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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발상 아이디어 시청률 견인...코미디 월드센터 건립 ‘꿈’
[더팩트|강일홍 기자] 예능작가 최대웅(48)은 유재석 강호동 전현무 신동엽 김구라 이영자 등 쟁쟁한 예능인들과 호흡하며 인기 프로그램을 견인해온 예능계 '황금손'이다. 그의 타고난 '예능 촉감'은 예능인들의 입을 통해 한층 업그레이드 된 '웃음 코드'로 대중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예능 작가의 세계는 어느 분야보다 생존경쟁이 치열하다. 못 웃기면 바로 퇴출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가 베테랑 작가로 불리는데는 늘 파격적이고 새로운 역발상 아이디어로 시청률 견인에 앞장 선 덕분이다. 최 작가는 "세상 모든 사물을 '즐거움'이란 색안경을 끼고 보면 무엇이 '재밌는 일'인지 저절로 알게 된다"고 비결을 털어놨다.
기발하고 독특한 아이디어로 인기작가의 명성을 얻었지만 "세상의 모든 콘텐츠는 오리지널이 따로 없다"는게 그의 소신이다. 아이디어가 나올 때까지 밤샘 회의를 하다보면 '뭔가 새로움(NEW)'을 발견하게 되고, 숱한 심신 스트레스 속에서도 보람을 찾는다고 한다.
그는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탄생의 주역이면서, 예능프로그램의 '중국 진출' 물꼬를 튼 작가이기도 하다. 국내 예능계를 넘어 한류작가로 당당히 인정받은 그의 25년 작가 인생을 들여다봤다. 스페셜인터뷰는 지난 1일 서울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요즘 방송가는 예능이 대세다. 최고의 예능인들과 궤를 함께하며 예능트렌드를 주도해왔다는 평가를 듣는다. 어떤 프로그램들이 있나.
첫 질문부터 쑥스럽네요. 알다시피 예능은 작가 혼자서 다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굳이 몇몇 프로그램을 언급한다면 '황금어장 무릎팍도사'(강호동) '라디오스타'(김구라) '놀러와'(유재석) 등을 가장 잘 기억하실 것 같고요. 초기 '슈퍼선데이'나 '쇼바이벌'(이영자) '육감대결'(이경규) '용감한 작가들'(전현무), 그리고 현재 신동엽이 진행 중인 '악플의 밤'(JTBC) 등이 있어요. 나중에 별도 프로그램으로 확대편성돼 방영된 '무릎팍도사'는 7년간 가장 고된 작업이었지만 그만큼 보람의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최대웅 작가는 홍익대 3학년 때인 94년 SBS 3기 공채작가로 출발한 뒤 '황금어장 무릎팍도사'부터 '라디오스타'까지 굵직한 예능프로그램을 두루 섭렵했다. 그는 "한창 공부해야할 청소년기에 TV와 만화에 빠져 지냈다"면서 "어느 순간 예능감에 대한 안목이 생기면서 가장 잘할 자신이 있는 일을 직업으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주 전공인 예능 외에 드라마 '심야식당'(대본), 영화 '박수건달'(시나리오) 등에도 참여했다.
-예능 프로그램 패널로도 직접 출연한다. 작가로서 단순히 연예인들과 함께 출연한다는 의미는 아닐 것같다.
물론 나름의 기준이 있어요. 반드시 예능작가라는 이름과 역할로만 출연하는 거죠. 예능프로에 몇 번 출연한 뒤 어설프게 반 예능인 행세를 한다면, 결국엔 색깔이 애매하게 변질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작가로서 제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도 없고요. 강 기자님도 예능이나 기타 뉴스프로그램 같은데 자주 나가시지만 반드시 '강일홍 기자'라는 정체성은 잃지 않더군요. 저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하시면 됩니다. 같은 소재라도 저는 전문예능인이 아닌 작가라는 입장에서 들여다보고 해석하는 거죠.
그는 TV 예능에 자주 등장하면서 대중적 인지도까지 끌어올린 작가다. '섹션티비 연예통신'을 시작으로, '디렉터스컷’ '풍문으로 들었쇼' '썰전'(스페셜게스트) 등에 출연한 뒤 특유의 예능감을 발휘했다. 오버하거나 과장하지 않으면서 정곡을 찌르는 한 마디 촌철살인 멘트로 토크의 재미와 자기 영역의 확실한 신뢰감을 안긴다. 필자와 '풍문쇼'에서 패널로 함께 출연할 당시에도 그는 기자들이 팩트로 체크할 수 없는 연예계의 이면 얘기를 작가의 경험과 시선으로 예리하게 찍어내 찬사를 받았다.
-예능인들은 누군가를 웃기는 일이 늘 힘들다고 말한다. 같은 입장이긴 하겠지만 작가는 또 다른 의미에서 더 힘들 것 같다.
대부분의 작품은 사전에 충분히 검토되고, 자신이 있을 때 비로소 출발하게 되죠. 그럼에도 방송을 하다보면 애초 의도와 다르게 반응이 날 때도 있어요. 아니, 의외로 그런 일은 흔한 편이죠. 시청률이 현저히 낮거나 관심을 끌지 못하면 조기종영을 하게 마련이지만, 편성사정이나 다른 이유로 부득이 끌고가야할 때도 있어요. 팀워크는 바닥을 치고 섭외도 안되고, 그야말로 죽을 맛이 됩니다. 내가 만든 프로그램이 못 웃겨 벌어진 일이니 마치 스스로 악마라도 된 듯 자신과의 고통스런 싸움을 견디는거죠.
-그만큼 예능계가 생존 경쟁이 치열하다는 방증 아니겠는가. 그럼에도 예능계에서 오랜기간 인기 작가로 롱런해온 비결은 있을 것도 같다.
아이디어가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일은 없어요. 세상의 모든 콘텐츠는 모방을 통해 재탄생한다고 믿습니다. 단순 모방과는 다른 개념이지만 어쨌든 '처음부터 오리지널은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보는 시각에 따라 드라마도 영화도 언제든 예능 모티브가 될 수 있어요. 대신 저는 '새로움'(New)이란 양념을 가미하려고 노력합니다. 30%의 완벽한 '새것'을 투입하면 알멩이는 70%가 비슷해도, 이미 형식과 콘셉트가 바뀐 이상 재창조된 '새로움'이 됩니다.
최 작가는 "다만 한가지 경계할 것은 실패의 두려움이나 위험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 흥행공식을 답습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디어가 정리되면 과감히 시도해야하고, 필요하다면 의외 인물이나 신인(새것) 기용도 주저하지 말아야 성공 가능성이 생긴다"고 했다.그러면서 "새것을 시도하다 망하면 기회가 있지만, 흥행공식을 따라하다 망하면 더는 기회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런 그의 평소 소신과 노력 덕분에 예능계에선 '최대웅 작가' 하면 '새로움(New)을 시도하는 예능작가'로 인식될 정도다.
-지금은 사드(THAAD) 여파가 지속되면서 주춤한 상태이지만, 인기 예능작가로서 중국 내 예능 한류의 견인차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렇게까지 치켜세우는 건 좀 과찬의 말씀이고요. 드라마에 이어 예능바람이 중국에서 본격화한 뒤 한국 예능 스태프가 현지에 진출해 여러 시도를 많이 했어요. 초기엔 사실상 예능 불모지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한국 스태프의 역할이 절대적이었죠. 규모도 국내 제작비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 크다보니, 출연료는 상상을 초월했어요. 지금은 거품이 많이 빠졌다고 들었는데, 당시엔 제작비 600억~700억(12회분, 회당 50억)에 중국 톱스타 출연료가 회당 5억~7억 원은 기본이었죠. 물론 한국 스태프들의 개런티도 상당했어요.
최대웅은 사드 파고가 일기 2년 전인 2013년 하반기에 처음 중국 예능계에 진출했다. 중국의 유명 인터넷 방송 유쿠의 '남신여신'과 소후닷컴의 '은밀하게 위대하게'(동영상 검색 1억뷰 돌파)의 핵심 키맨으로 활약했다. 그의 명성과 신뢰가 중국에서도 알려진 뒤엔, 제작비 지원을 받아 흑룡강성 위성 TV에서 12부작 '빙설성동역'(빙등제 축제 스페셜프로그램)을 직접 제작하기도 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후에 국내 예능프로그램이 몰카제목으로 벤치마킹하는 역주행을 만든 일도 있다.
-현재 국내 연예계는 과연 언제쯤 중국 통로가 다시 뚫릴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말이 나온 김에 중국 분위기를 좀 진단해달라.
잘 아시다시피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여서 정치적 입김이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가 이미 경험했듯이 대중문화의 흐름조차도 인위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곳이에요. 곧 풀리지 않겠느냐는 희망적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저는 금방 해소될 것으로 보진 않아요. 중국 내 방송콘텐츠 관계자들이 그 사이 한류를 벤치마킹한 제작노하우와 기술력을 확보한 상태거든요. 아이디어나 창의력은 하루아침에 모방할 수 없는 부분이긴 해도 한류의 서포트가 절박하지 않기 때문에 서둘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설령 문호를 개방하더라도 고(高) 퀄리티 기술과 노하우를 가진 소수 정예인력만 골라서 부르겠죠.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BICF, 이하 부코페)이 벌써 7회째를 맞고 있다. 태동부터 실무책임을 맡아 세계 4대 코미디페스티벌로 키웠는데 남다른 소회가 있을 듯하다.
7년 전 처음 출발했을 때만해도 막막했어요. 지원금액이 턱없이 부족한데다 인지도가 없으니 기업 후원도 쉽지 않았거든요. 매번 다짐하길 '올해까지만 잘 넘기자'고 다짐할 정도로 힘들었는데 코미디 열정 하나로 꿋꿋이 버티다보니 벌써 일곱번째가 됐네요. 어려움을 잘 극복하고 보니 이제는 웬만큼 자리잡았다는 느낌도 들어요. 다만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페스티벌로 이어가려면 상설코미디극장은 반드시 만들어져야한다고 생각해요.
올해 부코페는 오는 23일부터 9월1일까지 부산 해운대 영화의 전당에서 펼쳐진다. 해외팬들 사이에서도 그 위상이 널리 알려질만큼 탄탄한 한류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덕분에 부산은 세계 코미디페스티벌 메카(영국 에딘버러/ 캐나다 몬트리올/ 호주 멜버른)로 인정받고 있다. 최대웅 작가(콘텐츠 부문 부위원장)는 평소 세계 코미디페스티벌을 두루 참석한 열정파답게 김준호(조직위원장), 조광식(행정 총무) 부위원장과 의기투합한 뒤 1년만에 부코페를 탄생시켰다. 올해도 세계 15개국 30여명의 코미디언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예능 프로그램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예능세계를 동경하는 작가 지망생들도 많다. 인기 예능을 선도하고 있는 작가로서 한 마디 조언을 해준다면.
천성적으로 소질을 타고난 사람도 있지만 관심만 있다면 누구라도 가능한 분야라고 생각해요. 무조건 예능 프로그램을 많이 보라고 권합니다. 저는 학창시절부터 장르를 가리지 않고 TV에 빠졌고, 어느 순간 '나라면 이렇게 하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을 때 용기를 내 과감히 뛰어들었어요. 소설 작가도 간접 경험, 즉 다독을 하는 분들이 넘치는 표현력으로 더 글을 잘 쓴다잖아요. 작가 아카데미 같은데서 기본적인 작가 소양을 배우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열정과 관심, 노력이거든요. 제 경험상 예능작가는 자신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많이 보기만 해도 저절로 공부가 된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최대웅 작가는 중학시절 교회 동아리에서 진행한 콩트(촌극)에 참여한 뒤 일찌감치 예능에 관심을 갖게 됐다. 서울 마포고 2학년때는 TV '비바청춘'의 학교탐방 녹화 당시 학생대표 꽁트를 쓰면서 또 한번의 계기를 만들었다. 재능을 인정받아 연말결선에 참가한 뒤 훗날 연예인으로 데뷔하게 될 끼많은 유재석(용문고) 김지선(염광고) 등과 합숙을 하며 작가적 기질을 발휘했다. 작가 데뷔 후 MBC 방송연예대상 예능작가상, KBS 방송연예대상 코미디작가상, 한국방송작가협회 예능부문 작가상을 수상했다.
예능작가 세계는 무엇보다 창의적 아이디어가 관건이다. 때론 독창적인 것보다는 기발한 모티브에 의한 재창조가 빛을 발할 때도 있다. 최대웅 작가는 "25년째 예능작가로 활동하면서 숱하게 많은 아이디어와 창작물을 냈지만 단 한번도 온전히 내것이라고 고집해본 일이 없다"고 말했다.
그가 수상한 한국방송작가협회상은 전체 작가들이 뽑아주는 'VIP 작가상'으로 불릴 만큼 값지다. 최대웅 작가는 강호동이 진행해 화제를 모았던 '무릎팍도사'에서 사회자와 인터뷰 대상자가 서로 재미있게 질문과 대답을 할 수 있도록 구성해 작가적 역량을 크게 인정받았다.
얼마전 그는 JTBC '독한 혀들의 전쟁-썰전'(118회)에 출연해 밀리지 않는 예능감을 발휘했다. 방송 예능작가계의 대부격인 임기홍 작가는 "(최)대웅이는 동료들 사이에 실력있는 작가 겸 예능인으로 대접받는 이유가 있다"면서 "후배지만 자기 영역과 캐릭터가 분명한 친구"라고 평했다.
최 작가는 데뷔 이후 필자와도 오랜 친분을 이어오고 있는 사이다. 그에게 '지금 가장 절실한 바람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단번에 "개인적인 소망보다는 예능인들의 숙원인 코미디전용극장 '코미디월드센터' 건립이 하루빨리 실현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필자 눈에 비친 그는 과연 뼛속부터 천생 예능인이었다.
eel@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