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로운] SF9과 '연기돌' 자신, 행복한 '진행형'

로운은 지난달 26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여우각시별에 출연해 호평을 받았다. /배정한 기자

로운 "배우·가수, 두 마리 토끼 다 잡을래요"

[더팩트|박슬기 기자] 2년 전이었나. 쌀쌀한 찬 바람이 불던 때였다. 한 공연장에서 최선을 다해 데뷔 무대를 꾸미며 꿈을 현실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던 그를 봤다. 취재진의 질문에도 열심히 답하던 그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처음치고는 꽤 잘했던 거로 기억한다. 그리고 2년 만에 다시 그를 만났다. 과거 모습은 떠올릴 수 없을 정도로 꽤 유연하고 능글맞아졌다. 시간이 무섭다는 걸 새삼 느꼈다. 최근 SBS 월화드라마 '여우각시별'을 마친 가수 겸 배우 로운의 이야기다.

로운의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그가 밟아온 길을 하나씩 살폈다. 짧은 기간 동안 그는 드라마, 예능, 가수 등 분야를 막론하고 활발한 활동을 보여 깜짝 놀랐다. 올해 유독 많은 작품을 했는데, 드라마 '여우각시별' '멈추고 싶은 순간:어바웃 타임' tvN 예능프로그램 '선다방' 등이 대표적이다. 그는 그룹 SF9으로서도 두 장의 앨범을 발매하며 다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처럼 쉴 틈 없이 활동한 로운과 인터뷰를 위해 지난달 30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편집국에서 마주앉았다. 흰색 셔츠에 하늘색 재킷을 입고 모습을 드러낸 그는 '훈훈'한 느낌을 물씬 풍겼다. '여우각시별'에서 맡았던 고은섭 역이 절로 떠올랐다. 2년 전 풋풋했던 분위기와 사뭇 달랐다.

"캐릭터 때문인지 제법 남자다워졌다"고 말을 꺼내자 그는 "드라마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 중의 하나였다"며 수줍은 듯 웃었다.

로운은 드라마에서 인천공항 계류장 운영팀 1년 차 고은섭 역을 맡았다. 이 캐릭터는 넉살 좋은 미소와 긍정적인 마인드로 드라마에 활력을 불어넣는 인물로, 신입답지 않은 능청스러움이 캐릭터의 포인트다.

로운은 여우각시별의 고은섭 역을 위해 직접 인천공항을 방문해 캐릭터를 준비했다. /배정한 기자

"(고)은섭이는 군대를 갔다 온 사람이기 때문에 애 같으면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또 사회생활을 하기 때문에 주변 매니저 형들이나 사회생활 하는 사람들을 관찰했죠. 드라마는 '미생'을 참고했어요. 그런데 사회생활을 떠나서 인간관계는 '어디서나 똑같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하. 어디서나 사람 대하는 게 제일 힘들잖아요."

로운은 최근 떠오르는 '연기돌'로 주목받고 있다. 연기경력은 오래되지 않았지만 제법 안정적인 연기를 펼쳐 호평을 받았다. 특히 이번 '여우각시별'로 많은 사랑을 받은 로운은 SF9이 아닌 배우로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여우각시별'을 하고 나서 '연기가 재밌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사 한 줄에 표현해야 할 게 많아, 그 부분이 힘들고 스트레스도 받았지만 잘 표현했을 때 쾌감을 느꼈어요. 다음 작품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 고민하고 생각해서 조금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여우각시별'은 쉽지 않은 작품이다. 공항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만큼 전문용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해야 한다. 자칫 조금이라도 어색하면 연기력 논란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서 로운이 어떻게 준비했는지 궁금했다.

"인천공항 운영팀에 계시는 실제 직원분들께 많이 물어봤어요. 어떻게 하면 인천공항에 입사할 수 있는지, 어떤 자격증을 따야 하는지부터 물었죠. 용어정리도 했는데, 제 입으로 이해하고 얘기하지 않으면 남의 말을 빌려 쓰는 게 되니까. 제 말로 바꾸기 위해 이해를 먼저 하려고 노력했어요. 특히 '선다방'에 함께 출연한 유인나 선배가 많이 도와주셨죠."

로운은 유인나와 '선다방'에서 연을 맺었다. 드라마 '어바웃타임' 할 때도 대사를 맞춰줬다는 유인나는 '여우각시별'에서도 선뜻 도움을 줬다고 한다. 로운은 "유인나 선배가 열과 성의를 다해서 알려주셨다"면서 "정말 감사하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로운은 SF9과 배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싶다며 저에게 당당할 수 있게 모두 잘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배정한 기자

이 가운데 이제훈과 호흡도 궁금했다. 극 중에서 채수빈을 사이에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데, 선배 이제훈과 라이벌 연기를 하긴 쉽지 않을 듯싶었다.

"선배들과 연기하면서 힘들었던 건 없었어요. 잘 이끌어주셨거든요. 이제훈 선배도 어느 순간 선배가 아닌 극 중 캐릭터인 이수현으로 보였어요. 연기를 워낙 잘하시잖아요. 하하. 갑자기 생각 난 에피소드가 있는데 이제훈 선배가 집에서 싸 온 군고구마를 주셨어요. 그런데 아직도 안 먹고 냉동 보관 하고 있어요. 박제할 계획입니다. 하하."

능청스럽기도 하고, 제법 농담도 할 줄 아는 모습에 '여우각시별'을 기분 좋게 끝낸 게 느껴졌다. 로운은 데뷔 이후 처음 하는 인터뷰였는데도 꽤 말을 잘했다. 보통의 신인들은 단답이나 준비해온 답변만 하는데 그는 겸손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발랄한 답변들을 내놨다. "말을 꽤 잘한다"고 말하자 로운은 "아니"라고 손사래 치면서 뿌듯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이돌과 배우 활동을 병행하면서 보낸 한 해라 "힘들지 않았냐"고 물었다. 그는 "모든 게 좋았다"며 "저 같은 신인이 어떻게 이렇게 활동할 수 있겠냐"며 감사함을 표했다.

데뷔 3년 차, 22살의 로운은 지금 일어나는 모든 게 행복한 듯 보였다. 신인의 패기와 청춘의 활기가 로운을 더 돋보이게 했다. 그는 "올해 너무 행복한 한 해를 보냈지만 '열심히 했다'고는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열심히 했다'라기 보다 올 한 해도 '열심히 쌓았다'라고 생각하고 싶어요. 이만큼 열심히 했다고 하면 앞으로 더 많이 열심히 못 할 것 같잖아요. 하하. 2019년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저희 SF9이 음악방송 1등하고, 음원차트에 들어갔으면 좋겠어요. 두 번째 목표가 있다면 제가 스스로 만족하는 연기를 했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로운은 2019년 목표로 SF9이 음악방송에서 1위를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배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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