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들의 '영혼 보내기'로 만들어진 박스오피스 1위
[더팩트|박슬기 기자] 값진 결과다. 영화 '걸캅스'가 '어벤져스:엔드게임'(이하 '어벤져스4')를 꺾고 마침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앞서 여성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워 '페미니스트 영화'라고 낙인찍힌 '걸캅스'는 마침내 환한 웃음을 짓게 됐다.
15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 결과에 따르면 '걸캅스'는 지난 14일 하루 동안 7만 6545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누적 관객은 74만 2493명으로, 박스오피스 1위다. 전국 942개 스크린에서 4236번 상영한 결과다.
'걸캅스'는 개봉 전, 보기 드문 여성 영화로 관심을 받았다. 주로 소비되는 역할로 쓰인 여성 캐릭터가 주체적인 역할로 등장하면서 최근 변화하는 사회적인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동안 조폭, 범죄 오락, 액션 등 주로 남성 주연의 영화가 많았던 만큼 '걸캅스'에 대한 기대는 높았다.
하지만 일부 관객의 반응은 달랐다. 남성 캐릭터를 지질하게 그리고, 여성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을 비난하며 '페미니스트 영화'라는 프레임을 씌웠다. 이로 인해 개봉 전 평점 테러 현상이 발생했다. 일부 관객은 올해 상반기 저조한 성적을 낸 '자전차왕 엄복동'의 제목을 빌려 '걸복동'이라는 별명을 만들기도 했다.
개봉을 하고 나서도 비난은 계속됐지만, 영화를 보고 "기대 이상이었다"는 평도 나오기 시작했다. "페미니즘 요소 관련 없이 너무 재밌는 영화였습니다"(jueu****) "웃긴 장면도 너무 많았지만, 현실에 실제로 있는 소재라 참 씁쓸했어요"(jjeo****) "영화 안팎으로 현실이 뭔지 투명하게 보여주는 영화"(p315****) "메시지도 확실하고 재밌게 볼 수 있는 여성 많은 영화"(giha****)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평이 이어지면서 일부 관객은 일명 '영혼 보내기'(관람을 하지 않더라도 표를 구매하는 행동) 운동을 벌였다. '영혼 보내기'는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뜻을 같이한다는 응원의 일종이다. 지난해 한지민 주연의 영화 '미쓰백'도 '영혼 보내기' 등으로 관객의 응원을 받으며 손익분기점 달성에 성공한 바 있다.
'걸캅스' 역시 손익분기점을 넘기면 이 같은 여성 중심의 영화가 더 나올 수 있다는 기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걸캅스'에 출연한 최수영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여성 분들이 응원을 그렇게 보내주시는 걸 보고 감사하다고 생각했다"며 "이런 연대하고 함께 응원해주는 분위기가 너무 감사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영화로 본다면 앞으로도 여성의 서사가 더 많이 시도가 돼서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여성 영화여서 잘돼야 된다기 보다 작품이 재밌고 좋기 때문에 잘 돼야 한다는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이처럼 관객들의 작은 움직임이 '걸캅스'를 박스오피스 1위에 올렸다. '영혼 보내기'를 두고 일부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여성 영화가 많이 나와야 한다'는 응원의 목소리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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