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요즘 연예계는 스타도 많고, 연예 매체도 많다. 모처럼 연예인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하는 경우도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대부분의 내용이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도 소속사에서 미리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그대로의 스타를 '내가 본 OOO' 포맷에 담아 사실 그대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위너의 이유있는 성공
[더팩트|김희주 기자] "여기 희주 기자님이 아직 싸인(사인)을 못 받으셨는데? 형!"
처음부터 끝까지 예의와 배려 그 자체였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그 순간에도 국내 각종 음원 사이트 실시간 차트 1위를 달리고 있는 정상 그룹이라고 생각하기 힘들 만큼 말이다. '최고의 인기를 누리며 승승장구 하고 있는 그룹이라면 조금 거만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오해는 잠시, 아니 영원히 접어둬야 했다. 신곡 '아예'(Ah Yeah)로 약 5개월 만에 돌아온 그룹 위너의 이야기다.
"인터뷰를 시작하기에 앞서 기자님들께 말씀드리겠습니다. 한 시간 후에 인터뷰가 끝나면 저희의 연례행사와도 같은 '셀카 타임'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많은 이용 부탁드리겠습니다"라는 강승윤의 말과 함께 지난 16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호텔에서 위너의 새 앨범 'WE' 발매 기념 라운드 인터뷰가 시작됐다.
위너는 YG 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 중 유일하게 매 인터뷰 때 마다 기자들과 일일이 사진을 찍어주기로 유명하다. 이날, 앞서 공지된 1시라는 인터뷰 시간보다 늦은 1시 20분께 인터뷰가 시작된 이유도 그와 관련 있다. 위너는 앞 타임 기자들과 사진을 찍고 사인을 해주기 위해 조금 늦게 모습을 드러내며 머쓱하게 '셀카 타임'을 언급하고 자리에 앉았다.
이 중 멤버 송민호는 여러 가지 스티커가 잔뜩 붙여진 개인용 태블릿을 앞에 두고 기자들의 말을 모두 받아적을 준비를 했다.
'WE'는 각자 개성이 뚜렷한 네 멤버들이 위너라는 그룹으로 뭉쳤을 때 발현하는 시너지를 내포하고 있다. 타이틀곡 '아예'에 관해 강승윤은 "영화 '연애의 온도'를 보고 영감을 얻었다. 질척거리기보다는 '쿨한 연애'를 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된 곡"이라고 작업 비화를 설명했다.
'아예'는 강승윤이 작곡에 참여해 만든 결과물이기도 하지만 작사에는 강승윤을 비롯해 송민호와 이승훈이 함께 해 각자의 음악적 색깔을 드러낸 곡이기도 하다. 송민호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승윤이가 '연애의 온도'에서 받은 영감의 뿌리였고, 개인 파트들은 그 뿌리에서 시작해 자신의 생각을 녹여 메이킹했다. 저는 따로 영화를 보진 않았지만 '쿨한 연애'로 해피엔딩을 맞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며 벌스에 조금 튀는 단어나 표현 등 여러 장치를 넣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아예' 무대 관전 포인트를 설명하기도 했다. 강승윤은 "그동안 위너가 무대에서 소품을 사용한 적은 거의 없다. 해봐야 스탠딩 마이크를 사용한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처음으로 의자라는 소품을 이용해 무대를 꾸몄으니 그 부분을 재미있게 봐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밝혔다.
'REAALY REALLY'부터 시작해 'LOVE ME LOVE ME' 'MILLIONS' 그리고 이번 '아예'까지. 위너가 그동안 보여온 음악적 색깔은 밝고 경쾌한 곡들이다. 항상 기복 없이 일관된 콘셉트를 유지하는 이유에 관해서는 이승훈이 입을 열었다. 그는 "한 곡으로 좋은 반응을 얻으면 '한 방'으로 멈추지 않고 '두 방' '세 방'을 연달아 치기 위해 그 콘셉트를 유지할지, 아니면 색다른 변화를 시도할지는 모든 아티스트들이 고민하는 문제 같다"며 "우리도 같은 과정을 거쳤고, 가장 우리에게 맞는 청량한 분위기의 곡을 들고 오게 됐다"고 전했다.
이날 송민호는 그가 작사·작곡에 참여한 수록곡 '동물의 왕국'을 언급했다. 그는 "'동물의 왕국', 제목부터 참 눈에 띄죠?"라고 운을 떼 멤버들의 웃음을 자아낸 후 "사랑이라는 감정은 인간만 느끼는 게 아니라 동물들도 느낄 수 있잖아요. 반려동물에게 느끼는 사랑과 책임감 같은 감정을 녹여낸 노래입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얼마 전 성료한 미주 투어도 언급됐다. 진우는 "굉장히 '힐링'과 같은 경험이었다. 거기서 좋은 영향을 받아서 큰 전환점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어떤 좋은 영향을 받았느냐"는 질문이 되돌아오자, 진우는 "'힘'을 얻었다. 개인적으로 많이 힘든 시기였는데, 현지 팬들의 뜨거운 호응 덕에 그 안 좋은 기억이 잊히기도 했다. 미국에 많은 것을 털고 돌아왔다"는 소감을 전했다.
팀 내에서 가장 많은 프로듀싱 역할을 소화하는 자신의 작업 능력치에 관해서 강승윤은 "그동안 많은 노래를 만들어오고 지금도 미발표한 곡들이 많이 남아있는데, 그건 제가 성실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저는 게으른 편에 속한다고 느껴지는데, 민호 같은 경우에는 저보다 더 빠른 시간내에 더 많은 결과물을 만들어내기도 한다"며 "오히려 저는 추진력에 있어서 멤버들보다 강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녹음을 스케치 단계에서 남겨둔 곡이 없다. 일단 느낌이 오면 그 자리에서 멤버들까지 다 모아서 의견을 나누고 녹음까지 끝내버린다"고 밝혔다.
이렇듯 다소 차분한 분위기에서 주로 앨범 'WE'와 관련된 이야기로 채워진 한 시간의 인터뷰가 끝나자 위너 멤버들은 일어나 공손히 인사한 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셀카 타임'이 준비돼있어요. 나가시는 길에 사진 한 장 찍고 가시면 좋겠습니다!"라고 경쾌하게 말하며 인터뷰실 입구로 나섰다.
이에 꽤 많은 매체의 기자들이 '셀카'를 요청하며 줄을 섰고, 종이 한 장에 사인을 받기 위해 맨 뒤에서 기다리며 잠시 이 네명의 동태(?)를 파악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가장 먼저 송민호는 케이터링 테이블로 걸어가 과일과 다과 몇 개로 배를 채운 뒤 멤버들에게 돌아가 '셀카 타임'을 가졌다.
인터뷰 의자에서 일어나며 휴대폰을 놓고 갈 뻔해 송민호로부터 "핸드폰 챙겨, 형"이라는 말에 "아!"라고 작게 말하며 뒤편에 놓아둔 휴대폰을 뒷주머니에 넣은 김진우 또한 취재진과 관계자들의 요청에 성실히 응했다.
그렇게 이들의 모습을 다소 흐뭇(?)하게 보며 꽤 오래 대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눈이 마주친 송민호가 멀리서 걸어오더니 조심스럽게 "싸인(사인)이요? 아니면 셀카?"라고 물었다. 사인지를 내밀자 그는 다시 "한 장에 네명 다 해드릴까요, 아니면 한 장당 한명 씩 해드릴까요?"라고 묻고 대답을 듣더니 자신 몫의 사인을 한 뒤 흩어져 있던 멤버들을 불러 "여기 희주 기자님, 아직 사인 다 못 받으셨어. 형, 승윤아, 얼른 이거 해"라고 말했다.
다소 날카로운 첫인상, 힙합이라는 자유분방한 장르, 그리고 국내 정상급 아이돌로서 입지까지. 이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수식어에서 비롯된 오해들을 한 시간 만에 무너트린 위너만의 매력은 바로 변함없는 진정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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