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요즘 연예계는 스타도 많고, 연예 매체도 많다. 모처럼 연예인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하는 경우도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대부분의 내용이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도 소속사에서 미리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그대로의 스타를 '내가 본 OOO' 포맷에 담아 사실 그대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WANT'로 제2의 'MOVE'병 도전
[더팩트|박슬기 기자] 잘 나가는 아이돌 그룹의 허물을 벗어내고 온전한 홀로서기를 하기란 쉽지 않다. 자신이 겹겹이 쌓아온 결과물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기도 하지만 그룹의 덕을 봤다는 게 탄로 날 수도 있어서다. 그렇기 때문에 뒷받침되는 실력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그룹 샤이니의 태민은 아주 잘 자란 아티스트가 됐다. 16살, 어린 나이에 데뷔해 27살 청년이 되기까지 그는 자신만의 실력을 다지며 국내 남자 솔로 가수 중에서도 독보적인 가수가 됐다.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SM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더팩트>와 만난 태민은 두 번째 미니앨범 'WANT'(원트) 발매를 앞두고 설렘과 긴장을 동시에 안고 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 안에서 묘한 자신감이 느껴졌다. 이유 있는 자신감 같았다.
"이번 앨범은 'MOVE'(무브)의 연장 선상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기승전결이 뚜렷한 퍼포먼스를 준비했어요. 'MOVE'에서 해소하지 못한 폭발력을 이번 노래에서 해소시켜드리고자 준비했죠. 포인트 안무는 없지만 전체적인 흐름이 주가 되는 그런 안무인데 잘 봐주셨으면 좋겠네요."
2017년 발매한 'MOVE'는 당시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MOVE병'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많은 사람이 그의 안무를 따라 췄다. 대중적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마니아틱한 이 춤은 중성적이면서도 섬세한 안무 동작이 특징이다. 이를 계기로 태민은 솔로 가수로서 인정을 받는 것은 물론, 그만의 색깔을 확실히 하게 됐다.
"샤이니 활동을 할 때 군무는 확실히 팀의 장점을 잘 살려주는 것 같아요. 하지만 솔로 활동을 할 때는 나라는 사람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춰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강렬한 퍼포먼스를 하는 팀이 많은데 저까지 폭발력 있게 한다고 눈에 띌 것 같진 않거든요. 그런 에너지가 나오지도 않고. 그래서 저만의 색깔로 가는 거죠."
마냥 귀여울 것만 같던 샤이니 막내 태민의 색다른 매력이 느껴졌다. 모두가 추구하는 음악보다는 자신의 장점을 잘 살리고, 어떤 음악이 잘 어울릴지 아는 영리한 가수였다. 이젠 막내가 아닌 가요계 선배가 되어가고 있었다.
"저도 제가 어리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린 친구들이 봤을 땐 아니더라고요. 어린 후배들한테 제가 '몇 살로 보이니?'라고 물으면 그 나이대로 보인다고 하던데요? 하하. 제가 말랑말랑하고 귀여운 걸 하면 30대분들은 귀엽게 봐주시겠지만 20대들은 '쟤 왜 저러냐' 싶을 거예요. (웃음)"
어느덧 '귀여움'에서 '섹시함'의 노선으로 가고 있는 태민은 자신만의 색깔을 갖기까지 많은 고민과 노력이 있었다고 했다.
"솔로로 시작하려면 이미지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샤이니 막내가 너무 좋지만 이게 나중에는 독이 될 수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괴도' 때부터 이미지 변신을 고민했죠. 그런데 솔로 앨범을 진행하다 보니까 제가 좋아하는 곡 스타일들이 좀 어둡고 무거운 곡이었어요. 자연스럽게 제 색깔이 된 것 같아요. 그런데 앞으로는 좀 더 대중적인 음악을 할 생각도 있어요. 관객과 소통을 해야하니까요."
지난 11일 오후 6시에 공개된 새 앨범의 타이틀곡 'WANT'는 그루비한 멜로디 라인이 인상적인 팝 곡이다. 여기에 관능적인 퍼포먼스가 더해지면서 또 하나의 '보는 음악'이 탄생했다. 태민은 "듣는 음악이 아닌 보는 음악인만큼 전체적인 그림에 신경을 많이 썼다"며 "아무것도 안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러프하게 시작해서 절정을 달리는 내용의 안무를 잘 봐주셨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인터뷰 현장에서 공개된 'WANT'는 그의 말처럼 'MOVE'의 향을 강렬하게 풍겼다. 현대 무용을 떠올리게 했다. 여기에 태민의 얇디얇은 몸 선과 날렵한 얼굴은 'WANT'의 안무를 더 돋보이게 했다. 그래서 "아이돌로서 관리는 하겠지만 춤을 위해서 특별히 다이어트를 하냐"고 물었다.
"운동하고 몸무게를 늘리니까 춤출 때 몸이 뻣뻣해지더라고요. 'MOVE' 때도 뻣뻣하다는 걸 느꼈어요. 그래서 운동은 안 하고, 유연성 키우는 스트레칭을 하고 있어요. 몸무게도 감량했죠. 4~5kg 정도 감량했는데, 제가 뼈대가 가늘어서 더 얇게 보이는 것 같아요."
국내에서 남자 솔로 가수로서는 독보적인 색깔을 가진 태민은 어디에서 영감과 영향을 받았는지 궁금했다.
"'굿바이'에서 만난 안무가 코하루에게 좋은 영향을 받았죠. '정말 이게 춤이구나'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짜인 안무를 하는 것도 춤이지만 표현하는 것에 있어서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그런데 코하루가 하는 춤은 남들과 차별화가 되더라고요. 사실 멋있는 춤은 많은데 뭔가 마음엔 안 남았는데, 그런 걸 남기고 싶다는 생각에 차별화를 시도했어요. 남들과 다른 그런 거 있잖아요"
데뷔 12년 차가 된 태민은 이제 음악방송에서도 가장 선배 축에 속하는 대기실을 쓴다고 했다. 바가지머리를 하고 "누난 너무 예뻐~"를 부른 게 엊그제 같은데 시간은 참 빨리 흘렀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많은 이들의 사랑을 원했다.
"'WANT'로 많은 사람이 저를 더 원하게 됐으면 좋겠어요. 보면 볼수록 더 보고 싶어 지는 무대를 만들고 싶은 게 목표죠.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지만 한 번 본 사람은 없게 하고 싶네요. 올해는 한국에서 몸이 부서져라 활동할 계획입니다."
psg@tf.co.kr
[연예기획팀 | ssent@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