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포커선수 전향 후 6개월 만에 준우승 두 차례 '승승장구'
[더팩트|강일홍 기자] 김학도(49)는 '인간제록스'라는 별칭을 가진 흉내의 달인이다. 많은 연예인들이 너나없이 성대모사와 모창에 도전하지만, 김학도 앞에서는 아마추어 수준의 장기자랑에 불과하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그의 완벽한 '비교 불가 목소리' 덕분이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등 전 현직 대통령을 포함해 나훈아, 조용필, 심수봉, 이승철, 신승훈, 김종서, 전인권, 현철, 김흥국, 조성모, 이광조, 현숙, 김건모, 이문세, 고 앙드레김, 송광호, 김국진, 전유성, 배영만, 박지성, 차범근, 이승엽, 김병지, 바둑기사 이세돌 등 연예계와 스포츠스타까지 그는 무려 100여 명의 모창이 가능하다.
연예계 소문난 재간둥이 김학도가 프로 포커플레이어로 변신해 또 한번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지난해 10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인터내셔널 포커스타즈 '식스핸디드터보'에서 당당히 우승컵을 들었다. 연예인 중에선 김학도가 처음이다. ([단독] 개그맨 김학도 '국제 포커대회' 우승, 프로 포커플레이어 변신)
우승 후 곧바로 프로 포커선수로 전향한 김학도는 3개 대회에 출전해 두 차례 준우승(3개부문 입상)하는 쾌거를 일궈냈다. 필자는 첫 우승 소식을 알린 이후 그의 놀라운 활약상을 지켜보며 정식 인터뷰를 요청했다. 국내 '연예인 1호 프로포커 플레이어'의 서른한 번째 스페셜인터뷰는 지난 22일 서울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진행됐다.
-첫 우승 소식을 알린 게 지난해 10월이다. 이후 프로선수로 등록하고 국제 대회에 출전해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들었다.
선수 등록 후 모두 3번 출전해 두 번 준우승 했으니 꽤 괜찮은 성적이라고 할 수 있죠. 많은 분들이 성원해주신 결과라고 믿어요. 포커게임이 일반인들한테는 아직 생소한 분야인 건 맞지만 회계사나 변호사 등 전문직업인 마니아들이 일부러 응원하러 오시기도 하는 전문 스포츠종목이에요. 이분들의 보이지 않는 격려가 큰 힘이 되죠.
김학도는 지난해 12월 J88포커컵 대만대회, 올 1월 베트남대회(아시아포커투어인베트남), 그리고 지난 8일 마닐라 메가스텍11 등 데뷔 후 공식 프로포커플레이어 자격으로 3차례 출전했다. 대만대회에서 Short Deck 개인전 준우승을 포함해 4명이 한조가 돼 펼치는 팀이벤트와 상대선수를 KO시키면 보너스를 받는 KO Bounty 대회 등에서 각각 입상했다. 베트남 대회에서는 576명이 경쟁해 최종 6위, 가장 최근인 이달초 마닐라대회에서 개인전 준우승을 차지했다.
-연예인으로 활동을 하며 전문영역인 프로포커 세계에 뛰어든 건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첫 우승 후 어떤 변화가 생겼나?
엄청난 변화가 생겼죠. 우선 '김프로님'이라는 새로운 타이틀이 붙었어요. 연예계에서 저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고요. 홍서범 형을 비롯해 조영구 배기성 씨 등연예인 동료들이 내 일처럼 기뻐해줬고, 프로 포커선수로 전향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후배 임요환의 지지가 큰 힘이 됐어요. 이런 아낌없는 격려와 지지 덕분에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게 아닐까 생각해요.
포커스타즈는 단일 스포츠종목으로는 가장 많은 상금이 걸리는 빅이벤트로 유명하다.미국과 중국 필리핀 대만 베트남 등 각국을 번갈아가며 대회가 열리고, 남미와 유럽, 오세아니아까지 포함해 전세계 어디든 출전이 가능하다. 김학도는 "당분간은 월 1회 정도 출전을 목표로 성적을 향상시킨 뒤 차츰 횟수를 늘려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번 달에도 경기가 있다고 들었다. 어떤 경기인지 궁금하고, 좋은 소식을 기대해도 되나?
29일부터 4월 4일까지 대만에서 경기가 있어요. 제가 소속된 J88이 작년 12월에 이어 두번째 개최하는 대회인데요. 이미 한 차례 준우승을 한 경험이 있어서 이번엔 우승까지 자신이 있어요. 아니 반드시 우승해야죠.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상금 외에 부상으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월드시리즈(WSOP:World Series of Porker) 출전권(참가비+체류비 일체 제공)을 받거든요.
세계 최대 규모대회인 WSOP는 수천억의 상금이 걸리고 우승 상금만 150억~200억 원에 달한다. '포커의 월드컵'으로 두 달간(6~7월) 경기가 치러지며, TV(ESPN)로 생중계되는 WSOP 결승은 슈퍼볼보다 시청률이 많이 나올 만큼 엄청난 관심이 쏠린다. 김학도는 "WSOP는 전세계에서 6000~8000명이 한꺼번에 참가하기 때문에 입상하는 데만도 바늘구멍 통과"라면서 "프로 플레이어로 공식 첫 출전이므로 일단 보름(15일) 정도 버티는게 목표"라고 했다. 2주 이상 탈락하지 않으면 대략 600위(10%) 선이다.
-이번 대만대회에는 특이하게 국내프로 바둑기사들이 팀을 이뤄 도전한다고 들었다. 무슨 얘기인가?
국내 포커선수들 중엔 프로 바둑기사 출신들이 많아요. 아마도 둘다 승부사 기질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겠죠. 바둑판을 내려다보는 프로기사들의 표정이나 포커판을 주시하는 플레이어들의 모습을 보면 똑같습니다. 수를 계산해서 판단하고 결정하는 과정 등이 비슷하죠. 바둑으로 이미 입신의 경지에 오른 프로기사 9단 3명을 포함한 4명이 한개팀을 이뤄 한국대표로 출전해요.
주인공들은 국내 프로포커선수들과 교류하며 영역을 넓힌 프로기사 한종진 9단, 최철한 9단, 홍민표 9단, 윤영민 3단이다. 팀 이름 '알파고'로 출전하며 이들은 각자 온라인 게임 등에서 우승할 만큼 실력을 키운 강자들이다. 김학도의 아내 한해원 3단 역시 포커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 최현규 김현진 김지운 등과 한 팀으로 출전하는 김학도는 "아내 한해원 프로 몫까지 제가 더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다"고 했다.
-포커대회가 국내에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아 실감이 안 난다는 분들도 많다. 실제 해외에서는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
포커대회는 모든 스포츠를 통틀어 단일 대결 종목으로는 가장 규모가 크고 상금도 세계 최고예요. 아직 국내에서는 아직 포커게임 하면 카지노나 도박이라는 인식이 많은데, 이는 포커하면 세븐오디(속칭 '삥발이')를 연상하기 때문이에요. 해외에서는 텍사스홀덤, 오마하, 숏덱 등 운이나 도박이 아니라 치밀한 전략과 심리분석을 통해 상대를 이기는 마인드스포츠로 인식해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중 스타들도 많이 참여하고요.
포커는 적게는 수십명에서 수백명, 비중이 큰 대회의 경우 많게는 수천명이 경쟁해 살아남는 게임이다. 또 미국을 비롯한 유럽과 남미, 아시아 등 거의 전세계적으로 열기가 뜨거운 분야다. 유럽에서는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하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고, 아시아에서는 카지노 등에 보수적인 일본조차 올해 포커 예비대회를 연 뒤 내년에 정식 대회를 개최할정도다.
-프로포커 플레이어로는 '국내 연예인 1호'다. 도전 자체만으로 관심이 쏠리는 걸로 아는데 그동안 왜 주변에 알리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10여년 전 우연히 포커가 도박이 아닌 게임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는걸 알게됐죠. 관심을 가지면 흥미가 생기잖아요. WSOP의 엄청난 열기도 실감나게 와닿더라고요. 9년 전 재미삼아 한번 도전한 뒤 엄청난 매력에 푹 빠져들었어요. 수학적 계산과 상대의 수를 읽어내는 심리전 등 일단 제 성향과 스타일에 딱 맞았죠. 승부욕이 생기니 자꾸 공부를 하게 되더라고요. 다만 포커에 대한 오해와 편견 때문에 우승컵을 들기전엔 절대 알리지 않기로 다짐했죠.
포커대회는 도박과는 관련이 없는 스포츠 종목이지만, 대회의 특성상 카지노에서 주로 열리다보니 국내에선 아직 도박이란 편견이 깔려있다. 국내 포커플레이어는 대략 30여명 정도로 선수 층이 넓지 않은 편이지만 비교적 좋은 성적을 내는 편이고, 현재 국내 대회가 없어 해외대회를 중심으로 뛰고 있다. 저스틴이란 이름으로 활동하는 신재욱 선수의 경우 지난해 상금만 2억 가량 된다.
-방송인답게 전문 유튜버로 활동하며 포커 전도사를 자처한다고 들었다. 반응이 좀 있는지 궁금하다.
'학도TV'(HAKDO)를 지난 3.1절 100주년에 맞춰 정식 개국했어요. 해외에서는 경기장면을 TV와 SNS로 생중계하는데 그만큼은 못해도 차근차근 입소문을 내고 분위기를 띄워야죠.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하잖아요. 벌써부터 마니아들 중심으로 적극 호응을 해주고 있어요. 머지않아 국내에서도 포커대회가 열릴 것으로 믿습니다. 유튜버로서도 토너먼트 홀덤포커의 대한민국 합법화의 길을 여는데 앞장서야죠.
'학도TV'(HAKDO)는 개국 직후 정준호 김구라 박명수 서경석 등 50여명의 축전을 소개했다. 정치인으로는 홍철호 자유한국당 의원,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 장진영 변호사(바른미래당 최고위원) 등이 생방 전화인터뷰를 했다. 김학도는 성대모사의 달인답게 '대통령과 핫라인통화코너'를 통한 다양한 목소리로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동료연예인과 국회의원 및 지자체장까지 자주 출연시켜 입법화의 관심과 이목을 이끌어낸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데뷔 26년째를 맞는 중견 방송인이다. 포커선수를 병행하게 되면 두 마리 토끼를 잡다가 둘 다 놓칠 수도 있다.
강기자님, 무슨 그런 섭섭한 말씀을요. 저는 집토끼 산토끼 둘 다 잡을 생각이에요. 일부러 방송활동을 줄이거나 포기할 생각은 없어요. 일단 프로선수로서 올해 안에 반드시 우승컵을 들어올려 믿음을 드릴게요. 그래야 방송을 병행해도 떳떳할테니까요. 제가 좋은 성적을 잇달아 내면 자연스럽게 포커에 대한 인식도 바뀔 거란 희망과 기대가 있어요.
김학도는 아마추어로 첫 우승한 뒤 '라디오스타' '우리말겨루기' 등 각종 예능 게스트로 출연하면서 자연스럽게 '프로 포커선수'로 소개됐다. 방송사들도 '개그맨'이나 '방송인'이란 기존 타이틀보다는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포커'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그의 역량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올해 그의 목표는 10여차례 출전(평균 월 1회)할 국제포커대회에서 우승이지만, 틈틈이 방송에서도 활약한다는 계획이다.
-연예계 다둥이 아빠로도 부러움을 사고 있다. 아내와는 프로기사와 프로포커플레이어로서 교감되는 부분도 많을 듯하다.
그렇죠. 바둑과 포커의 비슷한 부분이 꽤 많더라고요. 아내 한해원을 만난게 운명인거죠. 아내 영향을 받아 '승부사'로 변신했잖아요. 아이를 셋 낳은 것도 마찬가지예요. 갈수록 출산율이 떨어지는데 5식구인 우린 대만족입니다. 막내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는데 아이들이 놀 때도 셋이서 '엄마-아빠-아이' 역할을 맡아 스스로 사회성을 만들어가더라고요. 혼자라면 엄두도 못낼 일이잖아요.
김학도는 프로 바둑기사 한해원과 2008년 9월 결혼해 2남 1녀를 뒀다. 국내 바둑은 이미 마인드 스포츠로 자리매김해 광범위한 대중적 교감이 형성돼 있고, 포커에 대해서도 부부가 진한 공감대를 갖고 있다. 아내의 강한 '승부사 기질'을 전수받은 김학도는 포커로 또 한 번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포커대회서 좋은 성적을 내면 가장 기뻐하는 주인공도 바로 한해원이다.
김학도는 아마추어 시절 무려 8년간 40여 차례나 국제 포커대회에 도전한 집념의 사나이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해 10월 'J88포커컵 대만대회'에서 첫 우승을 거머쥐었다. 바늘구멍을 통과할 만큼 힘든 관문을 거친 이런 결실은 모두 남모르게 노력한 땀의 대가다.
그는 스스로 방송인에서 포커플레이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타고난 끼와 순발력으로 데뷔 이후 각종 예능프로그램에서 종횡무진해온만큼 포커로 시작한 '인생2막'도 장밋빛이다. 그는 방송가 주변에서조차 어느새 '김프로님'이란 호칭이 어느새 자연스러워졌다고 말한다.
김학도는 "국내 개최 합법화를 위해선 오직 좋은 성적을 내는 수밖에 없다"면서 "큰 대회를 석권하면 PGA 우승 못지 않은 대중적 관심과 평가를 받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필자는 데뷔 당시부터 가까이 지켜보면서 그의 무궁무진한 재치와 순발력에 종종 감탄한 적이 있다. 김학도의 강한 열정과 패기에 또 한번 스페셜인터뷰이의 프로다운 면모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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