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의 연예가클로즈업] 김제동은 왜 KBS의 '뜨거운 감자'가 됐나

방송가에서는 요즘 KBS 심야 시사토크프로그램 오늘밤 김제동의 진행자를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사진은 2년 전 박근혜 대통령 조기 탄핵 촉구 토크콘서트 당시 김제동. /이덕인 기자

[더팩트|강일홍 기자]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콘텐츠진흥원 김영준 원장은 81학번으로 올해 쉰일곱 살이다. '운동가요 테이프'를 유통한 음반사 겸 연예기획사 '다음기획(현 디컴퍼니)' 대표이사를 지냈다.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 방송인 김제동, 민중가요 스타 정태춘 박은옥 등이 이곳 출신이고, YB(윤도현밴드) 윤도현은 현 디컴퍼니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문체부 산하 33개 기관 임원들의 면면을 분석한 결과, 문화·예술 기관 9곳 인사 72명 중 50%인 36명이 친문(親文) 성향의 '캠코더'(대선 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출신으로 드러났다. 이미연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장은 전(前) 정부 '문화계 블랙리스트'였고, 양현미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장은 지난 대선당시 민주당 문화예술위원이었다.

코드 인사의 논란은 반복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 시절 정치성향에 따라 문화예술인들의 지원 여부를 결정한 '보수 정권의 블랙리스트' 논란에 대해 "(박근혜) 정부가 문화계까지도 줄 세우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올해 2월 김동철 당시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인사를 두고 "앞선 박근혜 정권의 수첩 인사와 무엇이 다르냐"고 반문했다.

MC 결정에서부터 김제동은 공영방송 KBS의 뜨거운 감자가 됐다. 사진은 오늘밤 김제동 포스터. /KBS

◆ '오늘밤 김제동', 정치권 및 PD연합회 등 '김정은 찬양 방송논란' 부글부글

방송가에서는 요즘 KBS 심야 시사토크프로그램 '오늘밤 김제동'의 진행자를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MC 결정에서부터 김제동은 공영방송 KBS의 '뜨거운 감자'가 됐다. 그는 2년 전 국회에서 열렸던 '박근혜 즉각 퇴진' 시국대토론회에 사회자로 참석, 당시 "만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부결되면 국회 담장을 넘겠다"며 보수 정부의 부패를 신랄히 비판한 바 있다.

김제동은 한 달 전 자신이 진행하는 '오늘밤 김제동'에서 김수근 위인맞이 환영단장을 인터뷰했다. 김단장은 "김정은 위원장은 겸손하고 지도자로서 능력 있다"면서 "왜 '공산당이 좋아요'라고 외칠 수 없는지 되묻고 싶다"고 했다. 논란은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언론감시단체 미디어연대는 이 인터뷰가 '헌법 및 방송법 등을 위반했다'며 방심위에 제재조치를 신청한 바 있다.

논란은 야당 인사들이 공영방송의 기능과 책임을 언급하며 우려의 목소리를 낸 뒤 벌어졌다. 이른바 '김정은 찬양 방송논란'에 대해 의견진술을 듣기로 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의결 사항에 한국 PD연합회가 '마녀사냥을 중단하라'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더 커졌다. 연합회는 나경원 대표와 김병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마녀사냥이자 파시스트 행동방식"이라고 반박했다.

김제동은 고액 출연료 논란이 일자 나는 받는만큼 베풀기 때문에 당당하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KBS

◆ 김제동, 전 정권 블랙리스트 한풀이 복귀 의심 속 '고액 출연료 논란'까지

시대착오적인 이념논쟁이 벌어진 것은 무엇보다 '오늘밤 김제동'이 갖는 상징성 때문이다. 김제동은 前 정권에서 홀대받은 블랙리스트 인사였고, 새 정부 들어선 뒤엔 기다리기라도 한듯 복귀했다. 내부 반발을 무릅쓰고 하필이면 예능프로가 아닌 시사프로그램을 고집하면서 논란의 불을 지폈다. 더구나 KBS 내부 구성원들 조차도 이견이 분분한 가운데 민감한 인물들을 등장시켜 논란을 자초했다.

김제동이 타깃이 되고 있는 이유는 또 있다. 고액출연료 논란이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10월 자신의 SNS를 통해 김제동을 'KBS를 망치는 4적 중 한 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KBS 공영노동조합이 밝힌 성명서를 근거로 "김제동이 연봉 7억 원을 받는다"고 했다. 주 4회 방송 기준(회당 350만원*4*4) 연간 출연료만 6억 7200만원(월 5600만*12개월)에 달한다.

고액 출연료 논란이 일자 김제동은 '나는 받는 만큼 베풀기 때문에 당당하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영방송의 존재와 가치는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국민의 관심과 호응에 얼마나 부응하는지가 중요하다. 국민은 시청료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보편적 관심사와 공영성을 기대한다. 논쟁과 분란으로 점철되고 있는 프로그램을 왜 계속 봐야하는지 의문이다.

eel@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