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의 연예가클로즈업] '송가인표 인생역전'의 감동은 아직도 진행형

송가인이 고속도로 추돌사고로 치료중인 가운데 천안콘서트 무대에 올라 관객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사진은 미스트롯 전국투어 콘서트 인천편 리허설 당시. /남용희 기자

'미스트롯' 대박과 공연계 '빛과 그림자'③

[더팩트|강일홍 기자] "허리에 실금이 가고 디스크 증세가 있어 (병원에서) 당분간 노래는 하지 말라고 했지만, (저를 만나기 위해 오래전에 티켓을 구입하신) 팬분들을 직접 뵙고 인사를 드리는 게 예의라 생각해서 이 자리에 섰어요." '미스트롯 효콘서트'가 펼쳐진 지난 22일 오후 6시 충남 천안시 유관순체육관 무대는 잔잔한 감동으로 물결쳤다. 이날 무대에 오른 송가인은 "아직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원래는 노래를 부르지 않고 인사만 하고 들어가려고 했는데 노래 한 곡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단장의 미아리 고개'를 불렀다.

송가인은 관객석에서 일제히 '힘내라'는 응원의 목소리가 터져나오자 순간 울컥하는 모습을 보이다 끝내 눈물을 주르륵 쏟았다. 그의 굵은 눈물은 무대 좌우에 배치된 대형 모니터를 통해 생생하게 비쳤다. 송가인의 눈물을 보면서 일부 관객들도 함께 흐느꼈다. 송가인은 갑작스럽게 터진 눈물에도 흐트러짐 없이 끝까지 노래를 마무리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는 자신을 향해 뜨겁게 흘러넘치는 환호와 팬사랑에 다시 한번 울컥했다. 맘껏 노래 부를 수 없는 게 오히려 한이었고, 이를 아는 팬들 역시 더 안타까운 심정으로 그를 위로했다.

공연 불과 이틀 전인 지난 20일 새벽 송가인은 지방에서 촬영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던 중 고속도로상에서 화물차와 추돌하는 아찔한 사고를 당했다. 차량이 반파될 만큼 큰 사고에도 큰 외상이 없어 안도했지만 정밀검사 후 곧바로 입원을 결정했다. 소속사 측은 "추돌 충격으로 내상을 입어 치료가 급선무였다"면서 "양해를 구하고 모든 활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송가인은 병원의 만류에도 "팬들과의 약속이니 무대 인사만 하겠다"며 출연을 강행했고, 이날 자신을 향한 뜨거운 팬 사랑을 확인한 뒤 즉석에서 노래로 보답했다.

미스트롯 공연 열기는 시간이 갈수록 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사진은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미스트롯 전국투어 콘서트 리허설에서 무대를 펼치고 있는 미스트롯 멤버 하유비, 박성연, 김나희, 두리, 숙행, 송가인, 김희진, 김소유, 정다경, 강예슬, 홍자, 정미애(왼쪽부터). /남용희 기자

◆ KNN 7월 5일 '골든 마이크' 첫 방송-MBN '당신이 바로 보이스퀸' 하반기 편성

무대 위에 조명되고 있는 송가인의 빛나는 카리스마가 가요계와 공연계를 요동치게 하고 있다. 미스트롯 공연 열기는 시간이 갈수록 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당초 7~8개였던 공연이 상반기에만 20개 이상 추가됐고, 갑작스런 상황변화에 따라 하반기 공연장 대관 등의 일정을 맞추기 힘들 정도가 됐다. 콘서트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공연계 지각변동'은 더 현실감 있게 와닿는 분위기다. 한 지방공연 기획자는 "유사 트로트 경연프로그램이 잇달아 예고돼 변수가 생길 수는 있다"면서도 "미스트롯 열기는 금방 식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연계는 특히 송가인을 비롯한 일부 멤버들의 식을 줄 모르는 인기몰이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의 입지와 위상도 탄탄대로처럼 굳어지는 느낌이다. 관심이 쏟아지면서 각종 방송 프로그램 출연요청이 밀려드는 상황이고, 정기 공연 외에도 행사섭외가 쏟아지면서 기성 인기가수들의 위상까지 넘보고 있다. 이들은 스타가수들이 수십년 공들여 쌓는 인기계단을 '한방'에 뛰어오르는 기적을 일궈냈다. 인지도가 쌓이고 치솟으면서 몸값도 천정부지로 뛰었다. 인지도 상승만으로 이미 '신인' 또는 '무명가수'의 꼬리표를 떼가고 있는 셈이다.

방송가 분위기도 예사롭지 않다. '미스트롯' 흥행이 몰고온 이후 트로트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줄줄이 론칭되며 판도를 바꿔가는 양상이다. 전국 9개 민영 방송은 오는 7월 5일 '골든 마이크' 첫 방송을 앞두고 최근 부산 KNN 방송국 5층에 마련된 특설무대에서 첫 녹화를 진행했다. MBN이 하반기 방영을 목표로 제작에 들어간 신규 음악프로그램 '당신이 바로 보이스퀸' 역시 모티브는 미스트롯의 '트로트 서바이벌 포맷'이다. 기존 2030 세대들에 국한됐던 음악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틀에서 벗어나 '주부'로 확장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미스트롯 흥행이 몰고온 이후 트로트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줄줄이 런칭되며 판도를 바꿔가는 양상이다. 사진은 MBN 당신이 보이스퀸과 KNN 골든마이크(작은 사진). /MBN 홈피, KNN

◆ 송가인표 '인생 역전'의 감동과 여운 현재진행형, '미스트롯' 후폭풍 당분간 지속

사상 유례없는 흥행 대박을 기록한 '미스트롯'의 후폭풍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예상과 달리 가요계 일부 반응은 여전히 물음표다. 무엇보다 미스트롯 출신 가수들이 아직 자신의 히트곡이 없다는 점을 꼽는다. 단지 유명가수들의 히트곡을 자신들의 스타일로 따라부르는 커버송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무명가수라는 한계를 뛰어넘기는 힘들 것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지금 불고 있는 공연 열기도 '시청률 18%'라는 신드롬에 가까운 열풍이 만들어낸 일시적 착시일 뿐 거품이 빠지면 결국 잦아들게 될 것"이라고 폄하할 정도다.

미스트롯 열풍에 놀란 공연계도 비슷한 속앓이가 감지되고 있다. 예상치 못했던 열기와 활황에 기대를 걸면서도 내심 부작용을 걱정하는 모양새다. 미스트롯 출신 주역들의 상승한 몸값에 맞춰 공연 제작 단가도 크게 뛰었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 중이거나 계획 중인 몇몇 트로트 서바이벌 프로그램들 역시 '미스트롯'처럼 방송 후엔 예외없이 콘서트로 연결되는 구조이고, 제작비 일부를 공연계로부터 조달받고 있는 처지다. 미스트롯 스타들의 인기 원천이 참신성과 희소성임을 감안하면 이런 상황이 향후 어떤 변수로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다.

우려와 기대감이 교차하는 가운데서도 긍정적 측면을 더 강조하는 이유는 있다. 연예제작자협회 K모 임원은 "주요 광고 타깃 층인 젊은 시청자 소구력이 약하다는 이유로 홀대하던 방송계가 뒤늦게 트로트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진 것만으로도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아직은 경쟁을 통한 건전한 트로트 활성화를 불러올지 남발로 인한 제살깎기로 이어질지는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 분명한 건 무대를 찾는 가수들도, 곡을 쓰는 작곡가들도 트로트에 집중하는 층이 젊어졌다는 사실이다. 송가인표 '인생 역전'의 감동과 여운은 현재진행형이다.

eel@tf.co.kr

<관련기사> [강일홍의 연예가클로즈업] '미스트롯' 대박과 공연계 '빛과 그림자'①

<관련기사> [강일홍의 연예가클로즈업] '미스트롯' 대박과 공연계 '빛과 그림자'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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