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서 주목하는 신예, 김혜준
[더팩트|박슬기 기자] 올해 눈에 띄는 신인배우 중 한 명을 꼽으라고 한다면 배우 김혜준이 아닐까 싶다. 지난해 KBS2 드라마 '최고의 이혼'과 올해 초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으로 얼굴을 알리고, '미성년'으로 스크린에서도 활약한 그는 2019년 본격적인 도약을 예고했다.
1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편집국에서 영화 '미성년'(감독 김윤석)에 출연한 김혜준을 만났다. 완연해진 봄기운 만큼이나 화사한 모습으로 등장한 그는 편집국을 환하게 밝혔다. 영화에서 맡은 당돌한 여고생 주리와 다소 다른 모습이었다.
김혜준은 '미성년'에서 아빠 대원(김윤석 분)의 불륜을 목격하게 된 17살 여고생 주리 역을 맡았다. 주리는 아빠의 비밀을 알고 충격을 받지만, 이도 잠시 오히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주도적으로 나선다. 여간 보통내기가 아니다.
"주리는 어른스럽고 대견하고 멋있는 아이인 것 같아요. 저는 주리를 연기하면서 관계에 대해서 깊이 공감했어요. 아빠가 잘못했지만 미워하지 못하는 그런 복잡한 감정들이 현실적이잖아요. 하지만 바람 핀 아줌마를 찾아가고, 아줌마 딸인 윤아(박세진 분)와 머리채를 잡고 싸우는 그런 모습은 제 삶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이긴 하죠. 하하. 연기하면서는 공감했지만, 한편으로는 신기했어요."
영화 초반, 시선을 끌어모으는 건 박세진이 맡은 윤아 역이다. 하지만 뒤를 힘있게 끌고 가는 건 김혜준이 맡은 주리다. 강단 있고, 당돌한 모습으로 영화의 중심을 잡는다. 김혜준은 "사실 처음에는 윤아 역이 탐났는데, 지금 와서 다시 택하라고 하면 주리일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혜준은 '미성년'으로 배우 김윤석과 감독 김윤석을 만났다. 신인배우로서는 다소 긴장했을 법도 하지만, 그는 "소년 같은 분"이라고 표현했다.
"굉장히 다정하게 조언해주세요. 사실 김윤석 선배님이 영화 '1987'에서 맡은 박 처장 역처럼 디렉션을 주실까봐 겁났는데, 소년처럼 밝으시더라고요. 하하. 선배님은 감독으로서도 배우로서도 제가 연기를 잘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셨어요. 좋았죠."
김혜준은 '미성년'으로 배우로서 발판을 다지는 계기가 됐지만, 올해 초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으로는 쓴맛을 봐야만 했다. 극중에서 영의정 조학주(류승룡 분)의 딸이자 자신의 뱃속 아이를 왕의 자리에 앉히려는 중전을 연기한 그는 '연기력 논란'으로 혹평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제 데뷔 5년 차인 김혜준이 겪기에는 다소 감당하기 힘든 관심이었다.
"스스로가 아쉬웠죠. 제 연기와 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계속 힘들어하고 있기에는 연기자로서 책임이 아닌 것 같아서 빨리 털고 극복하려고 했습니다. 비난의 목소리는 제가 감내해야 할 부분이니까요. 빨리 성장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는 마음이었어요. 단단해지는 계기가 됐고, 단단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김혜준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이때부터 걷기 시작했단다. 그는 "한 때는 코인 노래방에 자주 가서 노래를 불렀다.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자주 불렀다"며 웃어 보였다. 그러면서 "요즘은 걸으면서 스스로에 대한 생각을 하는 게 스트레스 해소법이 됐다"고 말했다.
김혜준은 출연하는 작품마다 다른 얼굴로 나타난다. 분명 같은 사람인데, 매번 새로운 배우를 보는 듯하다. 그는 이를 스스로의 장점으로 꼽기도 했다.
"많은 분들이 그렇게 말씀해주시더라고요. 주변 사람들에게 '동생 닮았다' '사촌 동생 닮았다'. 심지어는 '외숙모 닮았다'는 이야기도 듣는데요. 하하. 제가 주변에 한두 명씩 있는 이미지인가 봐요. 처음에는 안 좋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한 이미지에 국한되지 않는 것 같아서 좋더라고요. 이 모습을 더 발전시키고 싶네요."
지난해 바쁜 나날을 보낸 김혜준은 올해도 부지런히 연기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미성년' 홍보 활동을 시작으로, 오는 5월부터는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2' 촬영에 돌입한다. 최근 여러 작품으로 한층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는 그는 '미성년'으로 '좋은 어른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성인, 좋은 어른을 어떻게 단정 짓기 힘들더라고요. 다만 저는 모든 사람이 좋은 성인이 되기 위한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죽을 때까지 완전한 어른은 없는 것 같거든요. 조금 더 성장하고, 도태되지 않게, 부끄럽지 않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나아가는 거죠. 우리는 모두 미성년이니까요. 저 역시 좋은 배우보다 좋은 사람이 먼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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