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요즘 연예계는 스타도 많고, 연예 매체도 많다. 모처럼 연예인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하는 경우도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대부분의 내용이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도 소속사에서 미리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그대로의 스타를 '내가 본 OOO' 포맷에 담아 사실 그대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산들, 두 번째 솔로 타이틀곡 '날씨 좋은 날' 발매
[더팩트|김희주 기자] '날씨 좋은 날'. 제목처럼 인터뷰 장소로 가는 길도 화창했다. 모처럼 미세먼지 수치도 낮고, 하늘도 화창했다. 바람마저 '산들산들' 분 지난달 30일 오후 1시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산들의 새 앨범 '날씨 좋은 날' 발매 기념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전 그게 안 되거든요. 담담한 게 안 돼. 어떡하지? 그런 거 알죠? 말하다 보면 혼자 서러워지고 억울해지고! 안 되겠다, 조심해야겠어. 난 머릿속에 딱 정리를 하고 왔거든! 그렇게 결정했어. 알았죠?"
산들의 얼굴을 보기도 전에 들은 그의 목소리는 일단 격양된 말투에 사투리가 가득했다. 인터뷰 시작 전까지 시간이 남아 대기실에 앉아있는데, 때마침 앞 타임 인터뷰를 끝내고 대기실로 들어오던 산들은 관계자들과 열변(?)을 토하며 알 수 없는 주제에 관한 걱정을 토로했다.
이후 눈이 마주치자 다가온 산들은 조금 전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립니다"라는 차분한 표준어와 함께 온화한 미소를 짓고 인터뷰실로 들어갔다. 짧은 시간 안에 산들의 두 가지 모습을 봤기에 쉽게 적응이 되지는 않았지만, 일단 그를 따라 함께 인터뷰실로 향했다.
앨범명과 동명의 타이틀곡 '날씨 좋은 날'은 작곡가 겸 가수 윤종신이 산들을 위해 작곡한 곡이다. 날씨 좋은 날이면 더욱 떠오르게 만드는 슬픔으로 변해버린 지난 사랑의 찬란한 기억들을, 눈부시게 맑은 하늘에 툭툭 털어내고자 하는 이야기를 산들만의 감성으로 청량하고도 담담하게 표현해낸 노래다.
노래는 '담담한 감정'을 담았지만, 일단 '내가 본 산들'은 전혀 담담하지 않았다. 그는 누구보다 감정에 충실했고, 그 꾸밈없이 솔직한 모습은 곧 취재진의 얼굴에 핀 미소로 드러났다. 함께 '날씨 좋은 날'을 감상하는 동안 산들은 눈을 감고 온몸을 좌우로 천천히 흔들며 멜로디를 탔다.
감상이 끝난 후 산들은 먼저 윤종신과 작업 비화부터 풀어놨다. "요즘 '위로'와 '힐링'에 빠져 있어요. 그룹 B1A4 일도 그렇고, 최근 개인적으로도 그렇게 좋은 상황이 아니었거든요. 슬럼프가 온 거죠. 그 슬럼프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쓴 곡이 6번 트랙 '괜찮아요'이기도 해요. 그리고 이 감정을 이어서 타이틀 곡을 만들고 싶었고 함께 작업할 분을 찾다가 윤종신 선배님을 알게 됐어요. 윤종신 선배님의 노래들에는 '힐링'이 가득한 노래들이 많거든요. 감사하게도 '날씨 좋은 날'을 받을 수 있었어요."
하지만 꼭 이번 앨범만이 아니더라도 산들은 앞서 약 3년 전 발매한 솔로 앨범 '그렇게 있어 줘'에서도 비슷한 분위기의 음악을 보여줬다. 그 때문에 당시 얻은 그만의 수식어는 '무공해 발라더'이기도 했다. 항상 이렇게 일관된 음악 콘셉트를 유지하는 이유가 있을까.
이에 산들은 "그 이야기를 하려면 굉장히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데, 제가 가수가 되겠다고 가장 먼저 다짐하게 만든 분이 둘째 이모입니다. 그분은 항상 조금 우울감에 젖어있고 썩 그렇게 밝은 분이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이모는 노래를 들을 때면 밝아지시고 기분이 좋아졌어요. 그 모습을 보고 제가 이모한테 '내가 가수가 돼서 항상 이모를 웃게 해줄게'라고 약속했어요. 그때 제가 되게 어렸는데 아직도 기억이 나요"라고 대답했다.
이렇게 잠시 진지한 이야기를 하다가도, 산들은 콘서트 이야기가 나오자 또다시 들뜬 얼굴로 변했다. 그는 오는 29일과 30일 양일 간 진행되는 솔로 콘서트 '바람숲'을 언급하며 "또 울 것 같아서 정말 걱정이에요"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산들은 "정말 많이 떨리고 부담돼요. '첫' 솔로 콘서트잖아요. 잘하고 싶은 욕심이 가득한데, 그래서 일부러 요즘 주변에서 '첫 솔로 콘서트 실패 사례'를 찾아들어요. 주변 분들 말을 들어보니까 처음 솔로 콘서트를 하시는 분들이 자주 하는 실수가 '페이스 조절'을 잘 못 하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조금 힘을 빼야겠다'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그게 잘 안 돼요. 제가 조금 잘 '오버'하거든요"라고 설명했다.
산들의 걱정은 기우가 아닌 듯했다. 그는 이내 정말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얼굴을 찡그리며 "콘서트 티켓팅을 저도 같이했거든요? 근데 매진이 되는 순간 '엉엉엉' 하면서 울었어요. 저 정말 무서워요, 콘서트 당일에는 더 많이 울 것 같아서 요즘 '안 우는 연습'을 하고 있어요!"라고 말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송 캠프'에 참가해 만든 자작곡이자 수록곡 '이 사랑'도 설명했다. 산들은 고개를 저으며 "그때 정말 당황스러웠어요. '캠프'라길래 모닥불 피워놓고 통기타 치면서 다 함께 노래 부르는 형식의 '캠핑'을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막상 갔는데 도심 한가운데에 있는 폐공항에서 초면의 외국인들이랑 좁은 공간에 같이 있는데...하하! 전 정말 텐트라도 칠 줄 알았는데!"라고 말해 또 한 번 취재진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산들은 휴대폰을 꺼내 "지금 이 노래를 들려드릴까요?"라고 물었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계자의 말에 아쉽다는 듯 '날씨 좋은 날' 활동 목표를 밝혔다. "기대를 하면 안 돼요. 그럼 또 '오버 페이스'가 되거든요. 저 정말 기대 안 할 거예요"라고 다짐하며 '이 사랑' 노래를 틀고 자리에서 일어나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취재진을 배웅하는 마지막까지도 산들은 쾌활했다. '오버'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는 그는 그 '오버'스러움이 자신의 매력이라는 점을 모르는 듯했다. '날씨 좋은 날', 함께 한 사람들의 기분까지 좋아지게 만든 산들은 이미 누군가를 '힐링'하게 만든 데 성공한 것처럼 보였다.
"신곡 발매 당일에도 자꾸 '오버'하면 어떡하냐고요? 슬픈 생각 해야죠, 뭐. 아니면 기절할까요? 회사 관계자님, 그날 제 머리를 치세요. 저를 기절시켜버리라고요. 알았죠? 아참, 그날 음악 감상회 공연이 있구나. 그럼 핸드폰을 뺏어서 볼 수 없게 하세요. 저 정말 '오버'하면 안 되는데! '슬픈 생각 시뮬레이션'을 하면서 준비하던가 해야지. 아무튼 오늘 정말 감사합니다! '날씨 좋은 날' 많이 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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