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요즘 연예계는 스타도 많고, 연예 매체도 많다. 모처럼 연예인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하는 경우도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대부분의 내용이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도 소속사에서 미리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그대로의 스타를 '내가 본 OOO' 포맷에 담아 사실 그대로 전달한다.<편집자 주>
조우진, 금융감동원 사냥꾼 한지철 役...'돈' 20일 개봉.
[더팩트|박슬기 기자] 2015년 영화 '내부자들'로 본격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고 tvN 드라마 '도깨비'로 꽃길을 연 배우 조우진. 그가 최근 3년간 출연한 작품 수만 무려 20여 편이다. 요즘엔 "영화 몇 편 찍고 있느냐"가 동료 배우들의 인사라고 할 정도로 많은 작품을 찍고 있는 조우진. 이젠 영화 포스터에 그의 이름이 없으면 어색할 정도다. 익숙하면서도 매번 새로운 얼굴로 나타나는 조우진은 오는 20일 개봉하는 영화 '돈'으로 관객과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11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조우진을 만났다. 영화 '돈'의 로고가 새겨진 회색 후드 티셔츠를 입은 그는 "홍보용 후드인데 요즘 같은 환절기 날씨에 딱 이라서 입었다. 굉장히 편하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진지하다고 소문난 그인데 인터뷰 시작부터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풀어나가는 그의 모습은 의외였다.
배우 조우진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모습은 여러 캐릭터가 있다. 앞서 언급한 '내부자들'의 조상무 역과 '도깨비' 김비서 역은 물론, 얄밉다 못 해 한 대 때리고 싶은 '국가부도의 날' 재정국 차관, 끝까지 자신의 사람들을 지키고자 하는 '창궐'의 박을룡, 주인공보다 더 강력한 이미지의 '마약왕'의 조성강, '1987'의 박종철 삼촌 등이 있다. 그는 선과 악을 오가며 출연하는 작품마다 새로운 사람으로 나타난다.
"'또우진' '소우진'이라고 불리는 걸 알고 있어요. 거기에 대해서 무념무상이라면 절에 들어가야죠. 제가 생각해도 놀랄 정도로 많은 작품을 하고 캐릭터를 맡았으니까요. 그런 대중의 의견도 겸허히 수용해서 '또우진이 이번엔 새롭네' 혹은 '이번에는 이런 매력점을 갖고 있네'라고 느끼실 정도로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조우진은 '돈'에서 금융감독원의 사냥개 한지철 역을 맡았다. 불법 작전의 냄새를 맡고 집요하게 뒤쫓는 인물이다. 그는 한지철이라는 인물을 만나고 "두 가지 키워드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집요함과 워커홀릭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어요. 사냥개라고 해서 센 표정의 강한 톤을 갖고 접근하면 관객들이 상상하는 이미지에 너무 정답을 드리는 것 같잖아요. 적지 않은 돈 내고 영화를 보러 오시는 분들에게 제가 시도할 만한 방식은 아니라고 생각했죠. 왜 '이 사람이 가냥개가 되었나'부터 시작했어요. 성실한 가장이자 공무원이었을 텐데, 범죄가 지능화되어가고 커지는데 그 중의 한쪽을 차지하는 직업인이잖아요. 이 사람이 일에 더 매달릴 수 밖에 없는 거죠. 그래서 너무 지독한 나머지 사냥개라는 별명을 듣기 됐고, 그러다 보니까 가장의 역할을 다하지 못해서 이혼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래서 감독님께 '이혼남 설정으로 하면 어떨까요' 하고 말씀드려서 반영됐죠."
조우진의 말처럼 '돈'에서 그는 여타 작품에서 그려온 흔한 '사냥꾼'의 캐릭터를 단편적으로 그리지 않았다. 인간적이면서도 카리스마 있는 입체적인 캐릭터로 표현했다. 한지철 역이 다양한 면모를 가진 만큼 인물을 따라가는 재미가 있다.
"제가 분석한 캐릭터나 아이디어를 입체적으로 보셨다면, 그 원동력은 아마 상대 배우가 아닐까 싶어요. '돈'을 바라보는 시각과 태도가 다른데, 여러 상대를 마주하면서 연기하다 보니까 다르게 나오는 것 같아요. 상대의 리액션에 맞는 제 리액션을 생각하는 편이니까, 거기에 기인한 결과물인 것 같네요."
그동안 수많은 작품을 찍어온 그인데 여전히 자신의 영화를 볼 때면 "굉장히 긴장한다"며 몸을 움츠렸다. "연기를 잘하시는데도 그러냐"고 말하자 조우진은 "얼굴이 빨개진다"며 민망한 미소를 지었다.
영화 '돈'은 한 인물이 거대한 액수의 돈을 손에 쥐게 되면서 변해가는 과정을 그렸다. 조우진은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면서 '변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은 없을까.
"'변했다'는 이야기 들어본 적 있어요. 3~4년 전부터 느낀 건데, 사람이 변하는 속도보다 그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 더 빨리 바뀌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그 사람이 그렇게 느끼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제가 '바뀌지 않았어' 변명하는 것도 좀 그렇잖아요. 마흔 넘으니까 이제 그런 이야기를 할 사람도 없는 것 같네요. 하하."
조우진은 최근 3년간 20편의 작품에 출연했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제법 힘들었을 터. 그는 "이제 제법 숨이 좀 차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열심히 달릴 때는 모르는데 멈춰봐야 알잖아요. 최근 두어 달 정도 쉬었는데 숨이 좀 차더라고요. 숨 안 차면 싸이코 아닌가요? 하하. 선배님들이 안부를 물을 때도 '너 작품 뭐하니?'가 아니라 '몇 개 하니?'라고 물으세요. 괜찮냐고 물어보시는 분도 계시죠. 현장 안 나간 지 일주일, 열흘 정도 됐을 때 뭐라도 채워야 할 것 같아서 책도 보고 술도 마시고, 운동도 했죠. 연기가 아닌 다른 걸 좀 더 지독하게 했던 것 같네요."
조우진은 작품을 선택 할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건 '내가 배울 점이 있을까?'라고 했다. 그는 "선한 역이든, 악역이든 배울 게 있다"고 말했다. "악역 캐릭터에서도 분명히 배울 게 있어요. 그 캐릭터가 품고 있는 정당성과 명분이라고 생각하죠. 그걸 만들어나가기 위한 첫 번째가 '배울 게 뭔가'인 거죠"
쉴 새 없이 작품활동만 한 그이기에 쉴 때는 무엇을 하는지 궁금했다. 그는 최근 관심사는 온통 가정생활이라고 했다.
"가정생활에 충실히 임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결혼 전에도 촬영하느라 바빠서 신혼여행을 못 갔거든요. 최근 촬영에 안 나간 지 두 어달 정도 돼서 그때 가족 여행도 가고 했죠. 그 시간이 제일 좋은 것 같아요. 가족을 챙기고, 같이 어디 다니고. 세상 모든 가장은 알겠지만 자기 시간을 끄집어내기 쉽지 않잖아요. 가족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소중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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