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향한 꿈과 희망 없었다면 오래전 포기했을 것"
[더팩트|강일홍 기자] 가수 홍자(34, 본명 박지민)의 별칭은 '홍대장'이다. 무려 5500명의 회원을 거느린 팬클럽 '홍자시대' 홍일병들이 붙여준 '퀸'(우두머리)이란 의미다. 홍자는 "이런 영광스런 꼬리표는 과분한 애정을 쏟아주신 팬사랑의 결과물"이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 초대 '진선미' 3인 중 한명으로 꼽히며 하루 아침에 트로트 신데렐라로 부상했다. 그리고 우승자를 향한 갈채 못지않게 아낌없는 사랑과 위로를 받았다. 이는 갓 스물에 트로트를 접한 이후 오직 한 우물만 판 덕분이다.
"아직도 얼얼하고 신기해요. 실감이 안나요. 이 상황을 쉽게 적응하기 힘든건 누구보다 긴 어둠의 터널을 걸었기 때문인지도 몰라요. 저의 무명시절은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뚫고 나올 수 없는 고된 시간이었어요. 노래를 향한 꿈과 희망이 없었다면 이미 오래전에 포기했을 거예요."
홍자의 청춘시절은 초라하고 가난했다. 자신의 처지에선 음반을 내고 노래를 부르는 것도 사치였다. '미스트롯'에 참여하기 직전까지도 그는 생계를 위해 편의점에서 월 40만원의 '알바'를 해온 무명가수였다. 그의 반전스토리가 궁금해 어렵게 대면 인터뷰를 시도했다. 스페셜인터뷰는 지난 27일 서울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렇게 만나게 돼 반갑다. TV에서 비친 모습보다 훨씬 밝아보인다. 짧은 시간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요즘 심경이 어떤가?
한동안 꿈결같은 느낌으로 사는 것같았어요. 자고나면 갑자기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리는건 아닌가 걱정스러울 때가 있었죠. 솔직히 아직도 뭐가 뭔지 기분이 얼얼해요. 이처럼 과분하게 많은 관심을 주셔서 몸둘 바를 모르겠어요. 이제 저 홍자만이 부를 수 있는 멋진 노래로 보답하는 일만 남았어요. 좋은 노래를 부르고 히트하는 것만이 제가 받고 있는 무한 사랑의 빚을 갚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홍자는 종편 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을 통해 유명세를 탄 인생 역전의 주인공이다. 3개월간 펼친 서바이벌 라운드에서 수천명의 경쟁자를 뚫고 최종 3위에 올랐다. TV에서 바람을 일으킨 '미스트롯'은 방송 직후 전국투어콘서트로 이어져 또다른 열기를 내뿜고 있다. 홍자는 "연말까지 매월 4~5차례 이상 잡혀있는 공연 스케줄만으로 충분히 바쁜데 각종 방송 프로그램과 행사 섭외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미스트롯' 출전 한달 전까지만해도 월 40만원짜리 '편의점 알바'를 했다는건 오늘 처음 듣는 얘기다. 가수활동을 해온게 아닌가.
가수활동이야 나름대로 늘 해왔죠. 다만 제대로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질 않은거죠. 몇몇 소속사를 옮겨다니며 음반도 냈지만 대부분 제가 빚으로 떠안은 경우가 많았어요. 이렇다할 홍보는 커녕 버티기조차 쉽지 않았죠. 아무리 노래를 불러도 기본 생활이 되질 않으니 생계를 위해 뭔가 돈벌이를 해야했어요.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해 조금씩 빚을 갚아도 희망없는 악순환이 반복됐죠.
인기없는 무명가수는 무대에 서더라도 돈벌이와는 무관한 경우가 많다. 출연료로 받는 금액이 턱없이 적기 때문이다. 때론 아예 개런티가 없거나, 지방의 경우엔 비용이 더 많이 들기도 한다. 홍자는 "저를 포함한 모든 신인들은 언젠가 내 노래가 알려지고 인기를 얻으면 제대로 대접받는 날이 올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으로 견딘다"고 말했다. 그는 '편의점 알바' 외에도 그 이전엔 미용실에서 네일아트와 속눈썹을 붙이는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다고 한다.
-지금은 방송 출연 섭외가 밀려들어 스케줄 잡기가 힘들다고 한다. 무명시절과 비교하면 개런티가 20배 뛰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틀린 얘긴 아니지만 일부는 좀 부풀려진 내용도 많은 것같아요. 일단 모든 게 용수철 튀듯 솟아오른 건 맞아요. 무명 때는 저 뿐만 아니고 대부분 출연료가 얼마 안되잖아요. 그러다보니 지금과 비교하면 10배 또는 20배 까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어요. 엄청난 변화인건 분명한데 기성 가수들과 비교할 정도는 아니에요. 방송도 아직은 프로그램을 골라서 선택할정도는 아니고요.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앞으로 어떤 상황변화가 오더라도 초심은 절대 잃지 않겠다는 거예요.
그는 요즘 한 주 2~3건의 행사 스케줄을 소화한다. 월 8회(4곳)에서 많게는 12회(6곳) 정도 잡혀 있는 미스트롯 콘서트는 별개다. 아르바이트 하던 시절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다. 없던 방송 출연도 많이 생겼다. 최근에만 '비디오스타' '풀뜯어먹는 소리3' '대한외국인' '무엇이든 물어보살' 등 6~7개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원래 꿈이 연기자였다고 하는데 트로트에 빠져든 계기가 있나? 노래를 부르다 말고 한동안 회사원으로 근무한 적도 있다고 들었다.
어려서부터 막연히 연기자를 동경했어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대학도 연기과로 진학했고요. 그런데 알고보니 제가 잘하는 건 연기가 아니라 트로트였어요. 음반까지 냈다가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가수활동을 포기했어요. 제 형편에는 사치였거든요. 자동차회사에 입사해 경리로 3년가량 근무했는데 꿈이 채워지지 않으니 삶의 의미가 없더라고요. 다시 10개월 가량 준비해 첫 정규앨범('울보야'를 포함해 5곡)을 냈어요. 인생역전의 계기를 만들어준 '미스트롯'에 출전하기까지 물론 존재감은 없었죠.
홍자는 여고 졸업후 경민대학교 연극학과에서 연기를 전공했다. 하지만 대학 진학 후 어려서부터 유독 좋아했던 트로트 쪽에 재능을 확인하고 방향을 틀었다. 2학년때 트로트 작곡가 사무실에서 음악 연습을 하며 곡을 받았지만 가수 길은 험난했다. 하필 그 무렵 엄마가 외삼촌과 해온 사업이 부도나면서 온 식구가 심한 경제적 어려움에 빠져든다. 부득이 노래를 중단하고 돈벌이에 나서야 했다.
-'미스트롯' 경연 당시 다른 참가자들에 비해 유독 차분히 가라앉거나 샤이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실제 성격도 그런지 궁금하다.
원래 제 성격은 밝고 유쾌한 편인데 가정형편이 어려워진 뒤 워낙 힘들었어요. 주변으로부터 늘 우수에 젖어있다는 말을 많이 해요. 가수는 노래 따라 간다는 말이 이해가 되는게 어느 순간부터 노래도 신명나는 댄스보다 누군가를 위로하고 아픈 상처를 보듬어줄 그런 스타일을 찾게 되더라고요. 편한 친구들과 있을 땐 엄청 재밌는 수다쟁이예요. 제가 웃을 때마다 친구들이 '금니 보인다'고 놀릴정도로 파안대소하거든요.
홍자는 자신의 이미지가 선곡한 노래와도 연관이 있다고 했다. 예선을 통과한 뒤 본선에 오른 100명과 6라운드를 경쟁하며 단체곡을 포함해 7~8곡을 불렀다. 개인곡은 '상사화'(안예은) '비나리'(심수봉) '사랑참'(장윤정) '열애'(윤시내) '여기요'(이단옆차기) 등이다. 정통 트로트보다는 대부분 국악, 발라드, 록 중심의 퓨전트로트를 불러 슬프고 애잔한 느낌을 안겨줬다. 그는 "애잔한 노래 분위기에 깊이 젖어들다보니 부득이하게 우울하고 슬퍼보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조만간 팬클럽 공식 창단식을 갖는다고 들었다. 벌써 아이돌 스타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는 것같다.
늦었지만 과분한 사랑에 보답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어요. 아시는 것처럼 '미스트롯' 마지막 라운드에서 '열애'를 부르다 음이탈이라는 엄청난 실수가 있었잖아요. 이제와서 얘기지만 사실은 연습 도중에도 목소리가 잘 따라주지 않아 불안 불안했어요. 후반으로 들어가면서 연일 강행군을 하다보니 심신이 지쳤고 녹화 중에 틈틈이 병원에 다녀올만큼 목상태도 좋지 않았어요. 정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저에게 팬클럽 회원들은 끝까지 자신감을 불어넣어주신 고마운 분들이에요.
홍자의 팬클럽은 회원수 5500명(홍일병)을 거느린 '홍자시대'(홍자+전성시대)다. 올 초까지 만해도 지인들 중심으로 200~300명이 활동했다. '미스트롯' 경연이 거듭되면서 회원수는 기하급수로 늘어났다. '홍자시대'는 한달 뒤인 7월28일 서울 광진구 능동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공식 창단식을 갖는다. 그는 "사랑하는 저의 모든 홍일병님들을 위해 고군분투하겠다"고 다짐했다.
-무명시절은 누구한테나 힘들고 서럽게 마련이지만, 소속사와 갈등으로 최근까지도 고통을 받았다고 들었다.
기자님 께서 더 잘알고 계시는 것처럼 신인가수가 독자적으로 활동하기 힘든 곳이 가요계잖아요. 누군가에게 기대고 도움을 받아야하는데 경험이 없어 발을 잘못 담그면 더 큰 화를 당해요. 몇곳을 전전하며 직접 겪어보니 인기가수들을 많이 배출했다는 소속사들도 쉽게 믿어서는 안되더라고요. 처음부터 속이려고 계약하진 않겠지만, 서로 궁합이 안맞거나 제대로 활동을 못하게 되면 갈등을 피할 수 없더라고요. 저도 어렵게 소속사와 관계를 끊었고, 마침 '미스트롯' 출연제의와 맞물려 행운의 기회를 얻은 것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홍자는 이 부분에 대해 "어느 한쪽만의 잘못을 따지기 앞서 가요계 환경이 불가피하게 다툼 상황으로 몰고가는 것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실 그동안 잠깐씩 머물었던 곳이라도 소속사 분들은 모두 제가 가수로 성장해가는데 초석이 돼주셨다"면서 "불편했던 지난 일들은 모두 잊고 항상 감사한 마음만 간직하겠다"고 말했다. '미스트롯'과의 인연에 대해선 "편법이나 요행을 바라지 않고 오직 성실하게 한계단 한계단 밟으면 언젠가는 기회가 올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결혼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이상형 배우자나 남성상은 어떤 스타일인가?
독신주의는 절대 아니에요. 결혼을 꿈꾸는 것조차 사치일 정도로 치열하게 살았어요. 형편이 된다면 멋진 남자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죠. 이상형은 따로 없어요. 동물을 사랑하고 자연을 즐기는 착한 남자, 그리고 마음이 넓은 사람이면 되요. 10년 넘게 가수가 되기 위해 아둥바둥하다 겨우 이름을 알린 마당이에요. 지금부터 열심히 뛰어도 쉽지 않은 길목에 들어선 거죠. 이런 상황이다보니 당장 일(가수)과 결혼을 병행한다는게 저한테는 쉽지 않은 일이에요.
홍자의 가족은 부모님 외에 오빠와 여동생까지 다섯 식구다. 온 가족이 돈을 벌어야 가계가 꾸려질만큼 경제적으로 힘든 와중에도 자신만 노래(음반제작)를 하느라 되레 빚을 졌다고 한다. 그는 "언젠가는 결혼을 해 가정을 꾸리고 싶다"면서도 "지금은 좋은 남자친구보다 일(노래)이 더 급하다"고 했다. 미스트롯 멤버들 중에선 가장 먼저 새 음반 준비에 들어간 그는 "그동안 남들보다 늦은만큼 부지런히 쫒아가 따라잡겠다"고 말했다.
필자가 직접 만난 홍자는 TV에서 비친 차분하고 조용한 이미지와 달리 매우 밝고 활달했다. 그는 "경연 당시 선곡 과정을 제 자의만으로 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제작진과 상의해 결정하다보면 자꾸 발라드 트로트로 귀결됐다"면서 "지금껏 보여드린 건 아주 일부분"이라며 향후 숨은 잠재적 끼와 재능을 예고했다.
홍자는 얼마전 지역 비하 논란에 휩싸이며 속앓이를 했다. 그는 "진의가 잘못 전달돼 너무 죄송하고 속상했다"면서 "얼굴이 알려지고 유명해질수록 사소한 말조차도 조심하고 신중해야한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깨달았다"고 말했다. 송가인, 박성연과 함께 최근 JTBC2 새 예능프로그램 '악플의 밤'에 출연해 솔직한 속내를 털어놔 공감을 얻기도 했다.
홍자는 더이상 '편의점 알바'를 뛰며 노래를 부르던 무명가수가 아니다. 매회 매진행렬과 티켓대란을 겪는 '미스트롯' 전국투어 콘서트 멤버로 당당히 무대에 선다. 이런 달라진 환경과 시선에 대해 그는 "관심을 받을수록 초심을 잃지 않겠다"고 했다. 긴 무명을 거치며 터득한 그의 속 깊은 '다짐'과 '겸손'이 필자에게도 새삼 빛나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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