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사바하' 이재인 "삭발, 제가 직접 밀었어요"

이재인은 영화 사바하에서 금화와 그것, 1인 2역을 맡아 열연했다. /남용희 기자

충무로 新 보석, 이재인

[더팩트|박슬기 기자] 연기만 잘하는 줄 알았더니 말도 잘한다. 어떤 질문도 척하면 척이다. 웬만한 어른보다도 말을 잘해 깜짝 놀랄 정도다. 흔히들 말하는 '사연 있는 얼굴' 뒤에 가려진 반전매력을 가진 그는 최근 충무로의 새로운 보석으로 급부상한 배우 이재인(15)이다.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영화 '사바하'(감독 장재현)에 출연한 이재인을 만났다. 짧은 쇼트커트를 하고, 노란 셔츠를 입은 모습은 보이시한 매력을 한껏 풍겼다. 영화에서 보여준 긴 생머리의 차분한 금화의 모습은 없었다.

"사연 있는 얼굴이라는 소리는 많이 들었는데 원래 성격은 밝은 편이에요. 운동하는 것도 좋아하고, 축구하는 것도 좋아하죠. '사바하' 찍을 때 삭발 했는데, 그때 가발 쓰고 축구하느라 엄청 힘들었죠. 하하."

뜻밖의 이야기였다. 이재인은 '사바하'에서 금화 역뿐만 아니라 쌍둥이 언니인 수상한 존재 '그것'까지 1인 2역을 맡아 연기했다. 극중 '그것'은 민머리에 눈썹도 없는데 이재인은 캐릭터를 위해 삭발투혼을 했다는 것이다.

"오디션 볼 때부터 삭발을 할 수 있다고 질렀죠. 많이들 걱정 하셨지만 생각보다 무섭거나 슬프지 않았어요. 오히려 제가 머리를 직접 밀었거든요. 제가 보내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살면서 많이 해볼 수 있는 경험은 아니니까 기왕 깎는 거 제가 깎아보겠다고 했죠. 눈썹 밀 때는 걱정을 좀 했는데, 금방 자라서 티는 별로 안 나더라고요. 하하."

이재인은 사바하 시나리오를 초등학교 6학년 때 받고 준비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춘기 시절, 한창 멋에 민감할 시기 이재인은 과감했다. 후회도 없었다고. 그는 그저 배역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사바하'에서 금화와 '그것'은 결코 쉽지 않은 캐릭터다. 영화 자체가 어렵기도 하고, 캐릭터가 일반적인 상황에 놓인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어린 그가 소화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많았을 터. 이재인은 장재현 감독의 재밌고 추상적인 설명이 도움이 됐다고 했다.

"감독님이 디렉팅을 재밌게 해주셨어요.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켜서 이모티콘을 보여주면서 '지금 금화가 이런 감정이지 않을까?'라는 식으로 설명 해주셨죠. 덕분에 감정을 잘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칭찬도 많이 해주셔서 힘입어서 열심히 했습니다."

이재인이 '사바하'의 시나리오를 받은 건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어린 나이에 시나리오를 완전히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지만, 이재인은 금화의 포인트를 잡고 금세 이해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금화가 쌍둥이 언니 '그것'한테 가지는 감정과 금화 나이대에만 느낄 수 있는 혼란스러운 마음, 신에 대한 원망 등에 가장 먼저 초점을 뒀어요. 제 종교가 기독교인데 신의 존재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본 적 있거든요. 그런 면에 포인트를 잡고, 감독님의 설명을 들으니까 조금은 감이 왔죠. 이해 안 가는 건 무조건 물었습니다."

이재인은 장재현 감독의 재밌는 디렉팅 덕분에 쉽게 감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남용희 기자

이재인이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웬만한 베테랑 배우 못지않았다. 캐릭터를 잘 이해하고 연기했다는 게 오롯이 느껴졌다. 그는 영화 전반적인 것에 대해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었다. 알고 보니 이재인은 영화 연출에도 관심이 많단다.

"평소에 장르를 불문하고 영화 보는 걸 좋아해요. 배우들의 연기를 보고 이런 카메라 각도에서는 '이렇게 연기해야겠다'라고 생각도 하고, 스토리를 보면서 연출적인 면도 생각하죠. 배우도 하고 싶지만 감독에도 도전하고 싶은 생각이 있거든요. 연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부분을 유심히 보면 연기할 때도 제가 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잖아요."

또래 친구들이 한창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진학, 진로에 대해 걱정할 때 이재인은 영화에 대한 꿈을 키워나가고 있었다. 친구들과 달리 진로에 대한 걱정은 없지만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다면 거짓말이란다.

"연기랑 학업을 병행하다 보니까 한쪽이 소홀해지는 게 두렵기도 해요. 어쨌든 간에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죠. 점수가 제 맘대로 안 나와줄 뿐이에요. 하하. 가장 어려운 과목은 당연히 수학이에요. 응용이 많잖아요. 그래도 진로에 대해선 흔들릴 일이 없으니까 걱정은 없어요."

이재인은 영화 사바하에서 맡은 그것 역을 위해 삭발을 감행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요즘 이재인의 모든 일상은 '사바하' 중심으로 돌아간다. 지난달 말부터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시작했는데 그것도 영화 홍보를 위해서 만들게 됐단다. 현재 거주 중인 원주를 잠시 떠나 서울서 홀로 생활하지만 '사바하'가 잘되고 있어서 그저 기쁘다는 이재인이다.

"원래 SNS는 잘 하지 않는 편인데 홍보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다가 SNS를 시작했어요. 제가 조금이라도 도움 되지 않을까 싶어서요. 요즘 동영상 사이트나 포털사이트에서도 '사바하'를 맨날 검색해서 찾아봐요. 사람들 반응이 어떤지, 또 사람마다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등을 살펴보죠. 요즘 그런 재미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요.(웃음)"

이재인은 '사바하'로 발굴된 보석 같은 신인배우다. 영화계에서는 그의 연기실력을 두고 입소문이 자자하다. 그런 관심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어색할 텐데 이재인은 그저 담담하다.

"저는 그냥 계속 배워나가는 중이에요. 그렇게 나아가고 싶고요. 다른 많은 역할을 만나보고 경험해서 공부해나가는 과정이 제 연기에도 도움이 되잖아요. 자신을 발전시키는 거니까. 항상 노력하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이재인은 앞으로 다양한 작품과 캐릭터를 경험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남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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