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행' '떼창' '감동' '전율'…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수식하는 말들입니다. 지난 10월 31일 개봉한 록 밴드 퀸 천재 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음악 영화 흥행 기록을 경신하며 장기간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을 뜨겁게 하고 있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흥행 역사, 이유 등을 짚어봅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강수지 기자] 지난 10월 31일부터 관객을 만나고 있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감독 브라이언 싱어)가 장기간 흥행을 이어가는 가운데, 흥행 동력은 '2030 관객'으로 꼽힌다.
전설적인 록 밴드 퀸을 이끌게 된 프레디 머큐리의 일대기, 퀸의 음악 세계와 무대를 생생하게 재현해 중장년 세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보헤미안 랩소디'다. 하지만 영화는 한 연령대에 국한하지 않고, 전 세대를 아우르는 인기를 얻고 있다. CGV리서치센터에 따르면 개봉일부터 지난 3일까지 조사한 결과 20대 32.5%, 30대 25.9%, 40대 24.4%, 50대 이상 13.6% 등 관객 분포를 보인다. 2030세대가 58.4%나 차지한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2030세대에서 '입소문'을 탄 '보헤미안 랩소디'는 싱어롱 상영관 관람, 'N차 관람(여러차례 관람)' 문화 등에 힘입어 흥행 열풍을 맞았다는 분석이다. 정지욱 영화 평론가는 '보헤미안 랩소디' 흥행 추세에 대해 "개봉 초반 중장년층 관객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으나 점차 동력이 2030 관객으로 넘어갔다. 이 열풍을 끌고 가는 것은 젊은 관객들"이라고 봤다.
◆ '보헤미안 랩소디'를 찾은 2030세대에게 묻다
<더팩트>가 '보헤미안 랩소디'를 관람한 2030세대 약 20여 명에게 질문한 결과, 이들이 '보헤미안 랩소디'를 찾은 이유로는 크게 ▲퀸의 음악, 프레디 머큐리의 일대기에 대한 흥미 ▲ '재미있다'는 입소문을 듣고 ▲ 부모님과 함께 관람 등이었다. 드물게 "퀸의 팬이기 때문에"가 있었다.
부모님을 모시고 영화관을 찾은 장 모 씨(20대 후반, 서울 송파구)는 "영화를 감명깊게 봤다"며 "부모님 연령대에 유명한 밴드여서 한번 모시고 관람하러 오면 좋을 것 같아서 함께 왔다. 부모님 젊은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영화관을 찾은 이유를 설명했다.
고등학교 시절 퀸의 음악을 우연히 듣고 팬이 됐다는 조 모 씨(20대 후반, 서울 관악구)는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퀸 팬들의 마음을 대변했다. 조 씨는 "도입부부터 소름이 돋는 영화"라며 "어느 부분 하나 놓칠 것이 없고, 어느 부분 하나 아쉬울 것이 없다"고 영화를 극찬했다.
이어 "퀸의 팬들은 이 영화를 보고, 프레디 머큐리의 생전에 못 가본 퀸의 콘서트에 다녀왔다고 말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라며 "타 영화들과 다르다. 스토리의 완성도, 세밀하고 사실적인 표현이 좋다. 고증도 훌륭하게 해냈다. 프레디 머큐리의 몸짓을 완벽에 가깝게 재현하는 라미 말렉을 보면서 소름이 돋았다"고 설명했다.
퀸에 대해 더 알고 싶어서 영화관을 찾았다는 김 모 씨(30대 중반, 서울 송파구)는 "눈과 귀 그리고 마음까지 즐거웠던 영화"라며 "전기 영화의 단점인 영웅화 없이 프레디 머큐리의 일생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그린 것 같아 좋았다"고 영화를 평했다.
'입소문'을 듣고 친구들과 함께 영화관을 방문한 송 모 씨(30대 초반, 서울 마포구)는 "영화가 참 재미있다고 주변에서 그러기에 관람하러 왔다"면서 "퀸의 곡은 유명한 몇 곡만 아는 정도다. 하지만 정말 즐겁게 관람했고, 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 "우리도 성공할 수 있어"…2030세대에게 주는 희망
'보헤미안 랩소디'는 누적 관객 592만 명을 끌어 모은 '레미제라블'(2012)의 기록을 뛰어 넘고 역대 음악 영화 가운데 가장 높은 누적 관객 수를 보유하고 있다. 정지욱 영화 평론가는 '보헤미안 랩소디'가 음악 영화로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젊은 층에게 인기를 얻는 이유로 '카타르시스'를 꼽았다.
정 평론가는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무기력함을 지닌 젊은이들이 영화를 통해 새로운 카타르시스를 얻는다"면서 "지난 2012년, '레미제라블'이 국내에서 인기를 얻었을 당시에는 정치적인 박탈감이 있었다. 지금은 광장의 촛불 이후 새 세상이 펼쳐질 수 있다는 희망은 있으나 아직 변화의 위에 있어 어떤 아쉬움이 있다"고 현 사회 상황을 분석했다.
이어 "중년관객들은 1980년대에 퀸의 노래를 들으면서 암울한 정치상황, 미소 냉전, 에이즈 공포 등의 어두운 사회 분위기를 이겨냈다. 이번에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난 것 같다. 현 시대 젊은 세대가 '보헤미안 랩소디'를 통해 미래에 대한 암담함을 해소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이 영화를 통해 '성공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느낄 수 있다. 프레디 머큐리의 일대기가 그려지고 마지막 20분 '라이브 에이드' 장면에서 벅차오르는 공연을 만나볼 수 있다. 젊은 관객에게 '우리도 성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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