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의 연예가클로즈업] 홍진영과 소속사 분쟁, 해법은 없나

홍진영은 지난달 23일 자신의 SNS에 소속사 뮤직K를 상대로 전속 계약 해지 통지서를 전달하게 된 경위를 알리며 분쟁 사실을 수면 위에 올렸다. /더팩트 DB

[더팩트|강일홍 기자] 종기는 곪아서 터진 뒤에야 비로소 아물고 새살이 돋는다. 또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다는 말도 있다. 곪기도 전에 어설프게 종기를 잘못 건드려 덧나면 큰 병원에서 살을 째고 수술을 해야할 수도 있다. 아무리 깊이 사랑하는 사이라도 작은 다툼과 갈등은 생기게 마련이고, 대개는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애정은 더 깊어질 수도 있다.

가수 홍진영과 소속사 뮤직K엔터테인먼트(이하 뮤직K)가 전속계약을 두고 갈등을 빚으면서 가요계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일방적 계약 파기라는 뮤직K 측의 입장에 홍진영이 강력히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진실공방은 급기야 고소로 번져 싸움이 커지는 양상이다. 10년간 한솥밥을 먹었어도 이해관계가 엇갈리면 한순간에 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홍진영은 2009년 '사랑의 밧데리'로 트로트 솔로 앨범을 발표하기까지 수많은 굴곡을 겪은 가수다. JYP에서 잠시 연습생을 거쳤고, 걸그룹 애프터스쿨 합류 제의도 받은 적이 있다. 4인조 걸그룹 스완으로 활동했지만 실패했고, 한때 키이스트에 속한 적도 있다. 현재의 뮤직K 권모 대표와의 만남은 코어콘텐츠(현 MBK, 대표 김광수) 시절부터 맺은 인연이 이어지고 있다.

홍진영은 코어콘텐츠(현 MBK, 대표 김광수) 시절 현재의 뮤직K 권모 대표와 인연을 맺은 이후 10년째 한솥밥을 먹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홍진영의 싱글앨범 미디어 쇼케이스 무대. /이덕인 기자

◆ 홍진영 "불투명한 정산-광고 이면계약" vs 뮤직K "홍진영 의사 존중-수익 조정"

전속계약을 둘러싼 싸움이 수면 위에 등장한 것은 지난달 23일 홍진영이 자신의 SNS에 '지난 6월 소속사에 전속 계약 해지 통지서를 전달하게 됐다'고 주장하면서다. 자신이 모르는 광고주와의 이면 계약, 페이퍼컴퍼니를 통했다고 의심되는 불투명한 정산 방식, 원치 않았던 공동사업계약에 대한 체결 강행, 행사 및 광고 수익 정산 다수 누락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이에 대해 뮤직K 측은 "데뷔할 당시부터 현재까지 홍진영 씨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는 방향으로 매니지먼트 의무를 이행했다"면서 홍진영에 휴식 보장과 원하는 방송·광고 출연을 위한 교섭 및 홍보활동 진행, 음원 및 음반 등 콘텐츠 제작에 꾸준히 투자해왔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홍진영의 요구에 두 차례 전속계약을 갱신하고 수익분배율을 높여줬다고 주장했다.

모든 싸움에는 이유가 있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우세하면 싱겁게 마무리될 수도 있지만, 팽팽히 맞서면 어느 한 쪽이 치명적 상처를 입어야 끝이 나게 돼 있다. 더구나 이해관계의 다툼을 넘어 감정적 싸움으로 치달으면 수습하기는 더 힘들어진다. 소속사 뮤직K가 "지난 5년간 100억원을 정산했다"는 주장에 홍진영은 "본질에서 벗어난 소속사의 반칙행위"라며 성토했다.

여러 변수가 많은 가요계는 유독 전속계약 분쟁이 많은 곳이다. 소속사 뮤직K가 지난 5년간 100억원을 정산했다는 주장에 홍진영은 본질에서 벗어난 소속사의 반칙행위라며 반박했다. 사진은 홍진영의 정규앨범 Lots of Love(랏츠 오브 러브) 컴백 쇼케이스. /배정한 기자

◆ 아티스트와 매니저 '이와 잇몸의 관계', 감정싸움 치달으면 둘 다 치명적 손해

엔터산업은 2000년대 이후 폭발적으로 커졌다. 한류의 위상은 연예기획사가 대규모 기업화 형태로 확장되면서 근간이 마련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요계에서는 70년대 최봉호 씨가 설립한 '삼호프로덕션(삼호기획)'을 국내 첫 연예기획사로 꼽지만, 전속 계약에 따른 수익 분배의 기본 원리는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기여도가 많은 쪽에 힘이 실린다.

연예산업이 글로벌화하면서 아티스트들의 위상도 달라졌다. 정상급 스타들은 연간 수십억에서 수백억 원으로 몸값이 상승하고, 그들의 움직임에 따라 판도가 달라지기도 한다. 덩치가 커지면 잡음을 피할 수 없고, 다툼의 첫번째 이유는 바로 돈이다. 돈을 둘러싸고 이해관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가요계는 또 유독 전속계약 분쟁이 많은 곳이다. 그만큼 변수가 많다.

이대로라면 양 측 모두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이미지 손상은 물론 일부 광고파기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쌍방 모두 감수해야한다. 아티스트와 매니저는 이와 잇몸의 관계다. 한쪽이 무너지면 다른 쪽이라고 무사할리 없다. 해법은 있다. '모두 잃느냐, 조금만 잃고 각자 살길을 찾느냐'는 자신들한테 달려있다. 홍진영과 뮤직K는 현명한 결정을 하겠지만 설령 갈라서게 되더라도 서로 상처를 헤집는 일만은 참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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