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투어 첫 번째 도시 런던, 성공적 개최...3000여 팬 '환호'
[더팩트|런던=박슬기 기자] "제가 유럽투어까지 할 수 있을 줄 몰랐어요.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죠. 그야말로 진짜 미쳤다고 생각했어요."
가수 선미(27)가 지난 30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아레나 라이브 공연장 인디고 앳 더 O2(indigo at The O2)에서 2019 월드 투어 콘서트 '워닝(WARNING)'을 마치고 기자들을 만나 믿지기 않는 듯 이렇게 말했다.
2007년 그룹 원더걸스로 데뷔해 2013년부터 솔로 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선미는 어느새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 솔로 가수로 거듭났다. 그는 이번 월드투어에 대해 "큰 도전이자 모험이었다"며 "14곡 세트리스트를 가지고 온전히 공연으로 월드투어를 하는 건 어쩌면 저에게 무모할 수도 있었던 모험이었다"고 말했다.
"준비하면서도 '이거 내가 할 수 있는 건가'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제가 다른 아이돌처럼 큰 팬덤을 가지고 있는 가수가 아니기 때문에 이 규모(3000여석의 공연장)를 채울 수 있을까 했죠. 그런데 이렇게 한 도시, 도시 해낼 때마다 그 도시에서 힘을 얻어서 다른 도시에서 공연하는 것 같아요. 이번 투어는 생각보다 성공적인 공연이 된 것 같아요. 아직 유럽의 몇 도시가 남긴 했지만요. 하하."
30일 열린 공연장에는 3000여명의 팬이 빼곡하게 좌석을 채웠다. 선미의 소속사 메이크어스엔터테인먼트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한국인의 비율은 단 5%에 불과하다고 했다. 선미 역시 이 점에 가장 놀랍다고 했다.
"해외 팬분들이 유튜브나 뮤직비디오를 통해 저를 많이 알게 된 것 같아요. 해외 팬 분들이 저를 볼 때 '어떤 애인지 궁금해진다' '얘 특이하다' 는 반응이 많더라고요. 그 이유로 이렇게 공연장에 모이는 것 같아요. 케이팝의 영향이 확실히 크죠. 특히 한국어로 노래를 다 따라 불러주셔서 정말 놀랐어요."
선미는 여전히 공연의 여운을 안고 있는 듯 했다. 인터뷰 내내 연신 "말도 안 된다"며 헛웃음을 짓기도 하고 울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앞서 북미, 남미, 아시아도 놀라움의 연속들이었어요. 그런데 어떻게 보면 K팝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유럽이 이렇게 모여주시니까 정말 감사하죠. '제가 많은 사랑을 받는 아티스트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너무너무 신이 났어요."
선미의 공연장을 찾은 팬들은 눈물을 흘리거나 소리를 지르며 자신들의 감정을 고스란히 전했다. 선미는 "유럽 팬분들은 감수성이 풍부한 느낌"이라며 "제가 무대를 하는데 여기저기서 눈물을 흘리신다. 달래주느라 바빴던 것 같다"며 웃었다.
선미는 정확히 10년 전, 2009년 원더걸스 '노바디'로 빌보드 '핫100'에 오른 바 있다. 이후 솔로로서 유럽 무대에 서게 됐다. "10년 전엔 빌보드 섹션에 K팝이 없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K팝 섹션이 생기고 심지어 메인으로 다루죠. 또 그사이에 싸이 선배님이 괄목한 성적을 내시기도 했죠. 처음에는 작은 두드림이었는데 이제는 문이 열린 것 같아요. 또 유튜브의 성장이 K팝 시장이 열릴 수 있게 된 큰 원동력이 됐던 것 같아요."
선미는 이번 공연을 위해 세트 리스트, 브릿지 영상 등 모두 직접 구성했다. 그는 2013년 솔로 데뷔곡인 '24시간이 모자라'를 시작으로 '곡선' '내가 누구' '누아르' '보름달' '가시나' '비밀 테이프' '주인공' 등 무대를 꾸몄고, 마지막은 완성형 솔로곡이라고 볼 수 있는 '사이렌'을 불렀다.
"콘서트긴 하지만 단순히 연속적으로 춤추고 노래하는 공연이 아닌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해외 팬들에게 저의 정체성이 담긴 노래들을 편곡해서 기승전결로 무대를 꾸미고 싶었죠. 중간에 나오는 영상들도 저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어서 인터뷰형식의 영상을 많이 넣었어요. 누군가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공연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어느덧 데뷔 13년차에 접어든 선미는 성공적인 솔로여가수의 길을 걷고 있다. 하지만 그는 "만족은 쉽게 안 되는 것 같다"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솔로여가수 선미로서는 제가 직접 프로듀싱한 앨범이 '사이렌' 밖에 없어요. 그래서 아직 만족을 말하기에는 이른감이 있어요. 틈틈히 앨범 준비를 하고 있는데, 빨리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네요."
30일 런던의 밤을 뜨겁게 달군 선미는 다음 투어 국가인 폴란드를 위해 곧바로 떠나야 했다. 그는 이처럼 짧은 런던에서의 밤이 아쉬운 듯 "런던에서의 밤은 한 마디로 'Oh My God(오 마이 갓)'"이었다며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psg@tf.co.kr
[연예기획팀 | ssent@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