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품은 소리꾼'으로 성장, 심상치 않은 역주행
[더팩트 | 정병근 기자] 화려한 기교는 한 번의 감탄으로 끝나지만 가슴을 파고드는 울림은 오래 남는다. 가수 흰(HYNN)의 노래가 그렇다.
지난 6일 멜론 실시간차트에 낯선 가수의 노래가 하나 등장했다. 흰의 '시든 꽃에 물을 주듯'으로 딱 100위였다. 지난 3월 31일 발매된 곡이니 무려 97일이 지나서야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 지니뮤직에서도 82위에 올랐는데 국내 음원시장 점유율 1,2위인 플랫폼에 동시 진입한 것은 유의미한 일이었다.
톱100에 잠깐 오르는 것도 어렵지만 순위를 유지하는 건 더 어렵다. '시든 꽃에 물을 주듯'은 보름도 더 지난 23일 오전 멜론과 플로에서 50위권, 지니에서 60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그동안 입소문을 타며 서서히 역주행을 시작했고 이젠 안정적인 궤도에 안착했다.
왕성하진 않았지만 발매 초 곡 홍보 활동을 할 때는 주목받지 못해 그대로 이 곡의 생명력이 끝나는 듯 했다. 하지만 지난 5월 29일 가수 벤이 자신의 인스타 라이브를 통해 팬들과 소통하던 중 이 곡을 언급, 다시 숨을 불어넣었다.
당시 벤은 차량을 타고 이동하던 도중 '시든 꽃에 물을 주듯' 흘러나오자 "이 분 노래 진짜 잘하던데. 신인가수 박혜원 씨다"라고 말했다. 이어 흰의 목소리에 화음을 넣거나 고음을 함께 불렀다. 그러면서 "이 노래 좋아요. 들어보세요"라고 자신의 팬들에게 적극 추천했다.
이어 6월 들어 KBS 2Radio '양파의 음악정원'에 출연해 양파에게 "점심 식사로 CD를 씹어드셨냐"는 극찬을 받았고 최군TV에 출연해 라이브를 선보여 시청자로 함께 하던 허각에게 극찬을 받았다. 허각은 SNS에 글까지 남겼다. 그때부터 음원사이트 검색어에 흰이 종종 등장했고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흰의 노래가 가창력과 기교에서 끝났다면 주목도 잠시 뿐이었겠지만 그녀의 노래에는 묵직한 울림이 있었다.
'시든 꽃에 물을 주듯'은 식어버린 연인의 마음을 시든 꽃에 비유해 노래. 흰의 저음과 고음을 한계 없이 넘나드는 폭넓은 보컬 스펙트럼과 파워풀한 고음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사랑의 마지막 순간에 다다른 연인의 애틋한 모습을 절절하게 표현한 감정이 시큰한 울림을 준다.
흰이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바로 감정이다. '슈퍼스타K2016' 톱3에 올랐던 흰은 가창력에서 만큼은 일찌감치 인정을 받았지만 상대적으로 감정 부분에서 약했고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보완했다.
'시든 꽃에 물을 주듯' 발표를 일주일 앞두고 기자와 만났던 흰은 "소리가 먼저 다가오고 스며드는 맛이 없다는 말을 종종 들었었고 그게 가장 큰 숙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고민이 많았고 정말 연구를 많이 했다"고 말했던 바 있다.
'흰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노래를 부른다'는 의미로 흰인 그녀는 노래에 자신만의 감성을 입히기 시작했고, '감성 품은 소리꾼'으로 성장했다.
작은 기획사의 가수들은 실력이 출중하고 노래가 좋더라도 노출 기회가 적기 때문에 주목을 받기까지의 과정이 매우 어렵다. 기자는 흰에게 "조그만 계기만 만들어진다면 분명 많은 사랑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던 바 있다. 마침내 흰에게 그 기회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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