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의 연예가클로즈업] '모순'에 빠진 윤지오, '이율배반' 언행

윤지오는 장자연 사건의 증언자로 나서 용기있는 행동을 했다는 평가와 이율배반적인 언행으로 진정성 의심을 동시에 받고 있다. 사진은 국회 북토크콘서트의 윤지오. /이덕인 기자

[더팩트|강일홍 기자] 전인권은 '포크 록의 대부'로 인정받는 뮤지션이다. 그가 부른 '걱정말아요 그대'가 tvN '응답하라 1988'에 소개되면서 젊은 세대들 사이에 새삼 존재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대마초와 필로폰 상습투약 등 마약 논란, 표절시비와 대선 당시 특정 후보 지지 발언 논란 등 가수로 살면서 툭하면 구설의 중심에 섰다. 록밴드 '들국화' 보컬리스트 출신으로 음악적 존경을 받았지만 이런 불편하고 거추장스런 이력이 자주 쌓이면서 명성도 퇴색했다.

여러 구설 중에서도 '배우 이은주 연인설' 주장은 또다른 의미의 오점으로 남아있다. 故 이은주는 지난 2005년 2월 '엄마 미안해 사랑해'라는 짧은 글을 남기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이은주의 안타까운 죽음 직후 전인권은 느닷없이 문자메시지를 공개하며 "우린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절대로 짝사랑은 아니었다. 예쁜 친구가 나를 좋아한다는데 얘기 안 하고 무덤까지 갖고 갈 이유가 없었다"며 파장을 키웠다. 스스로 이슈와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그는 "요즘 생각나는 게 평소 좋았을 때의 은주에 대한 가사"라며 이은주 노래를 담은 음반까지 준비 중이라고 했다. 전인권은 '이은주의 납골당에는 가봤느냐'는 질문에 "나는 갈 입장이 못 되는 것 같다. 나 혼자 걔(이은주)가 좋아하던 곳에 가서 혼잣말로 얘기도 한다"고 했다. 10여년이 훨씬 지난 2016년에도 그는 콘서트 홍보 기자회견 중 이은주를 언급했다. 이 때문에 '죽은 사람을 이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샀고, 대중은 그의 일방 주장을 끝내 용납하지 않았다.

윤지오는 국내 체류 중 초과 호텔 숙박 비용 예외 적용을 받고, 냄새와 소리 등 신변 위협을 호소해 여경 5명의 밀착 경호팀이 가동되기도 했다. 지난달 14일 국회의원회관 북토크콘서트 장면./이덕인 기자

◆ 故 장자연의 '억울한 사망' 진상 밝혀줄 핵심 증언자로 기대 vs 책 출간 및 후원금 모금 등 행적 의문

故 장자연은 2009년 3월 경기 분당 이매동 자택에서 사망한 채 언니에 의해 발견됐다. 구체적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평범한 죽음이 아니었다. 실명과 지장이 찍힌 문건의 사본으로 추정되는 자필 문서가 발견되고 언론에 보도되면서 큰 파문이 일었다. 성상납 강요와 폭력 등에 시달렸다는 내용 때문이었다. 해당 문건에는 방송 및 언론계와 금융계 등 일부 유명 인사들이 언급돼 있었고,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네티즌들은 강한 분노 표출과 함께 이들의 처벌을 주장했다.

"내가 상대해야 될 분들은 A4 용지 한 장이 넘어가는 거의 한 30명에 가까운, 공권력을 행사하실 수 있는 법 위에 선 분이시기 때문에 불특정 다수에게서 공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증언자에 대한 시스템 자체가 없었다는 것이 놀라웠다. 앞으로 개선해야 될 점이라고 생각한다."(고 장자연 사건 증언자 윤지오)

"윤지오 거짓말을 폭로한다. 그녀의 모든 말은 진실이 아니다. 죽은 장자연의 억울함이 아닌 본인 스스로를 돋보이게 하는 행동들이다. 그녀가 외국에 살 때 장자연이 당한 일을 알고 있지도 않았다. 두 사람이 가깝지도 않았고, 유족의 동의도 없이 책을 출판했다."(윤지오 '책 출판 관련 인연' 맺은 페미니스트 작가 김수민)

배우 윤지오가 "장자연의 억울한 죽음이 더 주목받아야 한다"며 과거사를 폭로한 이후 '순수성'과 '의도성'을 두고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윤지오는 장자연 사건의 관심을 되살리는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온갖 의혹을 남긴 채 봉합된 '억울한 사망'의 진상을 10여년 만에 다시 파헤쳐줄 핵심 증언자로 기대를 모았다. 그는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며 장자연 사망 전 작성한 문건을 봤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용기있는 행동에도 불구하고 지금 그는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윤지오는 안민석, 김수민, 추혜선 의원 등 일부 국회의원들까지 나서면서 대중적 관심을 얻는데 성공했다. 사진은 윤지오(가운데)가 지난달 8일 국회에서 열린 초청 간담회에 참석하는 장면./남윤호 기자

◆ 윤지오 "한국 미디어가 창피하다. 해외 언론과 인터뷰를 하겠다. UN과 접촉할 거고 CNN과 접촉하겠다."

혹시 그가 직접 보고 들은 것 이상으로 과장된 것은 아닐까.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것일까. 그의 책 '13번째 증언'의 출간을 협의하며 인연을 맺은 김수민 작가는 카톡내용을 공개하며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윤지오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모욕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이와 별개로 윤지오는 해외 클라우드 사이트를 통해 후원금을 모금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지난 주말까지 윤지오에 대한 후원금 2만6000달러(약 3026만원)가 모금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또 초과 호텔 숙박 비용 예외 적용을 받고, 냄새와 소리 등 신변 위협을 호소해 여경 5명의 밀착 경호팀이 가동되기도 했다. '어머니 건강이 좋지 않다'며 돌연 캐나다로 출국했지만 그의 어머니가 줄곧 한국에 있었던 것으로 밝혀지며 그간 그가 한 말까지 신뢰를 잃었다. 윤지오는 장자연과 얼마나 막역했을까. 그는 고 장자연보다 9살 아래이고 당시 갓 스물이었다. 같은 소속사라도 둘이 작품을 함께한 적이 없어 애초 친할 수 있는 구도가 아니었다는 게 중론이다.

김수민 작가의 법률대리인 박훈 변호사가 지난달 26일 그를 사기 혐의로 고소하자 윤지오는 엉뚱한 쪽에 화살을 돌렸다. 그는 "한국 미디어가 창피하다. 이렇게 기사를 쓴 것에 대해 분명히 책임을 져야 한다. 앞으로 해외 언론과 인터뷰를 하겠다. UN과 접촉할 거고 CNN과 접촉하겠다"고 했다. 누구보다 언론을 이용하며 하고싶은 말을 해온 윤지오의 이런 주장은 완벽한 '이율배반'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그동안 보여준 그의 행적만 봐도 의심스러운 곳이 한둘이 아니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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