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플랫폼 다양화로 경쟁 심화…편성 변화로 살길 찾아나선 지상파
[더팩트 | 정병근 기자] 9시엔 뉴스, 10시엔 드라마? 이젠 아니다. 케이블에 종편 그리고 넷플릭스 등 새로운 플랫폼까지 시청자들의 선택권이 다양해지면서 경쟁이 치열해졌고 편성 전략도 변화무쌍해졌다. 이유는 '살아남기 위해'.
2~3년 전만 해도 주중 미니시리즈는 시청률 20%는 넘겨야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는 두 자릿수 시청률을 올리는 미니시리즈조차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그렇다 보니 10%가 성공의 기준이 됐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모바일, 태블릿 등 휴대용 기기를 활용해 수많은 영상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이 됐고, 다시보기 서비스가 워낙 잘 구축돼 있다. 크게 차별화되지 않는 콘텐츠를 보려고 특정 시간에 집에서 TV를 켜고 앉아있을 필요가 없어졌다.
여기에 더해 케이블, 특히 종편채널의 급성장으로 시청자가 분산되자 지상파는 위기에 직면했다. 그 타개책으로 시도되는 것이 편성의 틀 파괴다. 물론 완성도 높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지만 당장 눈에 띄는 건 편성이다.
MBC는 '9시 드라마 시대'를 선언하며 편성 시간대 변화로 타 방송사와 차별화를 뒀다. 첫 시작인 '봄밤'(극본 김은, 연출 안판석)은 6~7%대로 수목극 1위고, '검법남녀 시즌2'(극본 민지은 조원기, 연출 노도철 한지선) 역시 7~8%대로 월화극 1위다.
또 MBC는 금토극 신설을 논의 중이고 저녁 일일극은 폐지하는 등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SBS는 편성 시간대가 아닌 요일 변경으로 경쟁력 상승을 꾀했다. 주로 월화·수목·주말극 위주였던 것에서 벗어나 금토드라마를 편성하기 시작한 것. 그 시작인 '열혈사제'(극본 박재범, 연출 이명우)는 최고 시청률 22%를 기록하며 성공을 거뒀다.
고착화된 편성과 동시간대 경쟁으로 딱히 얻을 게 없었기에 새로운 편성 시도는 유의미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잘 만든 콘텐츠'고 편성은 그 콘텐츠를 좀 더 효과적으로 대중에게 전달하기 위한 방법이다.
SBS의 경우 큰 사랑을 받은 '열혈사제' 후속 '녹두꽃'(극본 정현민, 연출 신경수)은 5%대로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KBS가 2015년 시도했던 금요드라마 역시 '스파이'는 한 자릿수 시청률에 머물렀던 반면 후속 '프로듀사'는 최고 17.7%를 기록했다.
MBC 정책기획부 관계자는 <더팩트>에 "9시대 드라마가 선전하고 있어서 다행이지만 지금 성과를 논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가장 중요한 건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좋은 작품 말고 무슨 전략이 있겠나"라고 강조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같은 시간대를 피해서 작품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다양하게 만드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면서도 "편성에 변화를 준다고 해도 콘텐츠 자체에 경쟁력이 없으면 좋은 성과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편수를 줄이는 대신 임팩트 있는 작품을 중심으로 배치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 시즌제 예능처럼 좋은 작품이 있으면 편성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비워두고 예능 등을 편성하는 구성으로 가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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