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퍼퓸' 김민규, 톱스타는 아니지만 열정은 '톱'

배우 김민규가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임영무 기자

김민규 "연기 욕심 커졌어요"

[더팩트|문수연 기자] '김민규'를 검색하면 수많은 사람의 프로필이 나온다. 떠오르는 인물도 여러 명이다. 하지만 이제는 한 사람이 명확하게 생각난다. '퍼퓸'으로 그는 존재감을 제대로 드러냈다.

지난 24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배우 김민규를 만났다. 그는 25일 종영한 KBS2 드라마 '퍼퓸'(극본 최현옥, 연출 김상휘)에서 세계적인 아이돌 스타 윤민석 역을 맡았다.

얼굴은 '아이돌 상'이지만 쭉 배우 활동을 해왔던 김민규에게 윤민석은 쉽지 않은 캐릭터였다. 심지어 이제 막 이름을 제대로 알리기 시작한 그에게 세계적인 톱스타 역할은 표현해내기 어려웠을 법했다. 하지만 김민규는 당찬 포부와 욕심을 갖고 큰 고민 없이 작품에 뛰어들었다.

"처음에는 어려운 게 없을 줄 알았어요. 잘 해낼 수 있을 줄 알았죠. 출연 제안을 받고 미팅을 했는데 리딩할 때 크게 어려운 부분이 없었거든요. 밝고 명랑한 캐릭터이기도 하고 제가 언제 또 한류스타 역을 해보겠나 싶어서 해보고 싶었어요. 잘 소화해낼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김민규가 믿고 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임영무 기자

하지만 막상 그가 출연을 결정하자 감독들의 우려가 쏟아졌다. "민규한테 너무 어려울 텐데…." 김민규는 처음에는 실감하지 못했지만 촬영을 시작하면서 고민에 빠지게 됐다. 그는 "톱스타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분위기, 여유를 따라 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는데 어렵더라고요. 톱스타는 사소한 것 하나에서도 풍겨 나오는 게 달랐어요. 저는 팬들에게 환호를 받는 것도 부끄럽거든요. 또 윤민석은 사람마다 대하는 자세가 달라서 그런 모습들을 다양하게 표현하는 게 힘들었어요"라고 털어놨다.

톱스타의 모습뿐만 아니라 아이돌이라는 직업도 김민석에게는 어렵게 다가왔다. 능글맞고 애교 넘치게 팬들을 대하는 모습은 실제 김민규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모니터도 못 할 정도로 부끄러웠지만 그는 캐릭터를 위해 얼굴에 철판을 까는 연습을 했다.

"민석이가 팬들을 대하는 자세가 아이돌의 정석이라면 실제 저는 팬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잘 몰라요. 그래서 블락비 재효 형, 빅스 혁, 재환이 형 등 친한 아이돌 친구들이 팬들을 대하는 태도를 자세히 봤어요. '그냥 하면 되는데' 이런 마음으로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제 연기를 보고 주위에서 많이 놀렸는데 민석이는 그런 대사를 해도 밉지 않고 사랑스러운 아이여야 하거든요. 그래서 철판 깔고 열심히 했죠. (웃음)"

퍼퓸에서 김민규는 톱스타 윤민석 역을 맡았다. /KBS 제공

마음을 다잡고 '오글거리는' 연기를 해낸 건 김민규가 이번 작품을 위해 들인 노력에 비하면 일부에 불과했다. 연기를 할수록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는 그는 데뷔 후 처음으로 용기를 내 연기 선생님에게 지도를 받으며 캐릭터를 준비했다.

"그동안 연기 레슨을 받고 싶다는 생각은 늘 있었는데 시작할 용기가 안 났어요. 시작하면 부딪힐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해보니까 너무 재밌고 도움도 많이 됐어요. 연기가 더 재밌어졌어요. '퍼퓸' 들어가기 한 달 전부터 레슨을 받기 시작해서 지금까지도 계속 받고 있어요."

연기를 배우고 노력하면서 김민규의 욕심은 더욱 커졌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그의 연기 선생님의 열정도 커졌다. 김민규는 "선생님도 욕심이 생기는 것 같더라고요. 처음에는 저한테 '워낙 잘하셔서….'라고 말했는데 조언이 점점 늘어났어요. 방송 모니터도 항상 해주셨고, 드라마가 끝나면 코멘트가 길게 왔어요. 시간이 나면 무조건 가서 레슨을 받았고, 촬영 일정이 바쁠 때는 전화로 한두 시간씩 수업을 했죠. 캐릭터가 어렵기도 했지만 제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시기여서 그만큼 더 열심히 했어요"라고 말했다.

따로 연기에 대한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지만 현장에서 선배들과 호흡하면서도 김민규는 많은 걸 배웠다. 그는 "신성록 선배님이 표정 연기를 정말 잘하세요. 그런 부분을 배우고 싶어서 선배님이 연기하는 걸 많이 봤어요"라며 "하재숙 선배님이 저에게 해준 말도 기억에 남아요. '드라마가 시작되면 윤민석 캐릭터는 누구보다 네가 가장 잘 알 수밖에 없어. 아무도 왈가왈부할 수 없어. 너만 할 수 있는 윤민석이니 자신감 가져'라고 해주셨죠. 알고는 있었지만 잊고 있던 부분인데 재숙 선배가 깨우치게 해줬어요. 그게 와닿아서 좀 더 자유롭고 자신감 있게 연기할 수 있었어요"라고 전했다.

김민규는 퍼퓸을 위해 연기 레슨을 받았다. /임영무 기자

이번 작품을 위해 특별히 노력을 기울인 만큼 시청자의 반응이 궁금했을 법도 했다. 평소에도 포털사이트에 본인의 이름을 자주 검색한다는 김민규지만 이번에는 달랐다고 했다. "원래 댓글 같은 걸 잘 찾아보는데 제가 MBC 예능프로그램 '호구의 연애'에 출연하면서 데뷔 6년 만에 처음으로 악플을 받아봐서 안 찾아봤어요. 제가 멘탈이 약한데 보면 흔들릴 것 같더라고요. 민석이는 멘탈이 흔들리면 안 되는 자신감 넘치는 캐릭터라 연기에 영향이 있을 것 같아서 안 봤어요."

'퍼퓸' 관련 기사에도 '호구의 연애' 이야기가 댓글로 달릴 만큼 김민규는 드라마와 예능에서 동시에 활약을 펼쳤다. 그는 드라마뿐만 아니라 예능에서도 최선을 다하기 위해 솔직한 마음으로 프로그램에 임했다고 털어놨다.

"처음에는 제가 의식하면서 촬영할 줄 알았는데 워낙 현장 분위기가 좋고 편해서 솔직한 모습이 나오더라고요. 다만 작품과 동시에 하려니 몰입에 방해가 되긴 했어요. 말투가 바뀌었다는 말도 많이 들었죠. '호구의 연애' 녹화만 갔다 오면 연기 선생님이 '다시 민규 씨가 됐어요'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도 연기는 선생님이 잡아주셔서 다행이었는데 '호구의 연애'에서 민석이가 튀어나오더라고요. 양쪽으로 혼돈돼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하지만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김민규는 호구의 연애에서 채지안과 러브 라인을 그리며 진지한 모습을 보여줬다. /MBC 제공

그래도 드라마와 예능을 하며 좋은 추억을 만들었다는 김민규에게 '또 연애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할 생각이 있냐'고 묻자 그는 조심스럽게 "연애 예능은 한 번의 추억으로 남겨두고 작품으로 인사드리고 싶어요. (웃음) 요즘 연기가 점점 더 재밌어요. 제가 자존심이 세고 승부욕이 강한 사람이라 아쉬움이 남으면 오히려 오기가 생기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빨리 차기작을 하고 싶어요"라고 답했다.

김민규는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의 황정민이 했던 진한 로맨스부터 '베테랑' 유아인 같은 악역, 사이코, 진지한 역할 등 다양한 역할에 욕심을 내고 있었다. 보여주고 싶은 모습은 다양하지만 그가 가고 있는 배우로서의 방향성은 항상 같았다. "예전부터 늘 '공감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시청자 전부가 공감할 수는 없겠지만 절반 이상은 공감할 수 있는, 믿고 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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