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주노플로, 한국에서 래퍼로 산다는 것(영상)

2019년, 첫 정규앨범을 발매한 래퍼 주노플로. /필굿뮤직 제공

LA에서 날아온 28살 청년 래퍼의 이야기

[더팩트|성지연 기자] "아무리 한국에 오래 산다고 하더라도, 저는 계속 이방인 일거에요."

래퍼 주노플로(28·본명 박준호). 캘리포니아주의 작은 도시, Fullerton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그는 어릴 적부터 랩을 좋아하긴 했지만, 가족들의 기대로 자연스럽게 의대에 들어가 의사를 꿈꾸던 평범한 소년이었습니다. 래퍼로 무대에 설거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이유입니다.

하지만 래퍼가 될 운명은 그를 한국으로 이끌었고 우연히 출연한 '쇼미더머니5'로 그의 인생은 180도 변화했다고 합니다.

쇼미더머니 시즌5에서 왜 떨어졌는지 모르겠습니다라는 유행어를 만든 주노플로. /엠넷 방송 캡쳐

"왜 떨어졌는지, 모르겠습니다."

유행어도 남겼습니다. '쇼미더머니5'에서 남다른 랩 실력을 보여줬지만, 아쉽게 탈락했거든요. 그리고 시즌7. 다시 한번 서바이벌에 도전한 주노플로는 마음껏 기량을 펼쳤고 올해, 드디어 첫 정규앨범 'Statues'를 발매하고 사람들 앞에 섰습니다.

설 연휴를 코앞에 뒀던 지난 22일. 더팩트 사옥에서 만난 28살, 젊은 청년 래퍼의 이야기를 이제부터 시작합니다.

첫 정규앨범인 만큼, 남다른 애정을 담아 작사 작곡 프로듀싱까지 참여했다는 주노플로. /필굿뮤직

지난 1월 9일 공개된 주노플로의 'Statues'. 첫 정규앨범입니다. 믹스테이프, EP 앨범, 피처링 등으로 꾸준히 활동했지만, 이번 앨범으로 컴백한 기분은 이전과 전혀 다르다는 그. 항상 이날을 꿈꿔왔다고 합니다. 어떤 뮤지션에게나 첫 정규 앨범은 남다른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겠죠.

"정규 1집 'Statues'는 제가 작사, 작곡, 프로듀싱에 모두 참여했어요. 그만큼 애착이 가는 앨범이죠. 지금까지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주노플로의 음악을 한 장에 담았다고 생각하면 될 거 같아요."

주노플로의 앨범을 열자마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50%의 한국어와 50%의 영어 가사. 여전히 한국말로 소통하는 것이 어색한 그에게 한국어 가사로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은 꽤 큰 도전이었습니다.

"한국어로 말하는 것도 어려운데 한국어 가사를 쓰는 일은 더 어려웠어요(웃음). 표현이 괜찮은지, 맞춤법은 안 틀렸는지 가사를 쓸 때마다 아는 형들에게 체크해 달라고 부탁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매번 검열을 당하니까, 어느 순간 가사 쓰기가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우선 쓰고 보자'는 마음가짐으로 가사를 썼고 이후에 맞춤법을 체크했어요."

주노플로는 이번 앨범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트랙으로 'Palm Trees'(야자수)를 꼽았습니다. 주노플로가 랩으로 성공을 거두고 자신의 고향인 LA에서 행복하게 산다는 내용을 담은 꿈같은 가사가 인상적입니다.

"LA에 야자수가 많거든요(웃음). 그래서 노래 제목을 'Palm Trees'로 지었어요. 제가 살았던 삶, 살고 싶은 삶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곡이라 더욱 애정이 가는 거 같아요. 2년 뒤면 제가 원하는 걸 얻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반면 '스포티지'(Sportage'07)는 작업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트랙이었습니다. 레이블의 수장, 타이거 jk가 주노플로에게 물려준 차, 스포티지에 영감을 받아 썼는데 생각보다 비트와 멜로디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여러 번 수정을 거쳤다고 합니다.

"타이거 jk형이 한국에 와서 잘 된 다음에 처음 산 차를 저한테 물려줬어요. 거기에서 영감을 받아 곡을 만들었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렸어요. 사람들이 '래퍼'라고 하면 굉장히 비싼 차를 탈 거라고 생각하지만, 저는 오래된 스포티지를 타고도 잘 다니고 만족하거든요. '느리지만 바른 길로 가자'는 철학이 담기길 바라면서 작업했어요."

2019년, 전국 투어와 해외 공연까지 다양한 활동을 예고한 주노플로. /필굿뮤직 제공

올해 주노플로는 그 어느 때보다 바쁜 한 해를 보낼 계획입니다. 전국 투어부터 국외 공연까지 이미 빡빡한 주노플로의 플래너가 눈길을 끕니다. 오랜 시간 공을 들여 만든 첫 정규앨범으로 최대한 많이, 최대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소통하고 싶다는 그의 목표가 이뤄지길 소망합니다.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서 대중과 소통하고 싶어요. 지금까지는 결과물이 없어서 자신 있게 사람들 앞에 나서지 못했지만, 이제 정규앨범이 나왔으니까 그럴 수 있겠죠. '쇼미더머니'의 주노플로로 불리기보다, 래퍼 주노플로로 불리길 희망하면서요. 이번 설에도 가족들은 못 봐요. 공연하고 일하느라 바쁠 거 같거든요. 항상 내 마음속 깊이 '웨스트사이드 출신'이라는 자부심이 있기 때문에 외로움도 괜찮아요. 이방인이라는 시선 또한 견딜 수 있어요.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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