼 있는 배우라고 생각하실 텐데 이번엔 '보고 싶은 어떤 인물을 연기하네'라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죠."

박정민은 2018년 한 해를 '타짜3'에 올인했다. 사실 이 작품 출연을 결정하기까진 쉽지 않았다. 주변에서 모두 '타짜3'의 출연을 말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짜' 시즌1을 연출한 최동훈 감독의 한마디가 그의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게 했다.

"제안이 들어왔을 때 (김)의성 선배한테 연락을 드렸어요. 그랬더니 10분 뒤에 다시 전화하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시간이 지나고 전화가 왔는데 '최동훈 감독이 너 타짜 하는 거 보고 싶대'라고 하셨죠. '타짜'라는 영화를 세상에 내놓은 분이 제가 주인공 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말은 정말 큰 응원이 됐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타짜3'에 임했지만, 주연배우로서 갖는 부담감은 어쩔 수 없었다. 영화에서 그가 맡은 도일출처럼 끊임없이 자기의 실력을 증명하려 했다. 실력에 대한 의문과 의심을 지워낼 수 없어서다. 이를 본 선배 배우 권해효는 박정민을 불러 가슴 깊이 남을 조언을 했다.

"권해효 선배님이 최근 술자리에서 해주신 말이 가슴에 깊게 박혔어요. 절 되게 좋아해 주시는데 안쓰러웠나 봐요. 저에게 '감독이나 제작자가 너를 캐스팅 했을 땐 지금까지 보여준 것들 있기 때문에 쓰는 거야. 너의 기대치는 이미 과거에 있어. 배역 때문에 스스로를 갉아먹으며 에너지를 낭비하지 마' 라고요. 정말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앞으로 가슴에 새기면서 조금씩 노력해보려고 해요."

사실 '타짜3'은 박정민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다.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보며 영화에 대한 꿈을 키운 그는 이 작품에 출연한 배우 류승범과 호흡을 맞추게 됐다. 박정민은 '영화 준비단계부터 개봉 전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서도 "류승범 형님과 처음 만났을 때"라고 말했다.

"캐스팅 보드에 제 이름만 있었을 땐 불안했어요. 저 하나로 영화가 만들어지진 않으니까요. 엎어질 수도 있단 불안감이 들 때쯤 류승범 형님이 출연한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그때부터 모든 게 일사천리로 진행됐죠. 현장에서도 형님의 좋은 에너지를 많이 받았어요.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이 강력한 것 같아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죠. 함께 작업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그와 한참을 이야기하다 보니 어느새 비는 그치고 해가 모습을 드러냈다. 박정민은 "언제 이렇게 해가 떴냐"며 미소를 보였다. 그런 그의 모습에 꽤 여유가 생긴 것 같아 "부담감은 있지만 꽤 괜찮아 보이는데"라고 말하자 "잘못 본 것 같다. 엄청 긴장돼서 속이 타들어 가는 것 같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사실 '타짜3'는 타짜1, 2를 넘어서기 위해 만든 영화가 아니에요. 영화를 만든 우리 모두가 타짜의 팬이거든요. '타짜1' 타짜2'를 만든 선배님들에게 다음 세대 영화인들이 부끄럽지 않게 만들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크죠. 어제 최동훈 감독님이 영화를 보고 꼭 끌어 안아주셨는데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데뷔 9년 차. 끊임없이 도전하고 변신하는 그는 이번엔 타짜가 되어 돌아왔다. 아울러 이제 상업 영화의 대표 남자주인공이 됐다.

"배우 지망생일 때, 또 데뷔하고 나서도 큰 성과가 없었을 땐 선배들을 보면서 '얼마나 행복할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한 단계 성장하고 보니, 지금 하는 고민은 더 무겁더라고요. 그러면 선배들의 고민은 얼마나 더 크겠어요. 부담감을 버텨내고 하시는 게 정말 대단하죠. 저 역시나 운 좋게 지금처럼 계속 영화를 찍어나갈 수 있다면 앞으로 부담감은 더 커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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