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박형식'] '배심원들'로 또 한 번 성장하다

박형식은 영화 배심원들로 첫 상업영화에 데뷔했다. /UAA 제공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요즘 연예계는 스타도 많고, 연예 매체도 많다. 모처럼 연예인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하는 경우도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대부분의 내용이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도 소속사에서 미리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그대로의 스타를 '내가 본 OOO' 포맷에 담아 사실 그대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배심원들' 5월 15일 개봉

[더팩트|종로=박슬기 기자] 영화 '배심원들'로 첫 상업영화에 도전하게 된 배우 박형식은 마치 어린아이 같았다. 들뜬 표정으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마구 풀어놓는 모습을 보니 영화에 꽤 만족한 듯했다. 긴장된다면서도 입가에 미소가 끊이질 않는 그의 모습은 보는 사람마저 미소 짓게 했다.

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박형식을 만났다. 흰 셔츠에 검은색 바지를 입고 정갈한 모습으로 등장한 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기자를 바라봤다. 그 모습은 '배심원들'에서 박형식이 맡은 순수한 얼굴의 8번 배심원 권남우를 떠올리게 했다.

"끝을 보는 성격이 남우랑 꽤 닮은 것 같아요. 호기심 많고, 포기하지 않는 모습 등이요. 실제 저도 어떤 게임이나 스쿠버 다이빙 등을 할 때 끝을 봐야 하는 성격이거든요. 끝을 찍어야 하죠. 하하. 남우가 답답한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처음에는 공감하기가 힘들긴 했는데, 여러 상황을 이해하고 또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눈 끝에 이해가 됐죠. 남우 배역이 제일 저의 모습과 닮아있는 것 같습니다."

박형식은 배심원들에서 포기를 모르는 청년 창업가 8번 배심원 권남우 역을 맡았다. /영화 배심원들 스틸

간단히 물은 질문에도 꽤 긴 답변이 돌아왔다.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게 즐거워 보였다. 2015년 SBS 드라마 '상류사회'를 마치고 만났을 때와 달랐다. 당시에는 다소 차분했던 거로 기억하는데, 이번에는 밝은 기운이 가득 했다. 그에게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 같다"고 말하자 "'상류사회' 때는 사춘기와도 같았다"며 "지금이 진짜 저의 모습"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배심원들'은 8명의 각기 다른 보통의 사람들이 모여 한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다. 나이도, 성격도, 직업도 다르지만 결국 하나가 된다. 짧은 시간 안에 팀워크를 형성하는 게 포인트다. 박형식은 실제로 팀워크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제가 함께 하는 이들과 친해지려고 노력하면 촬영이 재밌어지잖아요. '너 연기해. 나 연기 할게' 이러고 싶지 않아요. 제가 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느끼는 게 여태까지 했던 작품 모두 훌륭한 분들을 만나서 좋았죠. 팀워크가 안 좋았던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배심원들'도 팀워크가 중요했죠. 선배들이 연기 조언을 해주시고 함께 고치면서 했는데 함께 만들어나간다는 그 느낌이 너무 좋았어요!"

박형식은 영화 배심원들에서 아무런 캐릭터 연구 없이 연기에 임해 불안했다고 말했다. /UAA 제공

한편으론 걱정도 많았다. 홍승완 감독이 박형식에게 "아무것도 준비하지 말고,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했기 때문이다. 박형식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가만히 대사만 외웠다고 했다.

"감독님이 국민참여재판에 대해서 공부도 하지말라고 하셨어요. 대본을 읽고 여기서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을 해야하는데 하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현장에서 거의 즉흥적인 리액션이 나오도록 하셨는데, '이렇게 해서 괜찮을까?'라는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완성된 영화를 보니 '역시 감독님'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의도가 분명했죠. 꾸밈없는 모습 그대로 나오니 권남우의 순수한 면이 정말 잘 드러난 것 같아요. 제가 캐릭터 연구를 했다면 민폐 캐릭터가 됐을 거예요."

"가끔 감독들이 조사하거나 연구하지 말라고 해도 몰래 하는 배우들 있던데"라고 말을 꺼내자 박형식은 "저는 말 잘 듣는다. 감독님의 방법이 너무 신선했다"며 "촬영하면서 머리가 안 아팠던 적이 처음이다. 정말 현장에서 아무 생각 없이 앉아있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SBS 드라마 '바보엄마'로 연기자의 길에 발을 들인 박형식은 이후 '상속자들' '가족끼리 왜 이래' '상류사회' '화랑' '힘쎈여자 도봉순' '슈츠' 등에 출연했다. 그렇다 할 '연기 논란' 없이 좋은 성적을 거두며 연기자로서 행보를 걷고 있는 그는 아이돌이란 꼬리표를 금세 뗐다. 그리고 이젠 영화배우로서 길을 걷게 됐다.

박형식은 드라마 슈츠 힘쎈여자 도봉순 화랑 등 다양한 드라마에서 사랑을 받았다. /KBS2 슈츠 화랑 JTBC 힘쎈여자 도봉순 홈페이지

"'힘쎈여자 도봉순' 찍을 때 전석호 선배가 '넌 영화를 해야 돼. 너 영화 하면 영화만 하고 싶을걸?'이라면서 영화에 대한 판타지를 심어놓고 가셨어요. '도대체 어떻길래'라는 궁금증이 있었는데 '배심원들'이라는 좋은 영화를 만났죠. 이번 영화 작업은 너무 재밌었어요."

그동안 드라마에서 특수한 상황에 놓여 드라마틱한 캐릭터들을 주로 맡은 박형식은 '배심원들'에서 처음으로 현실적인 캐릭터를 맡았다. 그는 "영화에는 판타지보다 현실의 이야기가 더 많기 때문에 이번 영화를 기회로 연기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박형식의 '배심원들' 캐스팅 뒷이야기를 풀어놓자면 과거 그가 출연한 MBC 예능프로그램 '진짜 사나이' 속 아기 병사때문이었다고 한다. 홍승완 감독이 박형식의 '순수함'에 끌렸던 것이다.

"언제적 아기 병사냐"고 장난스레 말을 꺼내자 박형식은 "맞다! 그게 보통 반응이다!"라며 "감독님이 때가 탄 지금의 저를 만나고 실망하셨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박형식은 입대를 앞두고 있다. 그는 최근에 가족과 여행도 다녀오고 만나고 싶은 지인들도 틈틈히 만나고 있다고 말했다. /UAA 제공

박형식은 '배심원들'을 마지막으로, 곧 입대를 한다. 2010년 그룹 제국의 아이들로 데뷔해 약 10년을 쉴새없이 달렸다. 그는 "지금까지 쉬지 않고 작품이든 뭐든 일을 계속하게 됐는데, 입대하고 나서 그동안의 저를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에게 "지금까지 활동을 점수로 매기자면?"이라고 묻자 짜디짠 점수가 돌아왔다. 박형식은 "100세 시대인데 제가 29살이니까 한 30점 정도된다"며 "앞으로 채워갈 게 많다. 아직 파릇파릇하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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